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든 기술의 발전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고, 브랜드들은 각자 다른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시하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자 경쟁한다. 서드파티 렌즈 브랜드 시그마는 카메라 브랜드들이 ‘초고화소 이미지 센서’라는 주제로 열띤 경쟁을 벌이던 시기에 묘사력에 집중한 Art 라인업을 선보이며 서드파티 렌즈의 한 지평을 열었다. 이들이 최근 선보이고 있는 렌즈의 기조는 경박단소. 휴대성이 뛰어난 미러리스 카메라의 강세에 발맞춰 가볍고 콤팩트한 렌즈들을 출시하고 있는데, 특히 지난 12월에는 Contemporary 라인업의 프리미엄 콤팩트 단초점 렌즈 시리즈 ‘I 시리즈’를 공개해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Art 렌즈의 등장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이번 1월 호에서 VDCM은 I 시리즈의 Ⓒ 65mm F2 DG DN를 만났다.

글 · 사진 박지인 기자

 

I시리즈의 Point

  1.  미러리스 카메라에 최적화된 콤팩트한 크기와 가벼운 무게
  2. 정밀하게 커팅된 알루미늄 금속 소재로 뛰어난 내구성을 실현
  3. 레트로 렌즈 형태의 우아한 디자인
  4.  직관적인 수동 조작을 지원하는 초점 링과 조리개 링
  5. 새롭게 추가된 마그네틱 렌즈 캡 액세서리

 

프리미엄 콤팩트 단초점 렌즈 ‘I 시리즈’

지난 2020년 12월 시그마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새로운 렌즈 시리즈 ‘I 시리즈’와 3개의 신제품, 65mm F2 DG DN와 24mm F3.5 DG DN, 35mm F2 DG DN을 발표했다. I 시리즈는 기존 시그마 글로벌 비전의 라인업 Contemporary(이하 컨템포러리)에 속하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시리즈의 이름인 ‘I’는 개성적인 컨셉(Identity), 차별화된 디자인(Iconic), 직관적인 사용성(Instinctive)을 의미한다. 먼저 출시된 45mm F2.8 DG DN 렌즈와 이번에 새롭게 발표한 3개 렌즈 포함 총 4개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콤팩트한 크기와 가벼운 무게, 높은 광학 성능과 뛰어난 빌드 퀄리티로 미러리스 카메라 유저들에게 렌즈로서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극강의 휴대성을 가진 렌즈

I 시리즈의 다른 제품들보다 먼저 출시된 Ⓒ 45mm F2.8 DG DN을 사용해 본 이로서, 같은 컨셉으로 등장하는 렌즈들에 대한 반가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 45mm F2.8 DG DN은 필자가 접해 본 수많은 콤팩트 렌즈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휴대성을 선사한 렌즈였다. 이번에 사용한 Ⓒ 65mm F2 DG DN은 L 마운트의 렌즈. 파나소닉의 콤팩트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LUMIX S5와 함께 활용해보기로 했다. 405g의 무게, 약 75mm의 크기로 카메라에 장착했을 때 외형적으로 무척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장비를 목이나 어깨에 걸었을 때도 그 무게가 부담스럽지 않아 Ⓒ 45mm F2.8 DG DN을 사용했을 때의 기분 좋은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콤팩트한 카메라와 렌즈의 휴대성을 한껏 즐기며,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낯설지만 직관적인 65mm 화각

65mm의 초점거리는 다소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화각이지만, 사용하면서 마냥 어색하지만은 않았다. 표준 렌즈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50mm 단초점 렌즈와 24-70mm 줌 렌즈의 최대 망원단을 사용하는 감각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50mm 화각 특유의 편안함을 가지면서도 준망원 렌즈들의 집중력 있는 시야를 어느 정도 재현한다. 인물이나 스냅 촬영을 하면서 준망원 렌즈들의 화각이 지나치게 타이트하게 느껴졌던 이들에게, 부담은 줄이고 연출력은 높일 수 있는 스마트한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끄럽게 퍼지는 배경흐림

단초점 렌즈의 낮은 조리개 값은 초점 범위를 활용한 배경 흐림과 보케 현상으로 사진 촬영에 큰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요소다. 주제의 부각, 공간감의 확장 등 촬영자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면을 표현할 수 있고, 그 ‘표현’의 형태는 렌즈 제조사가 추구하는 미학적 가치와 제품 자체의 광학 구조 등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지게 된다. Ⓒ 65mm F2 DG DN은 전체적으로 배경을 이루는 선들이 날이 서 있지 않은, 부드러운 인상의 장면들을 얻을 수 있었다. 65mm의 초점거리는 시야뿐만 아니라 배경흐림의 연출력에 있어서도 고전적인 85mm 이상 준망원 화각 렌즈들의 드라마틱함을 닮았다. 화상 주변부의 레몬 보케와 소용돌이 현상의 억제 또한 인상적인 특징이다.

 

‘프리미엄 렌즈’다운 선명함

 

 

Ⓒ 65mm F2 DG DN은 9군 12매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구면 수차와 코마 수차, 비점수차 등을억제하는 한 쌍의 유리 몰딩 비구면 렌즈와 축상 색수차 제어에 뛰어난 시그마의 특수 저분산 유리 SLD를 포함한다. 시그마가 자랑하는 고급 기술들이 아낌없이 투자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덕분에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임에도 놀라운 수준의 화질을 보여주고 있다. 초점이 맞은 부분의 묘사력은 기존 Art 라인업의 렌즈들에 준하는 디테일을 보여주고, 깨끗하고 청명한 이미지 톤 또한 Art 렌즈의 결과물을 떠오르게 한다.

 

시대의 흐름, 그리고 I 시리즈

‘새로운 형태의 카메라’로서 미러리스 카메라가 눈길을 끌던 시대는 끝이 났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그 실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이제는 이들이 가진 장점을 어떻게 풀어내는가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결정될 것이다. 최근 콤팩트한 폼 팩터의 Art 렌즈 출시로 유저들을 놀라게 했던 시그마. 이번 I 시리즈의 등장은 앞으로 화질은 물론, 휴대성까지 빠지지 않는 렌즈로 변화하는 렌즈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이어나가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고 생각된다. Ⓒ 65mm F2 DG DN의 외관은 우리에게 익숙한 클래식을 따랐지만, 안에 더해진 각종 기능과 기술들은 최신식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면서도 렌즈로서의 성능은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았다. 작고 가벼운 무게, 뛰어난 화질, 입문자나 전문가, 사진을 가볍게 즐기는 이나 진지하게 대하는 이의 구분을 넘어 렌즈를 추천할 때 어떤 장벽을 가지지 않은 렌즈이며, 아직 만나보지 못한 다른 I 시리즈 렌즈들 또한 이러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SPEC

렌즈 구성

9군 12매

화각

36.8°

조리개 날

9매(원형 조리개)

최소 조리개

 F22

최단 초점 거리

55cmL

최대 지름 x 전체 길이

L 마운트 : Ø72mm x 74.7mm

소니 E 마운트 : Ø72mm x 76.7mm

무게

405g

액세서리

마그네틱 메탈 렌즈캡(Front Cap LCF62-01M)

문의

 P&C, www.saeki.co.kr,

02-3668-3114

 

저작권자 © VDC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