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같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전혀 다른 사진이 태어난다. 장비를 다루는 솜씨와 빛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진은 빛을 다루는 예술이다. 노출 정도와 색채의 대비, 암부와 명부를 얼마만큼 드러낼지 선택하고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성공한 사진과 실패한 사진을 가르는 요인 중 하나는 촬영자가 원하는 빛을 사진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는지 여부다. 이때 렌즈 필터를 사용하면 초보자라도 더 쉽게 빛을 다룰 수 있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동안 정확한 색 구현을 위한 광학렌즈 개발에 몰두해 온 독일 브랜드 슈나이더(Schneiderkreuznach)와 함께 빛이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어떤 필터를 사용하면 촬영에서 빛의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글·사진 김예림 기자


오직 앞만 보는 빛

빛은 직진한다. 광원(태양 등)으로부터 오직 한 방향으로 내리꽂는다. 이를 빛이 피사체를 비추는 방향에 따라 순광·역광·사광 등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편의에 따른 구분일 뿐 사실 이 중 어떤 빛도 우리는 볼 수 없다. 빛은 직진하고 사람의 눈은 정확히 시신경에 직진으로 날아오는 빛만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빛의 옆모습을 볼 수 없다. 즉, 빛이 피사체를 위에서 비추든 옆에서 비추든 사람은 빛이 어디에서 비추는지 볼 수 없고 순광이니 사광이니 하는 구분은 각종 반사광과 그림자 덕에 가능한 것이다. 누구는 흔히 빛내림이라 하는 빛줄기가 뻗은 모습을 빛의 옆모습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우리는 직진하는 빛의 모습을 반사하는 반사광을 볼 뿐이다. 사람이 보는 모든 빛은 특정 물질에서 반사되어 우리 눈에 직진으로 달려드는 반사광이다. 심지어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태양 빛조차 그러하다. 사람은 공기 중 무수히 많은 산소와 질소 분자, 수증기와 먼지가 만드는 반사광을 본다. 빛줄기가 아주 맑은 날보다 구름이 낀 날 자주 관측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리쬐는 빛을 수많은 부유물이 반사해야 사람은 이를 빛줄기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만약 빛의 옆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사람의 눈은 사방에 가득 찬 태양 빛으로 이미 멀어버렸을 것이다.


파동을 지닌 빛

25mm, F2.8, 1/640s, iSO100 달리는 전철에서 창밖으로 셔터를 눌렀다. 창문 얼룩이 심한 탓에 반사가 아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B+W BASIC MRC CPL Filter를 사용한 덕에 더러운 창문 너머 광경을 비교적 또렷하게 담았다.
25mm, F2.8, 1/640s, iSO100 달리는 전철에서 창밖으로 셔터를 눌렀다. 창문 얼룩이 심한 탓에 반사가 아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B+W BASIC MRC CPL Filter를 사용한 덕에 더러운 창문 너머 광경을 비교적 또렷하게 담았다.

빛이 직진한다고 해서 일직선으로만 움직인다는 것은 아니다. 양자역학에서 정의하는 빛은 ‘전자기파 중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이다. 빛이 전자기파라는 건 빛이 단일 입자가 아닌 무수히 많은 전기장과 자기장의 상호 직교로 이루어진 파장이라는 뜻이다. 마치 라디오를 통해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 빛도 파동과 주파수를 지녔고, 사람의 시신경은 이 중 특정 빛 영역(보통 380-700nm)만을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보라색은 파장이 짧고 빨간색은 긴데 우리는 이 영역을 벗어나 훨씬 더 짧거나 긴 파장을 각각 자외선, 적외선이라고 부른다. 만약 우리가 황조롱이였다면 자외선도 가시광선으로써 엄연한 색이름을 지녔을 것이다.


편광(Polarized Light)이란?

편광 필터는 렌즈에 고정되는 부분과 편광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회전판으로 이뤄졌다.
편광 필터는 렌즈에 고정되는 부분과 편광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회전판으로 이뤄졌다.

