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는 2020년이 어느덧 반절을 훌쩍 넘어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 세 번째 절기에 들어선 자연은 인류가 겪는 고통과는 무관하듯이 여느때처럼 붉고 노란 옷을 입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자연의 무심한듯 경이로운 풍경을 보면서 여행이나 출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올해의 외출은 항상 그렇듯 무거운 마음으로 떠나게 된다.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사람이 최대한 없는 곳으로 가도 전염병에 노출되지는 않을까, 2020년의 외출은 걱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런 무거운 마음에 몸까지 무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덧 추운 날씨 때문에 부쩍 무거워진 외투보다도 먼저 챙기는 카메라가 무거우면 나가기 전 부터 지치기 마련인 것이다. 이러한 고민에 빠져 쉽사리 출사를 가지 못하고 있던 필자가 가벼운 풀프레임 미러리스 캐논 EOS RP 덕분에 문을 박차고 나가게 되었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한껏 덜어준 EOS RP와 RF24-105mm F4-7.1 IS STM과 함께한 기록을 공유한다.
글·사진 김찬희 기자

 

어떤 사진을 찍느냐에 따라 카메라를 고르는 기준은 수없이 다양할 것이다. 필자 또한 개인적인 기준이 있다. 가격과 성능이라는 요소는 당연히 절대 무시할 수 없지만, 주민등록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을 적 부터 이곳저곳 열심히 돌아다닌 덕에 다른 것 보다 무게와 크기같은 휴대성을 무엇보다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EOS RP의 무게는 배터리, 메모리카드, 바디캡을 제외한 카메라 본체 기준 약 440g, 여기에 약 395g의 RF24-105mm F4-7.1 IS STM를 장착해도 1kg가 넘지 않는다. 준수한 성능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표준 줌렌즈와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EOS RP는 먼저 출시된 EOS R에 P라는 글자가 붙어 탄생했다. P는 1959년에 발매된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 P타입에서의 유래해 Populaire, 즉 대중성을 뜻하는 글자가 덧붙여졌다. 말 그대로 캐논의 첫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EOS R의 대중을 위한 버전이라는 것이다. 카메라에서 말하는 대중성이란 무엇일까? 나는 한손으로 들어도 부담 없는 가벼움, 편한 그립감, 작은 가방에 넣어도 큰 부피를 차지하지 않는 콤팩트한 크기, 어려워 보이지 않는 겉모습 등을 뽑는다. 풀프레임 카메라 하면 무겁고 왠지 어려울 것 같은 이미지를 탈피한 그런 ‘친숙한’ 모습의 카메라 말이다. 가을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핑크 뮬리를 찾는다. 일반 대중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즐기며 좋아한다는 점에서 핑크 뮬리는 자연에서의 대중성을 뜻하는 것 같다. 게다가 수요가 높아 많이 심어져 생태 교란종으로 꼽히기도 한다. 둘은 서로 닮았다. EOS RP로 드넓게 펼쳐진 핑크 뮬리를 담았다. 찰칵하고 내는 셔터음도 가볍고 산뜻하다.
 

가을 출사로 영종도 하늘공원을 찾았다. 핑크 뮬리와 갈대가 한창인 이곳은 인천공항 바로 옆에 위치한 곳으로 심심치 않게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볼 수 있었다. 굳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반평생을 인천에서 살아 익숙한 곳이고 부모님 집과 가까워서라는 단순한 이유도 있지만 코로나 이전의 삶을 그리워하는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함도 있었다. 원래 ‘아주아주 먼 곳에 가고, 이름도 모르는 것을 먹는’ 떠돌아다니는 삶이 익숙했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로 멀고 긴 여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출사를 위해 영종도에 가는 길에 작게나마 한국을 떠나기 전 설렘과 약간의 무서움이 섞인 오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코로나가 시작되었던 2020년 초에는 금방 끝나겠지 하며 희망을 가지며 살았다면 2020년 하반기는 절망과 지침, 그리고 권태로움의 반복이었던 것 같다. 어려울 것을 알면서도 희망을 가져본다. 금방 모든 것이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와 주었으면 한다. 다음번에는 EOS RP와 RF24-105mm F4-7.1 IS STM을 단순히 가볍게 즐기는 가을 출사의 완벽한 조합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닌 여행에 들고 다니기 좋은 환상의 조합으로 소개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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