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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는 물음은 없다 : 포토저널리스트 신웅재

의미 없는 물음은 없다

포토저널리스트 신웅재

Another Family ©Shin Woong-jae

한 장의 사진이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건을 사진으로 전할 때는 극적인 구성이 효과적일까, 아니면 잔잔하게 사건의 전말을 읊조리는 방식이 적절할까. ‘삼성 반도체 공장 피해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을 담은 신웅재의 <Another Family>는 목격자로서 혹은 참여자로서 사진을 매개로 세상에 물음을 던지는 작업이다. 물음이 사유와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신웅재는 끊임없이 질문하며 스스로의 의식을 반성하고 살핀다. 모든 물음은 의문에서 시작되며, 자각하게 하는 것이 사진이 가진 힘이다.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담긴 그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한다.

글 박정하 기자

Another Family ©Shin Woong-jae

Another Family ©Shin Woong-jae

Another Family ©Shin Woong-jae

Another Family ©Shin Woong-jae

Another Family ©Shin Woong-jae

Another Family ©Shin Woong-jae

Another Family ©Shin Woong-jae

Another Family ©Shin Woong-jae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이야기되는 순간, 사람들은 모든 것을 망각하기 시작한다. 망각은 문제에 대한 사유와 공감, 이에서 비롯되는 행동의 변화를 소멸시킴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똑같은 문제와 비극을 반복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는 망각을 촉진하며, 이는 가해자가 지난 힘에 제곱 비례한다.” (Another Family 작업 노트 중)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과정

Q. 사진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다. 왜 다큐멘터리와 포토저널리즘이라는 분야를 택했는지 궁금하다.

타임지의 르완다 제노사이드 특집을 보고 처음 포토저널리즘이라는 장르를 지각하게 됐다. 제임스 낙트웨이의 사진은 마치 지옥도가 펼쳐진 것처럼 큰 충격을 주었다. 르완다 투치족의 집단학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는데, 단순히 시각적인 자극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 후로 스스로 사진 책을 찾아보며 매그넘이라는 집단을 알게 됐고, 로버트 카파의 사진을 보고 마음이 요동침을 느꼈다. 제임스 낙트웨이를 시작으로 매그넘까지 내 안에 사진 한 장 한 장이 쌓여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모든 걸 바쳐서 이일 하는가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진은 세상을 바꾸진 못하지만 사진을 보고 행동하는 사람은 세상을 바꾼다. 여러 가지가 섞여 있지만 내가 다큐멘터리와 포토저널리즘을 선택한 이유다.

Q. 홈페이지를 보면 작업이 서울과 뉴욕, 다큐멘터리와 포토저널리즘으로 나뉜다. 각각의 결이 어떻게 다른지, 또 이들의 연결고리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슈가 있어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에 한계를 느꼈다. 일본의 사진작가 다이도 모리야마는 “사진이라는 것은 내가 본 것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의 기록”이라 말했다. 사진을 찍는 방법이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더라. 스스로를 가두었던 벽이 허물어지면서 찍는 순간 느끼고, 셔터를 누르며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서울은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도시로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고찰이다. 뉴욕은 그곳에 사는 나를 관찰하는 일기이다. 다큐멘터리는 현장이고, 포토저널리즘은 시각적 진술이다. 모든 작업은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나’로 귀결된다.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사명이 아닌 무한 책임

Q. GQ 매거진에 실린 작가 본인이 쓴 글에서 “스스로 다큐멘터리와 포토저널리즘에서 가장 경계하는 말 중 하나가 ‘사명감’이다”라는 문장을 읽었다. 이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설명이 필요하다.

사진을 찍기 앞서 사명감이 먼저 튀어나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특히 어떤 사회 이슈에 대한 사진을 찍을 때는 사명감이 아니라 무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 카메라를 들었다고 권력을 부여받은 게 아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다룰 때에는 사명감 뒤에 숨어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사진이 태생적으로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엔 동의하지 않지만 사진을 찍는 행위가 폭력적일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타인의 고통, 사회 이슈가 없으면 존재하지 못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와 포토저널리스트는 나를 포함해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Q. 삼성 반도체 공장 피해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을 담은 <Another Family>는 처음 투쟁이 시작된 2007년이 아닌 2013년에 시작한 작업이다. 투쟁 중간에 작업을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

삼성 반도체 공장 피해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2009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뉴스로 처음 이 사건을 접한 한동안 잊고 지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끝났을 줄 알았던 사건이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됐다. 언론에서 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과 초점이 삼성에만 맞춰져 있었다. 이 사건과 관련한 그간의 기사들을 찾아보며,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로 결심했다. 반올림에 연락해 작업의 목적을 알리고, 2013년에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작업은 7년간 이어졌고, 그 사이 삼성은 여러 번 협상을 시도했다. 2018년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사건을 일단락 시켰을 뿐이다.

