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정확한 것, 쉽고 간편한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불편하지만 하나하나 눈으로, 손으로 조작하는 감각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도 있다. 아날로그 시절의 제품들을 돌아보는 레트로 문화가 주목받으면서,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의 폭은 몰라보게 넓고 깊어졌다. 수십 년 된 클래식 카, LP를 사용하는 턴 테이블, 그 밖에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옛 물건을 길거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 본인의 개성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당당하게 내보일 수 있는 ‘취향’의 시대다.
카메라 업계에서도 잊혀진 제품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수동으로 조작하며 제대로 된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던, 그러나 그만큼 강렬한 추억을 선사했던 필름 카메라다. 오늘은 이 필름 카메라의 감성을 재해석하고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발전시킨 제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롤라이플렉스 인스턴트다.
글·사진 박지인 기자


 

 


시대를 대표하는 이름, 롤라이플렉스
사진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름들이 있다. 라이카와 핫셀블라드, 보이그랜더. 롤라이플렉스도 그중 하나다. 1929년 등장한 독일 롤라이 사의 2안 반사식 카메라 롤라이플렉스는 소형 카메라 시대를 여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는 뛰어난 휴대성과 아름다운 디자인을 양립한 이 카메라는, 지금처럼 간단한 클릭만으로 바다 건너에 있는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기술이 없었음에도 수많은 이들에게 선택을 받아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당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손에 롤라이플렉스가 들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후 35mm 1안 반사식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2안 반사식 카메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지만, 롤라이플렉스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이름으로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업데이트된 클래식
롤라이플렉스 인스턴트는 롤라이 사와 폴라로이드 사의 합작품으로, 1960년대 제작된 롤라이플렉스 2.8F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롤라이플렉스를 대표하는 세로 직사각형의 형태와 2안 반사식 구조, 고개를 숙여 가슴 높이에서 촬영하는 웨이스트 레벨 스타일 등을 적용했다. 롤라이플렉스의 독특한 디자인에서 오는 감성과 눈보다 낮은 높이에서 촬영하는 시선을 그대로 구현한다. 다만 기존 중형 필름 대신 후지필름 미니 즉석 필름을 사용하는데, 셔터를 누른 후 필름을 꺼내 그 자리에서 사진을 인화하는, 흔히 말하는 ‘즉석 카메라’이다. 롤라이플렉스 원작에서 느낄 수 있던 감각들을 복원하는 한편, 필름 인화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불편함은 해소했다.아날로그 기기의 특징을 영리하게 풀어낸 ‘업데이트된 클래식’이다.

 

 


프리미엄 인스턴트 카메라
롤라이플렉스 인스턴트는 원작의 겉모습을 흉내 내는 데 머물지 않고 사진을 담는 카메라로써 뛰어난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초점거리 61mm의 렌즈를 탑재하고 있으며, 선명한 화질 구현의 핵심이 되는 비구면 렌즈 3매로 구성했다. F5.6부터 F22까지 5단계의 조리개 범위를 지원해 최대 개방에서는 부드럽게 흩어지는 아웃포커싱을, 조였을 때는 날카로운 선예도를 경험할 수 있다. 카메라 전면에 노출계를 탑재해 자동으로 셔터 속도를 조절하고, 적정 노출임을 뷰파인더 내 초록 전등으로 표시한다. 적정 노출값은 EV +/- 버튼을 통해 변경 가능하다. 이외에도 내장 플래시 기능과 벌브 모드 기능, 별 모양 보케 기능 등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경험을 남기는 걸작의 힘
롤라이플렉스가 60여 년의 시간을 건너 재탄생한 것은 단지 옛 물건이 유행하는 트렌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당대의 롤라이플렉스는 기술적인 혁신과 미래를 선도하는 제품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이 카메라를 통해 일상과 예술을 기록하고, 가치와 경험을 공유했다. 그 자체로 시대상을 담은 문화유산인 셈이다. 롤라이플렉스 인스턴트를 사용한다는 것은 과거 사진가들의 시선과 삶의 일부분을 공유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상을 기록하는 감각은 분명 다른 카메라에서는 얻기 어려울 것이다. 특별한 경험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레트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카메라다.

 

  • 문의 : 엘리카메라, https://www.allycameras.com/, 02-336-0403
저작권자 © VDC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