파장인 빛은 자연 상태에서 진동 방향에 제한이 없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각각 수직으로 수평으로 정해진 폭만큼 진동하며 직진한다. 이중 특정 파장 영역(폭)의 빛만을 통과시키는 게 일반적인 컬러 필터라면,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만 통과시키는 걸 편광이라고 한다. 물리적인 방어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구잡이로 렌즈를 향해 돌진하는 빛 가운데 필터에 나 있는 틈을 통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만이 센서로 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벽에 난 문의 역할이다. 두 팔과 몸을 위로 휘저으며 문으로 향하는 빛은 문을 통과하지만, 팔을 넓게 벌려 흔드는 빛은 문을 통과하지 못한다. 문이 아닌 벽을 향해 돌진하는 빛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 문을 대각선으로 또는 수평으로 낸다면 반대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난반사를 걸러낸 빛을 센서에 전달해 결과적으로 선명한 사진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액세서리를 편광(이하 PL)필터라고 한다. 2장의 투명한 광학 유리 사이 슬릿 형태의 편광막이 들어간 구조로 필터를 회전 시켜 받아들일 빛 각도를 변경할 수 있다.

 


CPL(Circular Polarized Light) 필터란?

이해를 돕기 위해 편광 필터의 원리를 단순화한 그림. 수직편광막이 수직으로 진동하는 빛만 통과시킨다.
이해를 돕기 위해 편광 필터의 원리를 단순화한 그림. 수직편광막이 수직으로 진동하는 빛만 통과시킨다.

CPL 필터는 원형 편광 필터다. 기존 PL 필터의 단점 보완을 위해 등장했다. PL 필터는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만을 센서로 통과 시켜 어지러운 잡광을 막는 선형 편광 필터인데 대다수 일안 반사식 카메라와 AF 기능을 켠 DSLR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노출과 거리 계측을 위해 이미 카메라 내부에 편광성을 지닌 반사거울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PL 필터는 이를 교란시켰다. 따라서 걸러낸 빛을 다시 사방으로 진동하는 원형 편광으로 만들어야했다. 해결책은 PL 필터 내부에 1/4위상차판(파장판) 한 장을 더해 선형편광을 산란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CPL 필터라고 한다. 물론 최근 카메라는 기술 발달 덕에 AF 기능이 PL 필터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확하고 폭넓은 사용을 원한다면 애초에 PL보다는 CPL 필터를 고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더하여 CPL 필터의 난반사 제거 효과는 순광·역광 상황보다는 태양과 필터가 90° 각도를 이룰 때 가장 크다. 하지만, 일기 상황과 촬영 조건에 따라 너무 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편광판을 돌려가면서 원하는 정도의 효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F2.8, 1/320s, iSO100 B+W BASIC MRC CPL Filter 사용
F2.8, 1/320s, iSO100 B+W BASIC MRC CPL Filter 사용


어떤 CPL 필터를 사용해야 하나요?
1 비네팅이 발생하지 않는 필터
모든 필터를 고를 때 따져야 하는 문제다. 망원보다는 광각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필터 프레임으로 인해 빛을 덜 받는 가장자리에 비네팅이 발생할 수 있다. 갈수록 프레임이 얇은 필터가 늘어나는 건 이러한 까닭 때문이다. 슈나이더 또한 28mm 이상 광각 영역에서는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특히 B+W 제품군은 대체로 프레임이 아주 얇은 초슬림 모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광학 기술력으로 초광각 영역에서 비네팅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더하여 나사선이 여타 제품보다 많아 렌즈에 필터가 단단히 결합한다. 편광판을 돌려가며 촬영해야하는 CPL 필터에는 중요한 사항이다.

CPL 필터를 사용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는 검은색을 제대로 까맣게 표현하는 것이다. 촬영하다 보면 예상외로 검은색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빛 반사로 밝아지기 때문인데 CPL 필터는 이를 억제한다.
CPL 필터를 사용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는 검은색을 제대로 까맣게 표현하는 것이다. 촬영하다 보면 예상외로 검은색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빛 반사로 밝아지기 때문인데 CPL 필터는 이를 억제한다.

