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피사체를 보기 위해서 개발된 망원경은 오랜 기간 다양한 용도로 발전해왔다. 군사 목적, 우주를 관찰하는 천체망원경과 같은 특수 목적이나 극장과 경기장에서 관람용으로 사용되는 작은 크기의 망원경이 그 예다. 하지만, 망원경으로 관찰한 장면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고자 한다면 먼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가 장착된 큰 부피의 카메라를 사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최근 캐논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망원경과 카메라를 합친 제품을 공개한 지 1시간 만에 목표 펀딩 금액의 6044%를 달성했다. 어떤 점들이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캐논의 신개념 콤팩트 카메라 PowerShot Zoom을 만나보았다.

글·사진 장민태 기자

망원 콤팩트 카메라가 선사하는 즐거움

PowerShot Zoom은 1/3형 유효 센서를 탑재해 최대 약 1,210만 화소를 가지고 있는 카메라다. 카메라의 사양만 본다면 최근의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들에 비해 낮은 사양임은 분명하지만, 제품의 용도를 생각해본다면 성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PowerShot Zoom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고품질의 이미지가 아니라 제품이 가지고 있는 극한의 휴대성과 망원 초점거리를 즐기는 사용자의 체험이다.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크기와 약 145g의 가벼운 무게로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며 물리적으로 가까이 갈 수 없는 피사체를 관찰하고 촬영할 수 있다.

피사체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스탭줌

100m 400m 800m

PowerShot Zoom은 35mm 환산 시 약 100mm-400mm의 초점거리를 가지고 있다. 제품의 상단에 위치한 줌 버튼을 통해 100mm와 400mm 광학 줌과 함께 약 800mm의 디지털 줌을 단계별로 사용할 수 있다. 제품을 파지하면 자연스럽게 검지가 줌 버튼에 위치하게 되어 촬영 중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아도 초점거리를 쉽게 변경 가능하다. 실제로 촬영을 위해 야외에서 100mm 초점거리로 주변을 관찰하다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피사체를 발견하면 즉시 초점거리를 변경해 관찰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

관찰에 집중할 수 있는 간편한 촬영 방법

PowerShot Zoom은 촬영에 필요한 셔터 속도, 조리개, ISO 감도 등의 모든 설정값이 자동으로 변경된다. 카메라를 통해 피사체를 관찰하다가 촬영하고 싶으면 눈을 붙인 상태로 간편하게 뷰파인더 하단에 위치한 촬영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최대 약 10fps 고속 연속 촬영과 최대 50매의 촬영이 가능해 움직임이 많은 피사체를 촬영하기에 효과적이다. 캐논의 영상 엔진 DIGIC 8을 탑재해 높은 압축 효율을 가진 H.264 / MPEG-4 AVC 포맷의 Full HD(1920x1080)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촬영 중 손떨림 보정 기능인 POWERED IS가 작동해 다양한 초점거리를 활용해 촬영을 진행해도 흔들림이 적은 영상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약 800mm의 초점거리를 구현하는 디지털 줌을 사용 시 카메라를 고정해 더 안정적인 촬영을 도와줄 수 있는 삼각대 소켓의 부재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고성능의 뷰파인더

망원경을 표방하는 카메라인 만큼 눈을 대고 확인할 수 있는 뷰파인더는 중요한 부분이다. 캐논의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 EOS M50 Mark II와 동일한 약 236만 화소의 0.93인치 고화질 전자식 뷰파인더를 채용하고 있어 촬영은 물론이고 피사체를 관찰함에 있어도 부족함 없는 높은 디테일을 가지고 있다. 아이피스에 눈을 대었을 때 화면과 눈 사이 거리가 약 22mm로 햇빛이 강한 날에도 뷰파인더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방해가 없어 높은 시인성을 갖췄다. 또한, 사용자의 시력에 맞게 사용이 가능하도록 시도 조절 다이얼을 뷰파인더 하단에 탑재하고 있어 약 -3.0 ~ + 1.0m -1 (dpt) 범위에서 간편하게 변경할 수 있다. 이외에도 카메라의 전원을 켠 상태에서 눈을 떼면 화면이 절전상태에 들어가도록 뷰파인더 상단에 센서를 탑재해 배터리 효율이 높인 점 등 곳곳에서 발견되는 장점들로 뷰파인더의 디테일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카메라 왼쪽에 microSD 슬롯과 높은 범용성을 가진 USB C 타입 단자를 가지고 있다. 완충 시 최대 약 1시간의 동영상 녹화 가능 시간을 가지고 있으며 USB C 타입 단자의 채택으로 보조배터리 등의 액세서리로 충전이 가능하기에 야외 활동 시 배터리가 부족해 촬영에 불편이 생기지 않았다.

총평

PowerShot Zoom은 캐논의 독창적인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콤팩트 카메라다. 누구나 넓은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에 올라가서 굳이 설치된 망원경을 이용해 풍경의 피사체를 더 자세하게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런 행동들이 피사체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되는 호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불필요한 풍경들을 배제하고 오로지 궁금한 피사체를 몰입감 넘치는 화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의 재미를 일상 속에서도 느껴보기를 권한다.

SPEC

장민태 기자  theis1121_vd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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