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EOS R6, RF24-70mm F2.8 L IS USM, 24mm, F2.8, 1/20s, ISO 100
Canon EOS R6, RF24-70mm F2.8 L IS USM, 24mm, F2.8, 1/20s, ISO 100

EOS R6는 차세대 캐논 풀프레임 미러리스로 충분한 화소수와 저노이즈, 최신 이미지 프로세서 DIGIC X를 탑재했음에도 약 680g이라는 가벼운 몸체를 자랑하는 팔방미인이다. 이러한 매력은 사람을 선뜻 떠나게 만든다. 아직은 쌀쌀하다는 생각이 드는 초봄, 심지어 주말부터 이어진 비로 벚꽃은 떨어지고 푸른 잎사귀만 무성하다. 사람들의 얇은 옷차림 위로 카디건이 걸쳐지는 어느 날, 문득 퇴근길 무거운 몸에도 불구하고 출사에 나섰다.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어두운 날이었으나 짐스러운 삼각대나 플래시라이트는 챙길 겨를이 없었고 그저 EOS R6의 낮은 조도에서도 정확하다는 AF 능력과 손떨림 보정기능만 믿고 낮과는 다른 밤의 생기를 찾아 나선 것이다.



재빠른 대응력의 AF

한 손으로 카메라를 쥐고 산책로를 거니는데,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쳤다. 장난치듯 가까이 다가오다 멀리 도망치더니 자리를 잡고 서서는 반대쪽만 바라보는 모양새가 사진 찍기는 틀렸다 혀를 차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급하게 셔터를 눌렀고, 새침 떨 듯 다시 고개를 돌리고 사라지기 전 짧은 순간을 찍을 수 있었다. 자리를 잡고 기감을 세워 기다린 것도 아닌데 이러한 장면들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빠른 AF 덕분이다. 캐논 EOS R6는 듀얼픽셀 CMOS AF Ⅱ를 적용했다. 이전보다 더욱 진화한 고속·고정밀 AF로 순식간에 피사체의 눈동자에 초점을 맞춘다. 누구나 쉽게 원하는 피사체를 화면에 담을 수 있다.

RF24-70mm F2.8 L IS USM, 24mm, F22, 1/2s, ISO 100
RF24-70mm F2.8 L IS USM, 24mm, F22, 1/2s, ISO 100



절제된 화소, 높은 해상도
도망갈까 봐 가까이 서지는 못하고 멀찍이서 동물 촬영을 하며 가장 염려한 부분은 화소 수였다. 초점이 원하는 위치에 딱 맞았더라도 확대하는 순간 노이즈가 생기면 말짱 도루묵인 탓이다. 특히 EOS R6는 약 2,010만 화소로 다른 모델에 비해 낮은 화소를 채택했는데, 걱정은 기우였다. 캐논의 새로운 플래그십 카메라 EOS R6는 이름에 걸맞은 해상도를 선보였다. 저화소이지만, 출력을 위한 사이즈로 확대해도 해상도가 떨어지지 않아 대형인화 혹은 대규모 크롭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화소가 아쉬울 일은 없으리라 여겨졌다.

RF24-70mm F2.8 L IS USM, 70mm, F2.8, 1/80s, ISO 800
RF24-70mm F2.8 L IS USM, 70mm, F2.8, 1/80s, ISO 800


특히 이날은 하늘이 흐리고 시간이 늦어 감도를 높여야했는데, 동일한 센서 크기 내에서 화소가 많으면 상대적으로 이미지 감도의 상한선이 낮으므로 적은 화소수가 유리했다. 평상시 ISO를 400 이상으로 두지 않는 편인데, 800이나 1000으로 설정해 사진을 찍어도 노이즈가 적어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가볍게 나선 길이었는데, 저장과 보정에만 몇 시간씩 공을 들여야 한다면 주객전도가 되지 않을까? 다행히 고해상도 대비 작은 파일 크기는 합리적이었다. 향상된 DIGIC X를 접목했으니 연사속도도 빠르고 해상력도 안정적이었으며, 카메라 내에서 즉시 간단한 RAW 파일 보정이 가능해 편리했다.
EOS R6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EV-6.5의 저휘도 초점 검출 능력으로 정밀한 AF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육안으로는 새카맣게 보일 뿐이어도, AF가 정확히 초점을 맞추고 암부 복원이 훌륭하여 보정 시 밝고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흔들림 없이 날카로운 결과
EOS R6의 화룡정점은 손떨림 방지 기능이다. 제대로 계획하여 나선 출사라면 모를까 한걸음 한걸음이 무거운 퇴근길 누가 삼각대를 챙기겠는가? 결국, 맨손으로 안전봉 혹은 의자 등 기물에 카메라를 걸쳐놓고 사진을 촬영했는데, 느린 셔터속도를 사용해도 흔들림이 적었다. 과연 될지 의심하며 셔터속도를 5초까지 높이고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말뚝에 지지해 사진을 찍었는데 꽤 쓸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5축 손떨림 보정 기능이 흔들림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내 떨림에 맞춰 바디 센서가 반대로 흔들려 떨림을 합계 0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덕분에 해당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렌즈와 사용해도 준수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고, 손떨림 방지 기능을 탑재한 RF렌즈와 함께 사용하면 최대 8스톱까지 흔들림이 억제된다. 추가적인 장비 없이도 다양한 촬영에 도전할 수 있어 야간촬영뿐 아니라 카페나 재즈바, 미술관 등 삼각대 사용이 어렵고 내부가 어두운 곳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저녁 8시쯤 돌담 그림자 밑에서 F13까지 조리개를 조이고 셔터스피드 1/5초 ISO 400으로 조명과 삼각대 없이 촬영했다. 위가 보정 전이고 아래가 노출만 높여 보정한 사진이다. 얼핏 새카맣게 찍힌 것처럼 보이더라도 암부 정보가 살아있다.
저녁 8시쯤 돌담 그림자 밑에서 F13까지 조리개를 조이고 셔터스피드 1/5초 ISO 400으로 조명과 삼각대 없이 촬영했다. 위가 보정 전이고 아래가 노출만 높여 보정한 사진이다. 얼핏 새카맣게 찍힌 것처럼 보이더라도 암부 정보가 살아있다.

 



마치며
소형·경량화가 시장을 지배하며 가볍고 작은 휴대성을 지닌 카메라가 쏟아졌지만, 그 중 ‘촬영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성능을 그대로 유지한 모델은 흔치 않다. 캐논 EOS R6는 렌즈를 결착해도 여성이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가벼운 무게에 장비 없이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기술력을 갖춘 군더더기 없는 제품이다. 누구라도 편하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으며, 계속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도록 발걸음을 이끌어 자연스레 촬영이 일상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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