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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라이카 카메라는 스케이트보더이면서 포토그래퍼인 레이 바비와 콜라보 한 Leica D-LUX 7 VANS x RAY BARBEE를 선보였다. 반스와의 협업을 기점으로 라이카 D-LUX 7은 자유와 젊음을 상징하는 카메라로 떠올랐다. 단순한 생각으로 청춘을 논하며, 멋진 그림을 만들어볼 심산으로 스케이터를 섭외했다. 그런데 스케이터 유지웅을 만난 날 필자의 생각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타 문화를 바라보는 앝은 관점을 반성하며, 기사의 방향을 틀었다. 필자의 시선으로 프레임을 씌우기 보다 있는 그대로의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보여주려 한다. 능숙한 기술을 부리기까지 어마어마한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들만의 문화를 즐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이제는 안다. 쿨한 감성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지만, 순수한 즐거움은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에 위치해 있다. 스케이트보드 문화는 그 위에 존재한다. 
 
글·사진 박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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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ateboad means everything
 
“보드는 얼마나 타야 실력이 늘어요?”스케이터 유지웅에게 물었다. 툭 던진 질문에 비해 통찰력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보드 실력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아요. 열정에 비례하죠.” 스케이트보드를 한 번도 타 본 적 없는 사람의 씩씩함과 스케이트보드가 인생의 절반을 차지한 사람의 담대함이 만났다. 하지만 둘은 누구보다 자신의 분야를 진지하게 파고든다는 점에서 통한다. 그렇기에 유지웅이 선택한 단어‘열정’이 삶 전부를 뜻하기도 한다는 것을 이내 알아챌 수 있었다.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평생 가야 할 길을 개척해 가는 이들을 존중한다. 스케이터가 그렇다. 한국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것만으로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긴 쉽지 않다. 프로 스케이터들이 서로 기회를 나누며, 스케이트보드 신(Scene)을 넓히기 위해 힘쓰는 이유다. 최근 1~2년 사이 스케이트보드가 급속도로 유행하면서 강습 요청으로 전에 없던 돈벌이가 생겼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가볍게 치고 빠지는 사람도 늘었다. 이러한 흐름은 그간 스케이터들이 쌓아올린 곤조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스케이트보드 입문에 앞서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1940년대, 캘리포니아 서퍼들은 파도가 없는 날이면 맨땅에서도 서핑을 즐기길 원했다. 이러한 서퍼들의 갈망은 스케이트보드의 시초가 되어 파도를 타는 즐거움을 땅에서도 누릴 수 있게 됐다. 화려하고 다양한 기술들의 탄생으로 스케이트보드는 크게 발전했지만, 스케이트보드의 근본은 원초적인 즐거움에 있다. 친구들과 길거리를 다니며 자유롭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것이 문화의 시작이기에 스케이트보드 문화는 독자적인 유스 컬처로서 또 소수가 만들어가는 서브컬처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스케이트보드가 올림픽 공식 종목이 되면서 스포츠로서 스케이트보딩이 확장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화로서 스케이트보딩이 더 우위에 있는 이유는 유대와 애착이라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늘 스케이터가 있고, 있었다. 그들은 1999년 고양시 호수 공원에 스케이트보드 파크를 조성했으며, 2012년 중구의 *컽트를 주차장 유치로부터 지켜냈다. 스케이터는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이끌어가는 주체자로서 자신을 젊음을 바친다. 스케이터의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 스타일에서도 이러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면 스케이트보드 신(Scene)의 세계관을 저절로 따르게 된다. 스케이트보드 문화는 스케이터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이러한 섬세한 감수성을 이해해야만 겉멋이 아닌 진심으로 스케이트보드에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부끄러움 없이 스케이트보드를 타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이 가능하다. 컬트 스케이트 파크의 방문은 일상의 환기로 작용했다. 스케이터를 대변하기에는 축약된 글이나 조금이라도 태도와 문화를 적립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컬트: 한국을 대표하는 스케이트보드 스팟으로, 지금은 사라진 지하 쇼핑몰 ‘컬트’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컬트는 지도상 훈련원공원으로 표기되며, 한국 스케이트보드 문화의 추억과 역사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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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for beginner : Leica D-LUX 7 

사진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만, 사진을 즐기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렵다. 오래 사진을 찍다 보면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이럴 때는 가벼운 똑딱이 카메라 한 대를 챙겨 무작정 걷는다. 라이카 D-LUX 7은 매일 사진을 찍으며, 자신만의 감각을 찾아가는 카메라 입문자들이 일상을 함께 하기 좋은 카메라다. 시간이 흘러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감각을 만들어주는 첫 카메라와의 인연은 그만큼 소중하다. 무거운 장비에 익숙해진 필자는 D-LUX 7의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 잠시 숨 트는 시간을 가졌다. 이동 거리와 상관없이 상쾌한 컨디션을 유지했으며, 촬영 중 에너지 소모도 덜했다. 
 
D-Lux 7은 포써드 센서, 다용도 렌즈, 날렵한 디자인이 특징인 콤팩트 카메라다. 4/3 포써드 MOS 센서는 11fps 연속 촬영 속도, UHD 4K 30p 비디오 녹화, 최대 감도 25600을 지원해 다양한 조건에서 적절한 결과를 제공한다. 선명한 이미지를 구현하는 DC VARIO-SUMMILUX 1:1.7-2.8 / 10.9-34 ASPH 렌즈는 35mm 환산 기준 24-75mm의 초점 거리를 지녔으며, 밝은 조리개와 광학 이미지 안정화 기능도 탑재됐다. 가벼운 무게 대비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한 라이카의 지혜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번 촬영에서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소형 플래시와 연속 촬영 모드를 번갈아 사용했다. 스케이트보드가 지나가는 순간이 예상보다 훨씬 빨랐고, 기술과 속도에 따라 편리한 방법을 선택했다. 조명 모드, 플래시 모드, 싱크로, 플래시 노출 등의 설정은 플래시 메뉴에서, 연사 매수는 드라이브 모드에서 설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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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ateboad & Leica 

좋아하는 문화를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예술로서의 사진, 문화로서의 스케이트보드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시작과 중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은 아름답다. 스케이터들은 우연히 스케이트보드 타는 사람을 만나서, 우연히 버려진 스케이트보드를 발견해서, 우연히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모든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 건 그들의 선택이다. 자신의 것을 제대로 알아본 날을 잊지 않길 소망한다. 부상을 겪고도 스케이트보드를 포기하지 않는 정신은 라이카 카메라를 만드는 장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이들이 없었다면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라이카라는 브랜드가 세상의 화두로 떠오르는 날은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Last word
 
스케이트보드의 유행으로 스케이터를 모델로 삼는 상업 목적의 촬영이 늘어났다. 기사를 쓰는 시간 동안 스케이터의 입장이 되어보았다. 과장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것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여러 기술을 실현시키는 도구가 아닌 하나의 인격으로서 스케이터를 바라보자. 상호 존중의 협력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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