 

2 꼼꼼한 보호 코팅을 적용한 필터
일부 필터는 렌즈캡 대신 사용되곤 한다. 바람직한 습관은 아니지만, 필터 위로 렌즈캡을 하나 더 씌우는 것이 번거롭고 촬영 시 기동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일반 촬영에서도 자주 쓰이는 CPL 필터도 그런 종류 중 하나다. 따라서 렌즈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터 자체의 효과 유지를 위해서도 강력한 보호 코팅이 필요하다. 코팅이 벗겨지면 성능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슈나이더의 B+W 필터 전 제품에 적용되는 MRC 코팅 기술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았다. 내열성 강화 코팅으로 내구도를 높이고 정전기로 인한 이물의 접착과 스크래치를 방지한다. 야외에서도 필터에 먼지가 잘 붙지 않고 툭툭 털어도 흠집이 생기지 않아 거리낌 없이 촬영에 임할 수 있다.

F2.8, 1/80s, iSO400 B+W BASIC MRC CPL Filter는 음식 촬영에도 쓰인다. 음료나 국물 있는 요리의 투명 정도를 결정할 수 있다.
F2.8, 1/80s, iSO400 B+W BASIC MRC CPL Filter는 음식 촬영에도 쓰인다. 음료나 국물 있는 요리의 투명 정도를 결정할 수 있다.

3 색을 정확하게 구현하는 필터
CPL 필터는 반사광을 줄여 깔끔한 색을 구현하는 데 목적을 둔 제품이다. 풍경 촬영에선 공해와 스모그로 인해 뿌옇게 찍히는 걸 막고 쇼핑몰 촬영 시엔 제품의 정확한 색을 끌어낸다. 즉, 색이 틀어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B+W의 CPL 필터 제품군은 우수한 투과율로 편광을 제외한 가시광선을 정확히 투과해 사진의 채도와 콘트라스트를 높이고 뛰어난 광학 코팅으로 색수차와 플레어에서 벗어난다. 보정하지 않아도 선명한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F2.8, 1/500s, iSO100 동일 조건 촬영.B+W BASIC MRC CPL Filter를 회전시켜 편광 효과를 조절할 수 있다.
F2.8, 1/500s, iSO100 동일 조건 촬영.B+W BASIC MRC CPL Filter를 회전시켜 편광 효과를 조절할 수 있다.

 


B+W BASIC MRC CPL Filter
슈나이더의 B+W BASIC CPL 필터는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높은 품질의 광학 필터다. 필터 프레임에 톱니와 격자를 새겨 체결과 편광 방향 조절이 쉽고 기존 B+W CPL-E 라인업보다 부드러운 회전으로 강력한 효과를 나타낸다. 프레임은 다른 B+W 프리미엄 라인 필터와 마찬가지로 고순도 황동 링을 사용했다. 고른 압력 분산으로 필터가 렌즈에 잘 결합하며 내구성이 뛰어나다. 이전 모델은 프레임 컬러가 유광 블랙이었지만 BASIC은 무광으로 고급스러움을 끌어올린 것도 특징이다. 하드케이스가 아니라 천으로 된 소프트 케이스를 채용한 게 다소 아쉽지만, 가격은 합리적이다. 파란 하늘을 파랗게, 유리 너머를 선명하게, 빛이 비추는 방향을 자유자재로 변환하고 제품을 분명하게 촬영하고 싶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제품이다. 

F5.6, 1/125s, iSO200 동일 조건 촬영. B+W BASIC MRC CPL Filter를 사용한 오른쪽 사진이 유리창 잔상 없이 깔끔하다.
F5.6, 1/125s, iSO200 동일 조건 촬영. B+W BASIC MRC CPL Filter를 사용한 오른쪽 사진이 유리창 잔상 없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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