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잔치
대전 동구에 있는
대청호에 눈이 내리고
새벽 물안개가 시야를
가리던 날이었다.
어제 저녁 빙어 잡던 아저씨가
그물을 치기 위해
먼저 걷어올린 그물을 털자
겨울철 명물인 빙어가
"꽁꽁" 얼은 채
한 양동이 바닥에 쏟아졌다.
매서운 북극 한파에
강이 얼어서 미처
걷어 들이지 못해
그물 속에서
얼어버린 빙어들,
눈 내린 새벽
자욱한 물안개 속에서
새들의 향연이, 만찬이
펼쳐지고 있었다.
강이 얼어붙고
폭설로 굶주린 물새들이
어디서 그리 많이 왔는지
대청호에서 33년을
살았는데도
그런 광경은 처음이다.
먼데서 거리를
주지 않던 새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풍광에 그 무거운
망원을 들은 채
몇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그렇게 멀리서 애를 태우던
예쁜 원앙도 이렇게
가까이서 담을 수 있는
행운이 오다니,
나에게 2021年은
새로운 기쁨을 여는가 보다.
2021年 신축년, 새해 첫 기사로
새들의 품은 대청호를 열어본다.
백봉례 기자
proqhdfp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