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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앙대 사진과 천경우 교수, 사진이란 언어로 소통하며 진정한 의미의 나를 만나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주최한 코로나 극복 응원 사진전 '보이는 소리들'

지난 3월 VDCM 편집부는 여러 대학의 사진학과 학생들과 함께 코로나 상황에서 슬기롭게 학과 생활을 할 수 있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난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고 멈췄던 일상은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유례없는 질병 사태가 남기고 간 상흔을 완전히 치유하기 위해선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호에선 코로나 사태의 아픔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사진가들의 이야기를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천경우 교수와 함께 나눠봤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천경우 교수

1992년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해외에서 활동을 하던 중, 귀국해 모교의 교편을 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독일을 거점으로 살며 지속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19년 동안 주로 독일에서 생활했고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작업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하며 쌓아온 경험과 작품에서 지향하는 뜻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천경우 교수

10여 년 동안 학생들과 협업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로 인해 프로젝트를 원활히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당시 학생들의 반응과 학과 차원에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현재는 코로나 사태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수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 2년여간은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사진학과 전체가 소통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든 소통 수단이 멈춘 것은 아니었고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사진이라는 언어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로 했다. 표현 방식에 따라 사진은 만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언어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봄부터 거리두기로 인해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에도 사진학과 학생들의 주도 하에 ‘보이는 소리들(The Visible Voices)'이란 명칭의 코로나 극복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보이는 소리들’은 중앙대학교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진을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획됐고 많은 학생들과 대중에게 관심을 받았다. 이후 총 12개 학과 학생들이 참여한 코로나 극복 응원 사진전을 열게 되면서 사진 180여 점을 온라인과 서울 캠퍼스에 전시하기도 했다.

포토북 과제 전시를 진행하는 학생들의 모습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으셨나요?
아무래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모습에서도 그동안 해소되지 못하고 쌓여온 소통을 향한 갈증이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가 부정적인 영향만을 남겼다고 보진 않는다. 사진가는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고 세상 누구나 그렇듯이 예상하지 못한 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어려운 상황은 불안과 제한된 조건을 가져다주지만 창의적인 사고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자신의 방을 전시장으로 만들거나 도시의 빈 공간을 찾아 전시를 하는 등의 열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평온한 시대엔 경험하지 못할 절실함 속에서 이뤄진 활동이었기에 더욱 희망적인 신호로 다가왔다.

외국인 교수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학생들의 모습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해외 대학과 국제교류가 활기를 띠고 있다. 국제교류를 위해 중앙대학교 사진과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는 오래전부터 학생들이 폭넓은 세계관을 기르고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 3명의 외국인 교수들과 함께 1학년 때부터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며, 외국어 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어 휴학이나 방학 중에 해외에 체류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학생이 많다. 또한, 해외 5개 대학 사진 관련 학과와 직접 교환학생 제도를 운영하면서 해외 다른 문화권의 도시에서 학기를 보내는 학생들이 매학기마다 있다. 학과 내에도 유학생과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아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수업을 통해 세계관을 넓혀가면서 활발하게 교류할 수도 있다. 현재 아시아와 유럽권의 학생 23명이 재학 중이다.

다채로운 형태로 진행되는 수업 현장의 모습

앞서 사진가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씀을 주셨다. 하지만 수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대학에서 개개인의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 학생들이 지닌 고유한 개성을 부각해주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완전한 창작이 어려운 이유는 정해진 답을 찾는 일이 아니고 고유한 시각을 찾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이 오랫동안 이뤄진 주입식 교육으로 미디어의 영향력에 취약하고 정해진 답을 찾는 데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자신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사진을 해야 하는 진정한 필연성을 찾기 위한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교수들의 역할은 학생들이 자신도 미처 알아채지 못한 고유한 특성과 창의적으로 잘할 수 있는 세부 분야를 함께 찾아내는 조력자가 되는 데 있다. 시각예술뿐만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다양한 분야의 역사와 지금 일어나는 사회현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미사진미술관 현장 실습 모습

매해 많은 신입생들이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찾아온다. 사진학과에 오기 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진은 시대의 기술적 발전에 따라서 가장 민감하게 변화하는, 그야말로 유기적인 동시대 언어이다. 흔히 사진을 언어가 아닌 기술적인 매체로 이해하고 사진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있다. 20여 년 전에는 카메라를 기술적으로 잘 다루는 것만으로도 높은 사회적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화와 함께 장비들이 간편화됐고 특정 기술과 분야를 제외하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촬영 기술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바야흐로 모두가 사진가인 시대가 된 것이며 기술적인 능력이나 감각에 의존하는 사람보다는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를 찾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카메라를 들고 연습하기보다는 좋은 문학이나 음악, 영화 등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심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귀 기울여 보고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언어 방식을 통해 넓은 세상과 소통하려는 꿈을 가져야 한다.

교단 위 천경우 교수

어느 대학교의 학생이든 취업은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현재 취업을 고민 중인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선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무엇이든지 도전을 해보길 바란다. 세상에는 사람들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길이 있고 새로운 길일수록 매끄럽지는 않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에선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생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새로운 도전보다는 잘 될 확률이 높은 직장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고 소모적인 업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 우리 학과 재학생의 경우 취업이 가장 큰 고민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시대는 더 이상 기업의 일원이 되거나 노동의 대가로만 경제적 삶을 영위하는 시대가 아니며 자신의 고유한 삶을 추구해야 하는 시기다. 자신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가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하며 이는 취업의 길 일수도, 여러 가지 일의 병행일 수도 있다.

중앙대학교에서 진행한 화요 영화 프로그램에서 소통하는 학생들의 모습

마지막으로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최근 SNS가 활발해지면서 타인의 일상을 쉽게 엿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누군가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담긴 사진을 보며 자신의 삶과 비교하고 정작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말았다. 이럴 때일수록 기계 속 세상보다는 불편하지만, 현실의 공간에서 사람들과의 소통하며 세상을 마음껏 경험하길 바란다. 또한 앞으로 있을 수많은 과정들 속에서 멋지게 실패하는 경험도 한 번쯤 해봤으면 좋겠다. 타인이 아니라 자신과 대화하며 본능에 충실하라!

이정원 기자  vdcma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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