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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생생히 담는 열쇠, Canon RF100-400mm F5.6-8 IS USM
400mm, F8, 1/4000s, iSO1600

세계 누구나 스포츠 앞에서 하나가 된다. 특히 축구는 각별하다. 경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어디선가 한 번씩은 축구를 하고 또 응원한다. 선수 수십 명이 공 하나만을 보며 전·후반 90분 동안 뛰어다니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반면 90초 남짓 만에 승부가 결정되는 경기도 있다. 말과 사람의 합작 경기, 경마가 그러하다. 경마는 열 마리 내외의 말이 동시에 출발해 달리고 결승선까지 먼저 들어오는 순서로 순위를 겨루는 스포츠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경기 시간 자체는 길어도 2-3분, 프로급 경주마라면 거리에 따라 1분 내외면 승부가 난다. 이 때문에 사진을 찍기는 매우 까다롭다. 한국에서 정식 경마를 촬영할 수 있는 곳은 경기도와 부산, 제주도의 경마공원 단 세 곳뿐이고 경기가 매일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도 한 경기가 끝나면, 다음 경기를 치르는 말들이 다치지 않도록 수차례 돌을 고르고 땅을 다지기 때문에 한 컷을 놓치면 한 시간가량을 기다려야 된다. 미리 경로를 알아두고 자리를 맡아 삼각대를 설치하고 당일 날씨에 맞춰 초점을 이동하며 노출을 조정해놔야 한다. 카메라를 연속 촬영 모드로 설정하는 것도 필수다. 만약 사전준비가 되어있지 않는다면 셔터 두세 번도 누르지 못하고 기회 한 번을 날린다. 그러나 어려운 촬영인 만큼 폭발하는 사람과 말의 시너지를 제대로 카메라에 담았을 때의 기쁨은 크다. 이번 신년 호에서는 2022년 한국 경마 100주년을 맞아 서울 경마공원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함께한 렌즈는 캐논의 RF100-400mm F5.6-8 IS USM으로 기동성이 높아 어려운 경마 촬영을 쉽게끔 도와주는 제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일시적으로 내려간 때, 서울경마공원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방역수칙을 지키며 대중에게 개방된 포토존 외 좀 더 말 가까이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글·사진 김예림 기자

캐논 RF100-400mm F5.6-8 IS USM은 무엇보다 기동성을 우위에 둔 모델이다. 100-400mm 망원영역에도 약 635g, 물 한 병 무게 정도이며 크기는 텀블러와 유사하다. 덕분에 망원렌즈지만 핸드헬드 촬영이 가능하다. 망원 렌즈가 핸드헬드 촬영이 가능한 게 어떻게 장점이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삼각대를 설치하는 필자를 보며 안내해주시는 분이 “말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낫다.”라고 조언했는데 정답이었다. 패닝 촬영이라도 할 요량으로 삼각대를 준비했지만 몇 번 찍어보니 좌우뿐 아니라 위아래로 요동치는 말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없는 편이 움직이기 편했다. RF100-400mm F5.6-8 IS USM는 UD렌즈 1매와 비구면 렌즈 1매를 통해 준수한 묘사력을 유지하는 한편 렌즈 내부에 손떨림 보정 광학계를 탑재해 사용자가 쉽게 핸드 헬드 촬영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크고 가볍게 찍으려다 보니 F5.6-F8 가변조리개를 탑재했지만, EOS R 시스템 바디와 함께하면 저조도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고속·고정밀 AF를 지원해 촬영에 빠른 촬영에도 문제가 없다. 당일 마운트한 바디는 캐논의 첫 번째 풀프레임 미러리스 EOS R이다. 초당 8매의 사진을 연속으로 찍는다. 백여 장을 한 번에 찍으려면 다소 처리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서보 AF 모드를 사용해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모두 담을 수 있다. 아쉽게도 F2.8 이하대의 동글동글 아름다운 원형 보케는 보기 어렵지만, 사진 속 공간이 납작해지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피사체와 배경이 제대로 분리되는 깔끔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결과물이 선명해 짐작하기 어렵겠지만, 감도도 꽤 높여 촬영했다. 셔터 속도를 평균 1/4000로 두고 촬영했기 때문인데 높은 감도 특유의 약간 자글자글한 느낌이 경마의 역동성을 살려주기 때문에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뒤의 두 페이지는 모두 실제 경기와 그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설정값을 적었으니 참고하여 적은 시행착오로 멋진 경마 사진을 건지길 바란다.

400mm, F9, 1/2000s, iSO1250 | 흰 말 한 쌍, 신경이 날카로운 경주마가 아닌 승용마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정면에서 촬영이 가능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두 마리 흰 말이 함께 들어오는 모습은 서울 경마공원 직원도 간혹 보는 희귀한 장면이라고 한다.
200mm F8 1-4000s iSO1600 경주 전 함께 마장을 돌며 교감하는 말과 기수
100mm, F8, 1/4000s, iSO1600 대기 장소로 향하는 말

고작 몇 분 만에 우승마가 결정된다. 이 짧은 경기를 위해 말은 최소 3-4주 힘을 비축한다. 한 번 뛰면 10-20kg이 우습게 빠지기도 한다. 사력을 다한 한판이다. 성적이 좋지 않든 좋든 경기를 끝낸 말과 사람은 탈진한 듯 터덜터덜 대기 장소로 돌아온다. 누군가는 그저 드라마와 영화 속 과장처럼 불법 도박의 대상으로만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말과 기수에게 경마란 온 힘을 쏟아부어 달리기를 겨루는 고되지만 긍지 넘치는 스포츠다. 사람의 호흡과 말의 호흡이 등자 하나로 이어지고, 다음 질주를 기약한다.

135mm, F8, 1/4000s, iSO1600
400mm, F8, 1/4000s, iSO1600
400mm, F8, 1/1250s, iSO1600
400mm, F8, 1/1250s, iSO1600
325mm, F9, 1/2000s, iSO1250

김예림 기자  yr21_vd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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