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4일, 캐논은 갑작스럽게 EOS R3의 개발을 발표했다. EOS R5가 충분히 현역으로 뛰고 있었고 연초에 이뤄진 특허 등록을 제외하고 제품 사전유출은 전혀 없었기에 VDCM 기자 모두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세로 그립 일체형으로 디자인을 채택했다는 것과 EOS R5보다 더 실용적이고 프로의 요구에 밀착한 스펙을 지향한다는 걸 제외하고는 별다른 정보가 풀리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캐논 역사상 드문 ‘3’이라는 명명에서 필름카메라 시절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던 시선 제어 속도와 높은 조작성으로 이름을 날린 EOS-3를 계승하기 위한 모델이라는 것이나 ‘EOS R1'의 개발도 멀지 않았다는 추측을 내놓을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반 년이 지나 캐논은 EOS R3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미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일부 프로 사진기자는 성능을 체감, 성능과 편의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했으며 지금은 일부 앰베서더 등을 통해 세부 사양과 촬영 결과물 퀄리티에 대한 좀 더 면밀한 논의가 오가는 중이다. 발매까지 초읽기만을 남겨둔 캐논의 EOS R3, 이번 호에서는 그 특징을 샅샅이 톺아보고자 한다. 
글 김예림 기자 | 자료제공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DESIGN

EOS R3는 캐논 최상위 기종인 EOS-1D X Mark ΙΙΙ의 모양새를 닮게 디자인됐다. 밤에도 조작이 편리하게끔 동일한 조명 버튼을 탑재했으며, 가로세로 촬영 전환에 용이하게끔 세로 그립 일체형으로 제작해 정면에서 보면 정사각형에 가깝다. EOS R5보다 크기를 다소 키워 그립 부분을 높고 깊게 디자인함으로써 남성 촬영자라도 새끼손가락이 빠지거나 그립과 손아귀 사이 빈 곳이 생기지 않는 안정적인 파지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무게는 줄었다. 약 822g으로 EOS-1D X Mark ΙΙΙ가 1kg을 가뿐히 넘는 걸 고려하면 약 71%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가벼운 동시에 충격에 강한 마그네슘 합금 외장재를 사용했다. 금속이지만, 캐논만의 방열 설계로 자동 전원 오프 온도를 높음으로 설정 시 6K 60p RAW 촬영 모드에서 60분 이상의 동영상 녹화가 가능하다.


PLUS 1 멋스럽고 실용적인 디자인

마그네슘 합금 바디와 딤플 패턴으로 EOS R 시리즈 상위 기종다운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한편 외관 접합부에는 실링을 적용했다. 조작 버튼 및 다이얼, 레버 등도 대부분 실리콘으로 마감해 유·수분과 먼지를 효과적으로 막는다.  


PLUS 2 선명한 제 2의 시야, LED 스크린

스크린도 방진·방적 설계를 갖췄다. 3:2형 스위블 LCD 스크린으로 415만 도트 고해상도 Clear View LCD ΙΙ와 정전 용량식 터치스크린을 채용해 저조도 상황에서도 촬영 방향과 구도에 구애받지 않고 선명한 스크린 확인이 가능하다. 보호 커버 또한 강화 유리를 씌워 견고하고 오래간다. 



HIGH & FAST

EOS R3가 기존 다른 장비와 차별화되는 점을 하나만 꼽아보라면 고속 촬영에 포커싱을 맞췄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연속 fps가 높다는 뜻이 아니다. 전자식 셔터에서 보여주는 최대 30fps의 고속 연속 촬영도 물론 대단하지만, 그 와중 일어나는 정확하고 빠른 피사체 추적과 블랙아웃 Free, 롤링 셔터 왜곡의 감소, 기계식과 전자식 어떤 셔터 모드에도 구애받지 않는 플래시 지원 등은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더 빠르고 정밀한 촬영을 이뤄냈다는 것을 체감하도록 한다. 이 바탕에는 EOS R 시리즈 최초의 이면조사 적층형 풀프레임 CMOS 센서와 DIGIC X의 조합으로 이뤄낸 고화질 고속 처리 성능이 있다. 화소수는 2,410만화소지만, 중심부·주변부, 셔터 속도에 상관없이 모든 이미지가 고해상력을 보여준다. 해상도 차트 평가에선 EOS 5D MRK Ⅳ를 능가하는 해상력을 입증해내기도 한 만큼, 캐논의 차세대 RF 렌즈군의 광학 성능을 100% 끌어내줄 것으로 기대한다.


