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인 반려동물 촬영의 가장 쉬운 해답

“줌렌즈가 있는데 왜 단렌즈를 사용하지?” 필자가 처음 카메라를 접했을 때 한 질문이다. 여러 화각의 렌즈를 제각기 구매해야하므로 비용이 다소 높은 데다 많은 화각을 커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줌렌즈를 사용하면 자유자재로 원하는 화각에 맞출 수 있지만, 단렌즈 분야에선 특정 초점거리 렌즈 제품이 드물거나 없다.
게다가 야외에서 이리저리 렌즈를 바꿔 끼면 센서에 먼지가 앉는 등 불편한 상황도 더 많이 생긴다. 이에 대해 당시 선배 기자는 ‘특유의 얕은 심도표현과 높은 해상력’을 이유로 꼽았지만, 출사 한 번 나서본 적 없는 내겐 와 닿지 않았다. 몇 차례 발로 뛰고, 카메라와 렌즈를 만져보고 나서야 줌렌즈에서도 자주 쓰이는 화각은 정해져 있으며, 줌렌즈와 단렌즈 사이엔 넘기 힘든 성능의 벽이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오늘 소개할 렌즈는 작년 말 등장해 새로운 캐논의 스테디셀러로 자리한 RF50mm F1.8 STM와 특별함을 더하는 RF85mm F2 MACRO IS STM 2종 콤비로, 필자처럼 단렌즈의 필요에 대해 의구심을 지닌 입문자와 일상 속에서 가볍게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이고 싶은 아마추어는 물론 스냅용 서브렌즈를 찾는 프로에게까지 적합한 제품이다
글 김예림 기자 | 사진 엄우산 기자


 


범용성과 휴대성을 두루 갖춘 바디캡 렌즈 RF50mm F1.8 STM
사진 생활을 시작할 때 대다수가 제일 처음 쓰는 렌즈는 카메라 바디에 딸려 구매하는 번들 렌즈다. 번들 렌즈는 가성비 좋은 해상력과 준수한 화각대를 모두 갖췄지만, 사진을 계속 찍다보면 점점 더 밝은 조리개를 찾게 된다.
이때 50mm 화각 렌즈를 첫 단렌즈로 많이 추천한다. 주로 찍는 피사체와 개인의 촬영 스타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일상 속 어떤 상황에도 적합한 렌즈로써 풍경은 물론 인물, 동물 가리지 않고 예쁘게 표현하고 사람이 볼 때 가장 편안한 화각이라 사진 속에 공간감을 구성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밝은 조리개 값을 지닌 덕분에 초보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아웃포커싱 표현도 뛰어나다. 사진작가의 모든 기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렌즈라는 별칭을 지녔을 정도이다.

85mm 준망원 렌즈를 장착해도 한 손으로 부담 없이 셔터를 누를 수 있다.
85mm 준망원 렌즈를 장착해도 한 손으로 부담 없이 셔터를 누를 수 있다.


캐논 RF50mm F1.8 STM은 그러한 50mm 단렌즈의 모든 특징에 휴대성을 더한 ‘바디캡 렌즈’이다. 바디캡 렌즈란 바디캡을 대신해 언제나 카메라에 마운트해 두는 렌즈를 뜻한다. 즉각적인 촬영요구에 부합해야 하므로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휴대성이 좋아야 한다. RF50mm F1.8 STM 은 길이 약 4cm, 무게 약 160g의 콤팩트함으로 시원한 여름 촬영을 돕는다. 종이컵 하나보다 작고 여름용 반팔 티셔츠 한 장보다 가볍다. 아마추어에겐 곁에 두고 계속해서 연습하고 취미와 일상을 함께하는 생활 렌즈로, 프로에겐 부담 없이 하나 갖춰두는 서브 렌즈로 누구에게나 편안한 촬영을 선사한다. 이는 별매인 렌즈 후드 ES-65B를 장착해도 큰 변화가 없다. 마운팅되는 구경과 전체 구경이 작게 설계되어 렌즈에 거꾸로 장착해도 거추장스럽지 않다. 후드 잠금 버튼을 따로 마련하여 고정력도 상승했다.

50mm, F1.8, 1/125s, iso 100 / 한 손으로 리드줄을 잡고, 다른 한 손만으로 셔터를 눌렀다. 가벼운 무게 덕에 한 손으로도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50mm, F1.8, 1/125s, iso 100 / 한 손으로 리드줄을 잡고, 다른 한 손만으로 셔터를 눌렀다. 가벼운 무게 덕에 한 손으로도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vs 돋보이는 결과물, 여친 렌즈 RF85mm F2 MACRO IS STM
50mm 화각에 익숙해지면, 다음으로 고려할 것은 준망원 화각이다. 85mm 화각은 주로 야외 반려동물과 인물 촬영에 사용한다. 그중에서도 85mm F1.2, F1.8 렌즈는 강한 아웃포커싱 효과로 연인을 돋보이게 찍을 수 있어 ‘여친렌즈’라는 별명을 지녔는데, RF85mm F2 MACRO IS STM은 그보다 조리개는 조금 어두운 F2.0이지만, MACRO 기능이 추가됐으며 감도가 높고 노이즈가 적은 최적의 인물 촬영 렌즈로 RF50mm F1.8 STM 단렌즈의 다음 타자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85mm, F2.0, 1/125s, iso 100 /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배경 흐림이 피사체를 돋보이게 돕는다. 최근 반려견의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이 추세로 떠오르는데 RF85mm F2 MACRO IS STM로 도전해도 좋을 것 같다.
85mm, F2.0, 1/125s, iso 100 /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배경 흐림이 피사체를 돋보이게 돕는다. 최근 반려견의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이 추세로 떠오르는데 RF85mm F2 MACRO IS STM로 도전해도 좋을 것 같다.


