시그마는 타협을 모르는 브랜드다. 이들은 압도적인 해상력을 위해 Art 라인업 렌즈들의 크기와 무게를 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덕분에 수많은 서드파티 렌즈 브랜드 가운데 네이티브 렌즈와 비견되는 명품 렌즈 브랜드라는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Art 렌즈를 쓴다는 것은 분명 촬영 다음날 어깨와 허리에 근육통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각오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의 Art 렌즈들이 가진 인상은 그러했다. 최근 시그마가 선보인 Art 85mm F1.4 DG DN은 유저들의 이미지와 고정관념에 새로운 반전을 예고한다. 확연하게 작고 가벼워진 외관. 과연 이 렌즈가 ‘예술의 경지’를 자부하는 기존 Art 라인업에 걸맞은 화질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번 11월 호에서 VDCM이 그 결과물을 직접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글•사진 박지인 기자


 

소형⦁경량화된 Art 렌즈

Art 85mm F1.4 DG DN은 풀프레임 DSLR을 중심으로 설계됐던 Art 85mm F1.4 DG HSM을 기반으로 미러리스에 맞게 재현한 리뉴얼 모델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외관은 물론 광학 설계까지 모두 새로워졌다. 소니 E 마운트 기준 625g으로 전작 대비 약 500g 이상 경량화됐으며, 크기 또한 ∅94.7mm X 126.2mm에서 ∅82.8mm X 96.1mm로 작아진 모습이다. 한 손에 안정적으로 감쌀 수 있음은 물론 카메라에 체결했을 때도 무게중심이 렌즈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아 이상적인 밸런스를 느낄 수 있다. 렌즈가 바디보다 확연하게 무거울 경우 핸드헬드 촬영 시 손목에 피로가 쌓이기 마련인데, 약 600g대의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슷한 무게를 실현한 덕분에 쾌적한 촬영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전문 촬영을 위한 폭넓은 부가기능

Art 라인업 렌즈들은 프로 및 하이아마추어를 타깃으로 제작돼 이들의 촬영을 보조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들을 탑재하고 있다. 조리개 링을 즉각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수동 조작이 가능한 링을 탑재했으며, 촬영 중 의도치 않은 실수로 조리개 값이 변동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리개 링 락 버튼을 더했다. 또한 바디를 통해 기능을 할당할 수 있는 AFL 버든과 AF/MF의 전환을 위한 스위치, 영상 촬영 시 조리개 값을 부드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조리개 링 클릭을 해체할 수 있는 조리개 링 클릭 스위치를 포함하고 있다. 이외에도 렌즈 전반에 방진⦁방적 구조를 활용해 환경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황동 재질의 마운트로 내구성을 보강, 렌즈 후드에 잠금 장치를 탑재하는 등의 섬세한 디테일들로 고급 렌즈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더욱 높아진 광학 성능의 실현

Art 85mm F1.4 DG HSM은 고화소화를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5000만 이상의 화소를 소화할 수 있는 광학 설계를 반영해 동급 최고의 렌즈 중 하나로 손꼽혀왔다. Art 85mm F1.4 DG DN은 짧은 플랜지 백을 가진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과 그간 발전한 광학 기술들을 더해, 더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 아래 전작을 뛰어넘는 광학계를 실현했다. 총 11군 15매의 구성으로, 시그마의 독자적인 저분산 유리인 SLD 5매, 비구면 렌즈 1매가 포함되어 있다. SLD는 축상 색수차의 보정에 효과적인 특수 렌즈로, 전작 대비 3매를 추가 구성해 색이 번지는 현상의 억제에 있어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리뷰에서는 F1.4에 이르는 조리개 최대 개방 값에서의 선예도와 배경 흐림, 그리고 역광 상황에서의 묘사력을 중심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다양한 색을 한 번에 담아야 하는 꽃밭과 단풍이 들고 있는 공원 산책로, 빛이 스며드는 나뭇잎 사이 등 렌즈의 성능이 낱낱이 드러나는 환경에서 테스트해 본 결과, 색의 크게 어긋나는 현상 없이 정확하게 묘사되며 부드럽게 흐려지는 아웃포커싱 효과 및 극적인 원형의 보케 표현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갈대를 역광의 위치에서 빛이 스며드는 각도로 촬영했을 때, 강한 플레어나 색 번짐 현상 또는 화상이 흐려지는 일 없이 날카로운 선예도를 보여주며 동시에 스며드는 빛을 부드럽게 표현함을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기존 Art 렌즈 모델 못지않은 표현력을 가지고 있음을 실감하는 장면이었다.

 


미러리스 최적화 AF 시스템

AF 구동 시스템 또한 미러리스 카메라에 맞춰 변동됐다. 기존 초음파를 활용하는 HSM(Hyper Sonic Motor) 대신 위상차 AF와 콘트라스트 AF 모두에 최적화된 스테핑 모터를 채용했으며, 빠른 반응 속도와 부드러운 초점의 전환을 보여준다. 또한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포함 현재 대부분의 미러리스 카메라가 지원하고 있는 최신 얼굴 및 눈 인식 AF 기능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VDCM의 필진들이 직접 AF 성능을 체험해 본 결과, 인물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눈을 정확하게 인식했으며 또 거리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동물들의 눈에도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며 빠르게 추적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총평

기술과 공학의 가장 멋진 점은 계속해서 진보해 나간다는 것이다. 단점은 고쳐지고, 한계는 넘어선다. 소비자들이 접하는 최신작들은 그 모든 것들의 집약체다. 이번 호에서 만난 Art 85mm F1.4 DG DN은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그간 시그마가 닦아온 기술과 공학이 도달한 결정체이자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Art 렌즈는 최상의 결과물을 보장하지만 휴대에 있어 그만큼의 부담이 따르는 선택지라는 인식이 강했다. Art 85mm F1.4 DG DN은 어떤 촬영에서든지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벼워졌으며, 시그마의 Art 렌즈가 자부하는 타협 없는 화질 또한 충실하게 이루어냈다. 휴대성도 인상적이었지만 만듦새나 촬영을 돕는 다양한 부가기능들 또한 합격점 이상이었다. 미러리스 카메라에 적합한 이상적인 밸런스와 최상급 화질의 실현에 도달했다는 게 이번 리뷰에 대한 필자의 총평이다. Art 85mm F1.4 DG DN을 시작으로 앞으로의 Art 라인업 렌즈들은 이처럼 놀라운 휴대성을 가지고 나타나지 않을까. 일상 속에 녹아드는 최고급 렌즈 시그마 Art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본다.

SPEC

제품명

Art 85mm F1.4 DG DN

마운트

소니 E 마운트 / L 마운트

렌즈 구성

11군 15매

화각

28.6°

조리개 날

11매(원형 조리개)

최소 조리개

F16

최단 초점거리

85cm

최대 확대 비율

1:8.4

필터 사이즈

∅77mm

최대 지름 X 전체 길이

소니 E 마운트 ∅82.8mm X 96.1mm

L 마운트 ∅82.8mm X 94.1mm

무게

소니 E 마운트 625g

L 마운트 630g

액세서리

케이스 및 후드(LH828-02)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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