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까 말까, 고민을 안겨주는 곳이 있다. 기후도 생활양식도 비슷하고 비행기로 고작 두 시간이 안 걸리지만 친근한 듯 낯선 문화와 분위기, 일본이다. 역사, 경제, 정치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이웃이라기엔 문화도 사고방식도 이질적이고 지나치게 이국의 향기를 풍긴다. 아마 얼핏 겉모습만큼은 닮아 더 괴리감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글·사진 김예림 기자
일본의 의식주 니지모리 스튜디오
일본 여행을 망설이는, 그러나 그 문화는 체험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지난 9월, 경기 북부 동두천 산골에 숨어있던 촬영용 세트장이 모두에게 문을 열었다.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원래 드라마 촬영을 위해 일본 에도시대의 작은 마을을 재현한 곳이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외국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정식 오픈 전부터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붉은 토리이로 된 입구를 지나면 옛 일본식 가옥과 연못, 성곽으로 이루어진 거리가 펼쳐진다. 기모노를 입어볼 수 있는 의상실과 정식·톤부리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 떠나기 전 기념품을 사기 좋은 소품점과 양과자점 등이 있다. 어쩌면 진짜 도쿄(옛 에도)보다 더 우리 상상 속의 일본에 가까운 모형 마을이다. 종업원도 모두 일본식 의복을 차려입고 관광객이 짧은 여행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우며 차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천천히 구경하다 멈춰 사진 찍기에 좋다.
작은 일본을 촬영한 렌즈는 카메라·렌즈 전 제품을 일본 내에서 생산·조립하는 ‘SIGMA(이하 시그마)’의 18-50mm F2.8 DC DN | Contemporary다. 시그마 최초의 APS-C 바디용 미러리스 줌렌즈로 풀프레임 기준 약 27-75mm 넓은 표현 범위를 가져 언제 어디서나 쓰기 좋다. 워낙 크기가 작아 다른 줌렌즈와 비교하면 마치 모형처럼 보인다. 무게가 약 290g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fp L 바디에 장착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이 중에 필자만큼 작은 장비를 챙긴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아마 이미지 화질은 세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SLD 렌즈 1매와 비구면 렌즈 3매를 포함한 총 10군 13매의 모자람 없는 광학 설계와 최대 개방 값 F2.8인 조리개가 광각·망원 화각을 가리지 않고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해가 구름에 가려진 날이라 감도를 높이고 조리개도 F5.6 이상으로는 조이기 어려웠지만, 사진 모서리까지 샤프하고 왜곡이 없었다. 그러나 후에 촬영 사진을 확인하면서 제일 놀란 점은 포커스 브리딩이 적다는 점이었다. 광각 촬영에서 렌즈 코앞 물체에 초점을 맞췄을 때와 백 미터 이상 떨어진 건물에 초점을 맞췄을 때, 시네마 렌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두 사진 사이 화각 차이는 집중하고 살펴봐야 찾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영상을 촬영할 일이 거의 없는 탓에 평소 포커스 브리딩을 신경 쓴 적이 없는데 똑같은 사진을 여러 장 찍은 줄 알고 넘기려다 발견한 의외의 특장점이다. 최상의 광학 성능이나 가장 밝은 조리개를 지닌 완벽한 렌즈는 아니지만, 기대를 뛰어넘는 매력을 보여준다.
INFORMATION
니지모리 스튜디오
주소 : 경기도 동두천시 천보산로 567-12
운영시간 : 11:00-21:00 (입장마감 19:30, 연중무휴)
제한사항 : 만 19세 이하 어린이 및 동물 출입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