적절한 거리감을 두고 부드러운 아웃포커싱 효과를 발휘해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을뿐더러 빠른 AF와 기존 EF85mm F1.8 USM 렌즈 모델에는 없던 IS(Image Stabilization)를 탑재해 쉴 새 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반려견의 모든 순간을 담아낼 수 있다. 렌즈 구성 또한 기존 7군 9매에서 UD렌즈 1매 등을 추가한 11군 12매로 재설계하며 수차를 보정하고, 표현의 한계를 줄였다. 게다가 단독으로 최대 5스톱 손떨림 보정 효과를 제공하는 준망원 단렌즈임에도 가볍고 작아 부담이 적다. 필자가 바디에 렌즈를 조합했을 때 제일 처음 한 생각이 ‘85mm도 작을 수 있구나’였다. 50mm가 넘는 준망원 이상 화각 렌즈는 일반적으로 크고 무겁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50mm 렌즈보다 다소 큰 크기임에도 더 가볍게 와 닿았다. 특히 돌출부 없이 손에 쏙 들어오는 매끄러운 원통형 디자인으로 세련미를 더한다.

85mm, F2.0, 1/125s, iso 200 / 푸들의 턱 아래까지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밀어도 눈을 정확히 검출하여, 반려견의 도도함을 한껏 표현하는 한 컷을 남길 수 있었다.
85mm, F2.0, 1/125s, iso 200 / 푸들의 턱 아래까지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밀어도 눈을 정확히 검출하여, 반려견의 도도함을 한껏 표현하는 한 컷을 남길 수 있었다.


더 가까이, 더 크게, 더 유려하게
RF50mm F1.8 STM은 작은 렌즈답게 최단 촬영 거리가 30cm로 단축된 한 편, 최대배율은 0.25X로 늘었다. 접사에 유리해진 것인데, 이전보다 가까이 접근하여 피사체를 효과적으로 부각할 수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SNS 업로드용 1:1 비율 사진을 촬영하기에 편리하다. 흔히 크기가 작아지고, 배율이 증가하면 화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데, 이러한 우려도 PMo 비구면 렌즈 채용으로 지워냈다. 이전 모델과 렌즈 매수는 같지만, RF 마운트용으로 새롭게 설계했으며 뛰어난 묘사력을 발휘하고 왜곡을 억제하는 비구면 렌즈를 채용해 광학 성능까지 개선한 것이다. 덧붙여 렌즈 자체에는 IS가 탑재되어있지 않지만, EOS R5 또는 EOS R6 바디와 조합하여 사용 시 최대 7스톱의 떨림 보정을 제공한다.

85mm, F2.0
85mm, F2.0
85mm, F11
85mm, F11


RF85mm F2 MACRO IS STM 또한 최단 촬영 거리를 크게 줄였다. 0.35m에서 빠른 AF(Auto Focusing)로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다. RF50mm F1.8 STM보다 5cm 더 먼 거리라고 여겨 쉬이 넘길지도 모르지만, 일반적인 85mm 화각 렌즈의 최단 초점 거리는 1m 전후이다. 이 점이 85mm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피사체와 적절한 거리를 두고 교감하여 부담이 적고 사진 내에 공간감을 구성할 수 있지만, 무심코 피사체에 다가서는 순간 초점이 어긋나 사진을 망치게 된다. 반면 RF85mm F2 MACRO IS STM는 여친렌즈 특유의 화각은 유지하면서 접사가 가능해 간격을 조절하며 다채로운 사진 촬영을 즐길 수 있다.


마치며
RF50mm F1.8 STM와 RF85mm F2 MACRO IS STM 두 렌즈를 며칠간 사용하면서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두 렌즈 모두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답게 작은 크기와 저렴한 가격으로 캐논의 기술력을 압축해 중심부·주변부를 가리지 않는 화질 개선까지 이뤄냈다. 또한 밝은 조리개 값으로 노출을 확보하기에 편했다.

50mm, F2.0, 1/125s, iso 6400
50mm, F2.0, 1/125s, iso 6400


가장 놀란 부분은 정숙하고 강력한 AF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반려견과 촬영했음에도 흔들림 없이 초점을 맞출 수 있고, STM(Stepping Moter) 구동 시스템을 채용해 소리에 예민한 반려견이라도 놀라 뛰거나 잠에서 깨는 일이 없었다. 특히 RF50mm F1.8 STM은 귀를 바짝 가져다 대도 소리가 들리지 않아 곤히 잠에 빠진 반려견을 깨우지 않고 보는 사람까지 나른해지는 한 장면을 얻을 수 있었다. 저조도 검출 성능도 한몫했다. 셔터속도와 조리개 값은 그대로 둔 채 감도만 극한까지 올려 촬영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크게 출력할 일이 없다면 야간 촬영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모로 화끈한 성능과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소위 단렌즈 ‘알못’인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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