Q. 현장에서 대상을 충분히 존중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작가만이 보고 들은 그들의 이야기와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사진을 찍기 전에 나는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진을 찍으며, 지금 내가 대상을 만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너는 누구니”를 먼저 물어볼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냐를 얘기한 후 허락을 구하면 사진을 찍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 작업을 할 때에도 그렇게 작업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발전해 나갔다. 타인에 대한 호기심은 작업의 동기는 될 수 있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확신이 있어야 한다. 내가 왜 찍는지 모르는 대상은 찍으면 안 된다. 한 번은 휠체어를 타고 있는 피해자를 만났는데 자신을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라 했다. 평생 불치병을 안고 살아야 하지만 여기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를 계속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신들이 뭔데 나를 이렇게 소비하냐 물었다. 삼성 반도체 공장 피해 노동자들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질문을 던지고, 어떤 때에는 세게 질책하기도 했다.

What Lies Beneath ©Shin Woong-jae

What Lies Beneath ©Shin Woong-jae

What Lies Beneath ©Shin Woong-jae

What Lies Beneath ©Shin Woong-jae

What Lies Beneath ©Shin Woong-jae

사유하는 질문

Q. 작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현장은?

세월호 합동 분향소에서 한 남자의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를 잃은 슬픔은 단장을 찢는 아픔이라고 한다. 단장은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뜻한다. 그날 찍은 사진을 볼 때면 아직도 그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Another Family>작업의 경우 피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을 했다면, 세월호 합동 분향소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Q. 국가의 억압에 저항하거나, 누군가가 감추려 했던 순간들을 기록하는 현장에서 작가 개인의 주관성을 배제하기 힘들 것 같다.

어떤 이슈에 호기심이 간다면 그 이유에 대해 계속 질문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왜 이것에 끌리고 이것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한다. 사유의 과정에서 주관이 들어간다. 현장에서 수많은 장면들 중 내가 선택한 장면에 이미 주관이 들어가 있다. 어떤 포토저널리스트들은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진의 객관성을 보장하는 것은 캡션이다. 육하원칙에 따른 캡션은 최소한의 사실을 증명하는 도장인 셈이다.

Behind the Signs: An old lady from New York. Sept. 17, 2011. ©Shin Woong-jae

Behind the Signs: Jason Boutot from New York. Sept. 17, 2011. ©Shin Woong-jae

Behind the Signs: Kristine Jang from New York. Sept. 17, 2011. ©Shin Woong-jae

Behind the Signs: Michael Perry from Charlestoen, WV. Oct. 22, 2011. ©Shin Woong-jae

“2011년 9월 17일에 시작된 ‘Occupy Wall Street Movement(이하 OWS)' 운동은 2011년 10월 15일 전 세계적인 ’Global Day of Action'의 정점에 달했다. OWS 운동은 단순히 시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스민 혁명으로 막을 연 2011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역사적 움직임으로 자리했다.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2011년 올해의 인물로 Protester(시위자)를 선정하기에 이른다.” (Behind the Signs 작업 노트 중)

Q. <Behind the Signs>은 다른 작업과 다르게 일정한 형식으로 피사체를 담았다. 피켓에 적힌 메시지 보다 피켓을 들고 있는 인물 자체에 대한 시선이 보인다.

피켓에 적힌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슨 사연이 있어서,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몇몇 활동가들과 반자본주의 성향의 무리들이 치기 어린 반항으로 시작한 소동으로만 여겼다. 나날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시민이 합류하기 시작했고, 단순히 시위하는 장면만 기록한 것을 반성했다. 그리고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Q. 반도체 공장 피해자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세월호 합동 분향소에 도착했을 때에도 감히 셔터를 누르기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그럼에도 사진을 찍은 이유가 무엇인가?

사회 이슈나 타인의 고통을 사진으로 찍는다는 것은 현상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과 결과물에 대한 무한에 가까운 책임의식이 동반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면 정신적, 감정적 동요가 생기더라도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상황과 순간에 무조건 사진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무리 ‘포토저널리스트’라고 해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작업이라는 이유로 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해냈다”라는 자기만족을 지양하고 “왜”라는 질문을 던져 끊임없이 의심하고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핑계일 수도 있지만 중도에 멈춘 작업도 있고, 시작을 못한 프로젝트도 있다. 과연 내가 스스로 포토저널리스트라고 칭할 수 있는지 의심만 깊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웅재는 언어학과 기호학을 공부하고 뉴욕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에서 다큐멘터리와 포토저널리즘 과정을 이수한 후 포토저널리스트로서 사진에 헌신하고 있다. 자아를 성찰하며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고, 더 나아가 사회 이슈들을 목격하고 증언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사진이 인간의 사유와 행동의 시작점 혹은 변화의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면서. www.shinwoongjae.com

박정하 기자  vdcma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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