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mm 크롭, F2.8, 1/640s, iSO100
71mm 크롭, F2.8, 1/640s, iSO100

1953년부터 반세기 넘도록 서울 한복판엔 정작 한국 사람이 방문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는 성역이 있었다. 심지어 서빙고역 인근인데, 미국령으로 주소도 ‘캘리포니아주’였다. 2013년부터 부대가 철수하기 시작해 근래 반환된 ‘용산 미군기지’가 바로 그곳이다. 한국이 아직 개도국이던 1950-60년대, 미군이 주둔하면서 처음으로 세워진 담장 안 미국식 주택과 편의 시설은 당시 한국인에게 충격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미군기지 출입증이 권력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고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와 잘 가꿔진 녹지, 생소한 미국음식과 서양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래곤 힐 호텔은 세련된 미문물의 상징이자 롤모델이었다. 지금이야 건물을 싹 밀고 생태공원을 지으니 새 주택을 지으니 논의가 오갈 만큼 노후 된 옛날 건물로 가득 찬 천덕꾸러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은 기웃거리게 되는 호기심 속 동네임은 분명하다. 해서 이번 호에서는 서울 속 미국, 용산공원을 다녀왔다. 반환된 용산 미군기지 중 일부 장교숙소를 정돈해 일반인에게 개방한 곳으로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층주택과 정원의 조화가 이국적이다. 함께 한 카메라는 RICOH사 GR Ⅲx, 관람객의 시선을 모으는 세련된 콤팩트 카메라를 들고 부러움의 상징이던 現 ‘용산공원’을 다녀왔다.
글·사진 김예림 기자


 

50mm 크롭, F5.6, 1/250s, iSO400
50mm 크롭, F5.6, 1/250s, iSO400


‘구. 장교숙소5단지’, 지금은 용산공원이라 이름 붙은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221’은 아직 포털사이트 지도에는 등재되지 않아 주소만 보고 자가용을 이용하면 무단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은 철조망 담장만 보고 올 가능성이 크다. 완전히 개방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원도 아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할 수 있으며 월·일요일, 신정과 설·추석 등엔 문을 닫는다. 입구는 서빙고역 1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있는데, 장애인을 제외하고는 시설 내 주차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을 추천한다. 정 운전해야 한다면 용산가족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십여 분쯤 걸어야 한다. 입구에 도착하면 차단기 앞에서 체온을 재고, 안내소로 들어가 방문기록을 남긴다. 코로나19로 인한 QR체크와는 별도로 생년까지 꼼꼼히 적고 출입증을 받는 일은 약간 번거롭지만, 특별한 공간에 들어가는 듯해 마음을 들뜨게 한다.

50mm 크롭, F8.0, 1/60s, iSO100
50mm 크롭, F8.0, 1/60s, iSO100
71mm 크롭, F16, 1/100s, iSO100
71mm 크롭, F16, 1/100s, iSO100

절차를 마치고 안내소 뒷문으로 나서면 5개 주택단지와 공원, 촬영하느라 바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개방 후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붉은 벽돌집과 널찍한 녹지, 아름답게 비추는 빛 덕분에 순식간에 쇼핑몰 촬영 명소가 됐다. 단장한 모델들이 점퍼니 원피스니, 옷을 갈아입으며 포즈를 취하는 것도 의외의 볼거리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의 군부대 숙소가 상업 촬영 명소가 됐다는 것도 재미있는 이야기다.

F2.8, 1/640s, iSO100
F2.8, 1/640s, iSO100
71mm 크롭 F16, 1/80s, iSO100 벽 너머, 부의 상징 같던 미국식 건물과 철조망 너머, 발전한 서울의 상징 남산타워.
71mm 크롭 F16, 1/80s, iSO100 벽 너머, 부의 상징 같던 미국식 건물과 철조망 너머, 발전한 서울의 상징 남산타워.

 



RICOH GR Ⅲx

RICOG(이하 리코)는 그간 28mm 단일 화각의 콤팩트 카메라를 선보였다. 50년 넘게 SLR 카메라와 렌즈 시장을 선도하면서 쌓은 기술력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쓰기 편한 콤팩트 카메라를 만들었고,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타사에서 하나둘 콤팩트 카메라를 뒷길로 밀어낼 때도 견고한 콤팩트 카메라 제작에 신경을 썼다. 덕분에 수많은 아마추어와 대중이 리코의 색감으로 세상을 담았다. 이번 호에서 함께 용산공원을 방문한 GR Ⅲx는 리코가 처음으로 내놓은 40mm 화각 모델로 50mm와 71mm 크롭 기능을 제공해 보다 스냅사진에 특화됐다. 재빠른 하이브리드 AF, 직관적인 터치 LCD 모니터, 11개 기본 이미지 제어 모드 등 누구나 가볍고 즐겁게 여러 분위기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끔 돕는다. 취향에 맞춰 색을 바꿀 수 있는 링 캡도 매력적이다. 기본은 검은색이지만, 오렌지색과 보라색을 추가 구매할 수 있어 기분 전환에 좋다. 매일매일 다른 컬러로 질리지 않는 매력의 GR Ⅲx라면 촬영 실력도 발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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