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모션에 대한 동경이 있다. <매트릭스>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믿을 수 없는 각도로 회피하는 네오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였다. 영화 속 멋진 액션을 재현하고 싶어 몸을 뒤로 젖혀봤지만 균형을 읽고 넘어지는 내 모습은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당시 영화처럼 몸을 천천히 뒤로 젖히면 될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에 몇 번이고 슬로 모션을 시도해봤지만 등과 바닥이 만나는 횟수만 늘어갈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장면을 찍기 위해 수백대의 카메라와 와이어가 이용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스로의 힘만으론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어떤 카메라를 써야 슬로 모션을 찍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슬로 모션은 빠르게 지나가는 인물의 행동을 자세히 보여주면서 관객이 집중함과 동시에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현재는 TV를 켜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기술이지만 단순히 일반 카메라로 슬로 모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슬로 모션을 구현하기 위해선 한 순간에 많은 프레임을 찍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일반 카메라의 프레임 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연스러운 슬로 모션을 구현하기 위해선 짧은 순간 많은 프레임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된 전문 카메라가 필요하다. 
글·사진 이정원 기자 | 자료제공 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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