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렌즈는 필연적으로 유저에 의해 증명된다. 펜탁스의 FA★85mmF1.4 또한 1991년 출시 이후 오랜 기간 유저에게 사랑받으며 그 능력을 뽐냈다. 그러나 너무 뛰어났던 탓인지 펜탁스는 좀처럼 이를 뛰어넘는 85mm 화각 렌즈를 내놓지 못했다. 이번에 사용한 HD PENTAX-D FA★85mmF1.4ED SDM AW(이하 D FA★85mmF1.4ED)는 그러한 긴 시간 끝에 FA★85mmF1.4의 뒤를 이어 출시된 새로운 스타 시리즈 모델이다. 최고의 이미지 해상력을 목표로 개발되어 높은 해상도와 섬세함으로 촬영을 즐겁게 만든다. 필자가 십여년만의 용인 나들이에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를 제쳐두고 DSLR을 들은 이유다. 소형·경량화를 부르짖는 현 시장의 흐름에 초고성능으로 당당히 맞서는 대구경 준망원 렌즈 D FA★85mmF1.4ED와 함께 맑은 봄 날, 용인 에버랜드로 떠났다.
글·사진 김예림 기자


조화로운 결과물의 준망원렌즈
에버랜드는 경기 용인시에 있는 종합 테마파크로 4~5월이면 동면을 마치고 온실 밖으로 나선 동물들과 만발한 튤립이 아름다운 곳이다. 85mm라는 준망원 화각을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울타리 너머 동물들과 멀리 위치한 놀이기구들, 탐스럽게 핀 꽃 무리와 사람을 모두 찍어야 하는데 망원은 근거리에서의 표현력이 아쉽고, 광각은 피사체 하나하나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D FA★85mmF1.4ED는 적절한 공간감과 높은 표현력이 조화를 이뤄 이미지 중심부부터 주변부까지 선명하고 근거리에서도 뛰어난 이미지를 표현한다. 더하여 과하게 빛 방울이 맺히는 것이 아니라 초점 주변부가 부드럽게 흩어지는 형태의 보케를 취해 피사체와 배경 사이 공간감을 살리고 우아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게다가 길을 나선 날은 아쉽게도 미세먼지 농도가 제법 높았는데, 렌즈 내부를 실링으로 마감한 방진·방적 구조를 지녀 내부로의 먼지 유입을 막아주므로 대기 질에 신경 쓰지 않고 촬영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덧붙여 유·수분을 쉽게 닦아낼 수 있는 SP(Super Protect) 코팅을 적용하여 분수와 군데군데 조성된 계곡의 물방울을 찍을 때도 물 얼룩과 고장 따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24시간 즐기는 매직아워

매직아워(magic hour)란 해가 뜨거나 지는 시간대, 주홍빛 일광이 적정 노출을 이뤄주면서 하늘엔 푸른빛이 돌고 자동차·가로등 불빛이 선명하게 피어올라 낭만적인 색감을 연출하는 시간대를 의미한다. 얼핏 들으면 대충 찍어도 감각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쉽지 않다. 역광으로 색수차가 쉬이 발생하고, 피사체의 암부가 원하지 않음에도 뭉개지는 탓이다. 특히 조명이 매달린 전깃줄이나 나뭇가지 등 가는 물체가 역광으로 인한 색수차에 취약한데, D FA★85mmF1.4ED는 이런 염려를 싹 지워준다. 수차 억제를 위해 Super ED 렌즈(초저분산 렌즈) 3매를 적용했고, HD 코팅 채택은 물론 빛 투과율을 향상시켜 수차·고스트·플레어 발생이 최소화된 고해상도 이미지를 구현한다. 더하여 밝은 조리개로 노이즈 없이 암부를 살려낸다. 특히 일몰 직전 길어진 그림자로 촬영이 까다로운 시간대에도 쉽게 차분하고 우아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무거운 렌즈가 주는 피로도를 감수하고, D FA★85mmF1.4ED를 고른 것이 옳았음을 사진으로 증명한다. 시간대 상관없이 인물과 정물, 풍경에 이르기까지 어떤 주제를 원하든 셔터를 누르기만하면 기대 이상의 결과물로 화답하며, 모든 순간을 마법처럼 꾸민다.

사진이 한 장 한 장 늘어날 때마다 애정이 생기는 좋은 렌즈였다. 다만, 광학성능 대비 합리적인 무게와 크기임에도 매일 함께 하기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만약 휴대성까지 갖추게 된다면, 진실로 적수가 없지 않을까 상상해보며 데일리 카메라보다는 특별한 날을 선명하게 남겨주는 신뢰도 높은 카메라를 찾는 이들에게 HD PENTAX-D FA★85mmF1.4ED SDM AW를 추천한다.

유리벽 너머 맹수의 곤두선 털 가닥가닥의 디테일이 살아있다. 대형 링 타입의 SDM(Super Direct-Drive Motor)를 탑재해 많은 광학 유리로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AF를 보인다. 결과적으로 호랑이가 뛰기 직전 긴장된 근육까지 선명하게 찍을 수 있었다. 대비되어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다른 호랑이 한마리는 보드랍게 표현된다.
유리벽 너머 맹수의 곤두선 털 가닥가닥의 디테일이 살아있다. 대형 링 타입의 SDM(Super Direct-Drive Motor)를 탑재해 많은 광학 유리로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AF를 보인다. 결과적으로 호랑이가 뛰기 직전 긴장된 근육까지 선명하게 찍을 수 있었다. 대비되어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다른 호랑이 한마리는 보드랍게 표현된다.

촬영장소 :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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