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0-R+Summaron-M 28 f/5.6 | F5.6, 1/60s, iSO 400
M10-R+Summaron-M 28 f/5.6 | F5.6, 1/60s, iSO 400

라이카는 카메라가 단순한 기계가 아닌 사진이라는 ‘경험’을 전달하는 매개라 설명한다. 1954년부터 이어진 M 시리즈에는 라이카의 이러한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렌즈와 분리된 별도의 거리 측정계를 이용해 초점을 잡는 고전적 방식 RF 메커니즘은 상대적으로 사용하기 어렵지만, 사진 애호가들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M 시리즈를 사용하길 꿈꾼다. 이는 라이카만의 철학이 있기에 가능하다. 카메라가 기록을 위한 도구이기에 촬영자는 감정에 집중해 자신만의 해석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 찰나의 순간 셔터를 누른 이유를 생각한다. 질문에 대한 답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발굴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진 한 장 한 장이 라이카가 추구하는 M 시리즈의 ‘경험’이다. 과정의 가치를 이해할 때 비로소 M 시리즈는 빛난다. 

사진과 글은 사유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만난다. 라틴어로 ‘찌름’을 뜻하는 푼크툼은 관객이  작품을 볼 때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찌름’이라는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푼크툼은 자신의 경험에서 오는 감정을 동반한다. 무심하게 바라보면 흔한 장면 속에서 사진가는 서사를 이끌어낸다. 작년 봄에 만난 양경준 작가도 그랬다. 어렸을 적 울음이 많던 작가에게 눈물을 잘 참아야 남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던 아빠. 작가는 그런 아빠의 눈물을 보았을 때 카메라를 들었다. 그가 삼킨 눈물을 사진으로 변주해 아빠 개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남자는 우는 거 아이다” 시리즈를 완성했다. 부모를 떠올리면 누구에게나 다양한 사연과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평범한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설이 되고 사진이 된다. 사진의 끝엔 항상 이야기가 있다. 
글·사진 박정하 기자 


 

M10-R+Summicron-M 35 mm f/2 ASPH | F4.8, 1/45s, iSO 800
M10-R+Summicron-M 35 mm f/2 ASPH | F4.8, 1/45s, iSO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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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에 떠난 일본 여행에서 엄마가 작은 디지털카메라 한 대를 사줬다. 
그때 닿은 사진과의 연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사용법도 잘 모르면서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보이는 그대로 사진을 찍었다. 
당시에는 사진을 찍는 행위를 단순히 ‘좋다’라고 밖에 설명을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장 보이는 결과물이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온 것 같다. 
가방 안에 책은 없어도 카메라는 항상 있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마다 친구들의 모습을 담는 것이 좋았다. 
이상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카메라를 두면 어색함이 쉽게 풀리곤 했다. 
19살엔 처음으로 필름 사진을 찍었다. 
노출이 엉망이다. 그런데 그 사진에 애정이 간다. 
몸에서 암실 냄새가 폴폴 나던 시절엔 거칠게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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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0-R+M10-R+Summaron-M 28 f/5.6 | F6.8, 1/250s, iSO 1600
M10-R+M10-R+Summaron-M 28 f/5.6 | F6.8, 1/250s, iSO 1600

 


Leica M10-R
2017년부터 출시된 ‘M10’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M10-R’은 M10-P와 외관과 스펙이 비슷하지만 4천만 고화질 화소가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Resolution(해상도)를 뜻하는 ‘R’을 제품명 뒤에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M10과 M10-P에서 없어졌던 라이카의 붉은색 로고를 다시 새기고, M10-P부터 탑재된 저소음 셔터 기능을 적용했다. 조용한 작동은 촬영자가 사진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며, 최소한의 흔들림으로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최소 100에서 최대 50,000까지의 넓은 ISO 범위를 제공하며, 전원을 끈 상태에서 ISO 조정 다이얼로 미리 세팅 값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최대 노출 시간도 16분으로 증가해 별의 흐름을 담을 만큼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덕분에 어두운 환경에서도 촬영자의 자유와 창의성은 보장된다. 
M10-R은 M10 모노크롬 버전 센서에 컬러 센서를 부착한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카메라에 탑재된 센서는 Raw 모드에서 더 넓은 다이나믹 레인지를 제공하며, Raw 파일은 14비트 DNG 형식으로 기록된다.
내장된 전자식 뷰파인더 또는 터치스크린 모니터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전자식 뷰파인더에는 광 프레임과 거리 설정을 위한 측정 영역이 표시된다. 초점을 맞추는 방식은 전자식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두 개의 장면이 하나로 만날 때까지 초점 링을 돌려야 하는 ‘이중 합치’ 방식이다. 전자식 뷰파인더는 광 프레임 레인지 파인더로써 렌즈에 연결되는 정밀한 측정계이기도 하다. 모니터 화면은 거리 및 조리개 설정에 따라 렌즈를 통해 투영되는 것과 똑같이 피사체를 표시한다. 라이브 뷰 모드를 통하면 초점이 맞춰지는 피사체의 윤곽선이 붉은색으로 강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라이카 M 렌즈는 비트 코딩 여부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렌즈 타입을 수동으로 입력해 최상을 품질을 얻을 수 있다. 6비트 인코딩의 라이카 M 렌즈를 사용할 경우 자동으로 렌즈를 인식해 수동 설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M 렌즈 외에도 액세서리로 제공되는 라이카 R 어댑터를 이용하면 라이카 R 렌즈 사용도 가능하다. 
라이카 M10-R은 빈티지 사진 애호가들이 소중히 여기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M 시리즈만의 특성을 경험하기에 완벽한 카메라다. 