PLUS 1 AF와 전자 뷰파인더

넓은 AF 영역과 1,053개로 세밀하게 분할한 AF 포인트로 거의 보이는 전 영역에서 AF가 작동한다. 저휘도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고정밀·고속 AF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물, 동물 우선 피사체 검출 외 ‘모터스포츠’ 모드를 추가 개발했다. 딥러닝을 통해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 차량의 차체 및 일부분, 라이더의 헬멧을 감지한다. F1 레이싱 등 촬영 기회가 드물면서 극한의 고속 촬영이 필요한 상황에 밀착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새롭게 개발한 전자 뷰파인더(이하 EVF)가 뒷받침한다. 약 576만 도트와 시뮬레이션 뷰 어시스트 기능을 탑재해 마치 광학 뷰파인더를 장착한 듯 선명한 이미지를 극히 적은 타임랙으로 볼 수 있다.  


PLUS 2 시선 제어 AF 기능

EOS R3의 고속 촬영 보조 솔루션은 새로운 AF 모드와 뷰파인더의 질적 향상에서 끝나지 않았다. 1992년 EOS5 QD에 최초로 탑재되었던 ‘시선 제어 AF' 기능을 부활시켰다. 간간이 시선 제어 기능을 탑재한 기종을 내놨지만, 한계가 뚜렷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약 30년 만의 쾌거다. 뷰파인더를 통해 촬영 포인트를 바라본 상태로 버튼을 누르면 시선 위치에 맞춰 자동으로 AF 프레임이 이동한다. 피사체와 아웃포커싱 포인트를 순식간에 뒤바꿀 수 있는 만큼 AF 포인트 이동을 위한 소모 시간과 중요한 순간을 놓치는 일이 획기적으로 줄지 않을까 추측한다.



VIDEO

영상은 최대 6K 60P/4k 120P 촬영이 가능하다. 오버샘플링 4K 동영상 또한 생성할 수 있다. EOS R5가 8K(7680x4320pixel, 흔히 FUHD) 촬영을 지원했는데 다운그레이드가 아니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본 기자의 생각으로는 프로 시장에 걸맞은 최적화가 아닐까 싶다. 초기 8K 등장 때의 예상보다 8K 대중화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저장장치, 케이블, 모니터까지 8K 영상을 제대로 촬영 및 편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려면 최소 수천만 원이 필요한데 심지어 그렇게 만든 영상을 온전히 관람할 수 있는 상황은 적다. 일부 얼리어답터 기질이 있는 사람과 일부 상위 프로 감독이 아니고서야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FHD뿐 아니라 아직 HD화질도 현역으로 활약 중이다. 원하는 대중이 많지 않은데 굳이 합리적인 프로의 입장에서 8K를 미리 갖출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EOS R5가 다소 호환성이 떨어지더라도 극한의 성능, 발 빠른 8K 지원을 추구했다면 EOS R3는 안정적인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실 상업 촬영 업계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안정성과 호환성이니 내실을 다졌다고 볼 수 있겠다. 충분한 2,410만 화소와 DIGIC X, HQ 모드와 4K RAW의 조합이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다.


PLUS 1 배터리팩과 메모리슬롯

CFexpress와 SD 카드 듀얼 슬롯을 제공한다. VPG400 규격에 대응하는 CFexprss 카드와 SD카드를 함께 사용하면 6K 60P RAW 동영상과 그 이하의 MP4 영상을 각각 동시 기록할 수 있다. 배터리는 EOS-1D X Mark ΙΙΙ와 같은 LP-E19 대용량 리튬 배터리를 사용해 6K RAW 영상을 기준으로 약 3시간 이상의 촬영이 가능하며, 일반 USB C 타입 단자로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AC 전원을 잊었더라도 배터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PLUS 2 멀티 펑션 슈

캐논 카메라 바디 최초로 슈에 센서를 장착한 멀티 펑션 슈를 탑재했다. 전용 액세서리를 통한 무선 파일 전송과 케이블이 필요 없는 마이크 직접 접속, 액세서리로의 전원 공급 등이 기대된다. 이외 유무선 LAN 보안 규격에도 대응하며 원격 촬영, 음성 메모 및 전송 등 전문가를 위한 각종 업무기능을 제공한다. 캐논 플래시와 마이크는 물론 어댑터(AD-E1)를 사용하면 기존 타사 핫슈 액세서리 전 제품도 사용할 수 있다.

저작권자 © VDC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