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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훌쩍, with Leica Q2

예전에는 ‘사치’라는 말이 좋게 들리지 않았다.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하는 것을 사치라 부르니까. 언젠가부터 시간을 여유롭게 쓰는 것이 진정한 사치라 느껴졌다. 모두에게 평등하고 어쩌면 족쇄와도 같은 것. 나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도 돌이켜보면 다른 무엇보다 시간이었다. 분주한 일상의 나날들이 지나고 선물 같은 휴일이 다가왔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올해의 마지막 사치,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잠시 멀어져 라이카의 풀프레임 콤팩트 카메라 Q2와 함께 부산을 다녀왔다.

글 사진 박지인 기자

늦은 저녁 부산역에 도착해 다음 날 아침 햇살 가득한 부산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필자는 산이나 바다에서의 맞이하는 일출보다 건물과 골목 사이로 빛이 스며들며 도시가 깨어나는 광경을 관찰하는 것을 더 즐겁게 여긴다. 빠르게 변화하는 빛의 질감과 그림자, 분주한 움직임으로 공간에 이야기를 더하는 사람들, 도시만이 가지는 특별한 활기를 담을 수 있는 시간이 아침이다.

부산역의 뒤쪽으로 향하면 산 전체를 그대로 포장한 듯한 가파른 언덕 위로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빽빽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미로같이 얽혀 있는 좁은 골목길과 이를 관통하는 급경사의 계단들은 과거 한국전쟁의 피란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근현대사의 흔적이다. 거리 곳곳에 부산의 옛 모습을 기록한 사진들이 눈에 띈다. 무자비한 생의 터전에서 누군가는 계단을 오르며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을 것이다. 시간을 끌어안고 있는 거리에 관광객들의 웃음이 더해지자 그 기록들이 지독한 농담처럼 느껴졌다. 언덕 끝의 전망대에 서자 바다 근처 고층 빌딩들이 들어선 곳부터 지나온 길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무엇하나 조화로운 것 없는 풍경. 부산은 이중적인 도시다.

모 영화의 촬영지로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흰여울마을로 향했다. 깍아지른 절벽 위 자리한 각양각색의 상점들과 탁 트인 바다가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구불구불한 골목길 사이를 따라 걷다 보면 독특한 피사체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예측할 수 없는 새로움을 만나는 재미에 셔터 소리가 잦아졌다.

마지막으로 태종대에 들러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아갔다. 햇빛을 받은 해수면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는 필자를 향해 같이 배를 탄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사진 촬영을 부탁해왔다. 눈으로 본 아름다운 장면을 남기고자 하는 행동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새우깡을 탐하는 갈매기 떼와, 탁 트인 부산의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건네받은 이들의 기뻐하는 모습에 진한 감동이 넘어왔다. 본지의 필진으로서 ‘카메라로 기록하는 즐거움을 전하자’는 것이 필자의 초심이었다. 해가 꽤 남은 시간이었지만 일찌감치 서울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모처럼 한껏 사치스러웠던 휴일, 일상으로 복귀하는 마음은 떠날 때만큼 부풀어 있었다.

Leica Q2

이번에 사용한 라이카의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 Q2는 약 4730만의 고화소 센서와 빠른 AF, 고성능 Summilux 1:1.7/28mm ASPH 단렌즈의 탑재 등을 특징으로 하는 모델이다. 무게는 배터리 포함 약 735g, 마그네슘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매우 가벼운 무게를 보여준다. 고지대가 많은 이번 부산행에서 라이카 Q2의 휴대성은 큰 이점으로 다가왔다. 렌즈는 초점 거리가 고정된 단렌즈이지만, 디지털 줌 기능을 통해 35mm, 50mm, 75mm의 화각을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DNG 파일에는 본래 화각인 28mm의 데이터를 손실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어 후반 작업에서 화각의 재조정이 가능하다. 4700만 고화소가 가진 이점의 영리한 활용 그리고 크롭 후에도 까다로운 라이카 유저들이 원하는 이미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돋보인다.

Q2는 라이카를 대표하는 전통의 M 시리즈처럼 사진가를 긴장하게 만드는 카메라는 아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셔터를 누르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빠릿빠릿하게 초점을 잡아내고 적절한 조합으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준다. 또 카메라를 휴대하며 마주하는 대부분의 상황과 환경에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는 풍요로운 기계적 스펙을 갖추고 있다. 촬영 감각은 굉장히 현대적이지만, 결정적 순간의 포착이라는 라이카의 철학 안에서 어떤 모델보다도 쾌적하게 라이카다운 사진을 즐길 수 있는 카메라다. 매일의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는 라이카를 찾는다면 Q2만한 대안이 없을 것이다.

박지인 기자  wldls9077_vd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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