M10-R+M10-R+Summaron-M 28 f/5.6 | F5.6, 1/950s, iSO 400
M10-R+M10-R+Summaron-M 28 f/5.6 | F5.6, 1/950s, iSO 400


"
퇴근 시간,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 안에서 
한 아주머니가 자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짐을 받아 
무릎 위에 올렸다. 미소가 지어졌다. 
‘위로’는 먼저 손을 건네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주를 이기는 게 사람 마음이란다” 
어디선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일이 사람 마음에 달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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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0-R+M10-R+Summicron-M 35 mm f/2 ASPH | F2.0, 1/750s, iSO 800
M10-R+M10-R+Summicron-M 35 mm f/2 ASPH | F2.0, 1/750s, iSO 800

앞 좌석에서 케케묵은 옷장 냄새가 났다.
어디 좋은 곳을 가시나.
오랜만에 꺼낸 옷을 입을 만큼.

 


 

M10-R+M10-R+Summaron-M 28 f/5.6 | F5.6, 1/250s, iSO 400
M10-R+M10-R+Summaron-M 28 f/5.6 | F5.6, 1/250s, iSO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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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날, 
아빠와 눈사람을 만들던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아갔다. 
아빠는 그날을 기억할까. 
먹고사는 일이 바쁜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리려면 
꽤나 어린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시간 빈곤자’ 일하는 시간에 쫓겨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자.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너는 왜 그렇지 못하냐고 다그치는 아빠가 미웠다. 
엄마를 통해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아빠를 도무지 이해할 방법이 없었다. 
아빠의 아빠, 할아버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 
극장에 걸리는 포스터를 그리거나, 
길거리에서 액자에 담은 그림을 팔며 돈을 벌었다. 
60년대 예술가는 가난했다. 
아빠는 일찍이 집을 나와 아빠가 없는 것처럼 세상을 살았다.
가정을 꾸렸을 때, 아빠는 가족을 지키는 방법으로 
무조건 돈을 버는 것을 택했다. 
아빠는 자신의 아빠가 죽었다고 했다. 
내가 사진을 시작하고 한참 뒤에 아빠는 
어릴 적 집에 암실이 있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한 
할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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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0-R+M10-R+Summaron-M 28 f/5.6 | F5.6, 1/250s, iSO 400
M10-R+M10-R+Summaron-M 28 f/5.6 | F5.6, 1/250s, iSO 400

 

 

 

M10-R+M10-R+Summaron-M 28 f/5.6 | F5.6, 1/30s, iSO 400
M10-R+M10-R+Summaron-M 28 f/5.6 | F5.6, 1/30s, iSO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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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화.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지만 
우리는 가끔 변하지 않는 것을 바란다. 
영원성을 원할 때 이름을 불러본다. 
이름은 한 사람의 표시 이자 염원의 기호다. 
부를 때마다 소중하고 단단해서 
마음 놓고 부를 수 있는 이름은 부서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사랑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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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0-R+M10-R+Summaron-M 28 f/5.6 | F11, 1/8s, iSO 40
M10-R+M10-R+Summaron-M 28 f/5.6 | F11, 1/8s, iSO 40

 


Leica Summaron-M 28 f/5.6
1955년, 라이카 광각 렌즈를 대표하던 28mm Hektor f/6.3을 대신해 최대 개방 조리개가 더 밝은 Summaron-M 28 f/5.6이 발매됐다. 라이카 M 시리즈에서 가장 콤팩트한 광각 렌즈 중 하나이며 시그니처 올드 렌즈로 유명하다. 현 Summaron-M 28 f/5.6 렌즈는 광학 설계 및 기계식 구조가 1963년 제조된 모델과 동일해 ‘28mm 복각 주마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래된 렌즈 설계를 그대로 이어올 만큼 초기의 설계 완성도가 높았다는 뜻이다. 올드 렌즈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개방 조리개 수치만 어두울 뿐, 뛰어난 색 재현력을 자랑한다. 파스텔톤 계열의 색감과 주변부에 생기는 비네팅은 28mm 특유의 왜곡과 어우러져 아련한 느낌을 준다. 최신 바디와 올드 렌즈의 조합은 아날로그 사진을 연상시킨다. 이는 라이카 유저들이 라이카 카메라를 즐기는 방식이기도 하다. 

Summaron-M 28 f/5.6의 전용 후드인 SOOBK.
Summaron-M 28 f/5.6의 전용 후드인 SOOBK.

Summaron-M 28 f/5.6는 6비트 코딩을 지원해 M 바디에 마운트 시 카메라에서 바로 렌즈를 인식한다. 초점 손잡이의 버튼을 눌러 초점링 잠금을 해제할 수 있으며, 부드럽고 견고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최소 촬영 거리는 1m로 피사체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했을 때 정확하고 빠른 포커싱이 가능하다. 또한 2cm의 작은 렌즈 길이는 촬영자가 길거리에서 부담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도와준다. 함께 제공되는 렌즈 후드는 황동 재질로, 레인지파인더 포토그래피의 초창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모양을 갖추고 있다. Summaron-M 28 f/5.6이 주는 아날로그 감성은 Summicron이나 Summilux가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수동 초점 방식이 어색한 이들은 Summaron-M 28 f/5.6을 제대로 다루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도전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매력 있는 렌즈다. 정제되지 않은 투박함을 선호한다면 꼭 한 번 만나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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