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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교수의 사진이야기, 존 시스템(Zone System)체계적인 흑백사진의 노출값 도출

여기 <A Memory of Eternal Land _ 보디Bodie>라는 제목의 이 사진은 필자가 미국 사진 유학 중 대학 때 존 시스템(Zone System)이라는 과목을 공부하면서 촬영했던 사진이다. 또한, 한국에 귀국해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하며 전시했던 작품 중 하나다. 촬영했던 주요 장소는 미국의 사막지대인 캘리포니아, 유타, 애리조나 등이었는데, 그곳의 오브제들을 통해서 태초의 모습과 다양한 흔적의 기억들을 담아내려 했다. 이 흑백의 사진 보디(Bodie)는 캘리포니아 주에 속해 있는 조그마한 마을로 지금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유령도시 고스트 타운(Ghost town)의 낡은 화장실을 촬영한 사진이다.

A Memory of Eternal Land _ 보디Bodie &#9400;이준식

필자는 아마추어 시절 대학교 사진반 동아리에서 흑백필름으로 촬영해서 자가 현상과 인화를 학교 암실에서 처음 경험했었다. 그 당시엔 나름 동아리 학생들을 가르치며 전시회를 열만큼의 경험치는 있었다. 그런데 1996년경 사진 유학 중 존 시스템이라는 과목을 공부하면서 흑백 사진에 있어서 완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시스템은 미국 풍경 사진의 대가로 불리던 안젤 아담스(Ansel Adams)가 고안해낸 것이다. 피사체의 톤이 촬영자가 원하는 예견된 톤으로 재현될 수 있도록 미리 계산된 노출로 촬영하여 계산된 현상 시간을 통해 필름의 농도를 조절하는 식이다. 다시 말해 흑백 사진의 톤과 콘트라스트를 노출, 현상 과정을 통해 유기적으로 조절하여 최종 인화물을 사진가가 얻고자 하는 다양한 톤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고안된 과학적인 접근방식이었다.

현재의 디지털 방식으로는 포토샵의 커브나 레벨을 이용한 톤의 콘트라스트 조절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때 그 과정을 경험하며 느낀 것이 “이곳 미국의 사진 교육은 풍경사진을 가르쳐도 무척이나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가르치는구나”하고 느꼈다. 섬세한 테스트를 통해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하는 모습이 그 당시 사진을 공부하는 나에겐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러한 방식 자체가 미국의 교육시스템을 단편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필자가 촬영한 이 사진<A Memory of Eternal Land _ 보디Bodie>은 당시 학교에 다닐 적에 존 시스템이라는 워크숍을 통해서 얻은 결과물이다.그 워크숍은 총 6주 정도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2주일은 이론 공부, 2주일은 촬영, 2주일은 필름현상과 인화 그리고 전시로 이루어졌고, 촬영 주간에는 본인의 콘셉트에 따라 자유롭게 촬영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필자는 그중 안젤 아담스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촬영했던 캘리포니아주에 속해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갔다. 촬영지를 그쪽으로 정한 이유 중 하나는 안젤 아담스가 필자의 롤모델이기도 하고 담당 교수가 그곳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학생들과 함께 촬영하며 지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후배 두명과 함께 며칠 동안 그곳 요세미티에 머물며 이곳저곳 멋진 장면들을 촬영했다. 그곳과 멀지 않은 장소에 위치한 보디(Bodie)라고 불리는 고스트 타운(해발 2554m 고지대 광산)에서도 촬영했는데, 앞에 소개된 <A Memory of Eternal Land _ 보디(Bodie)>가 위의 사진이 그 당시 촬영된 사진 중 하나이다.

말 그대로 황량한 사막 같은 곳에 조그만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외형이 대부분 낡고 녹슬고 먼지나 거미줄이 그대로인 채였다. 그중에서 필자 눈에 뜨인 것은 외진 곳에 나무판자로 지어진 다 쓰러져가는 화장실이었다. 필자는 삼각대를 받혀놓은 상태에서 35mm 광각렌즈가 장착된 캐논 EOS 1N 카메라로 촬영했고, 조리개는 최대한으로 조이고 빨간색 필터와 편광필터를 함께 사용하여 촬영했다. 그 이유는 화면의 선예도를 최대한으로 높이고 하늘과 흰 구름을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연출하기 위함이었다.

존 시스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 하이라이트 디테일과 섀도 디테일을 잘 표현하는 것이다. 화장실의 밝은 부분이 존7, 어두운 그림자 부분이 존3의 톤으로 디테일이 모두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최종 프린트에 재현될 때도 중요한 톤이 제대로 재현돼야 보기에도 좋고 흑백 톤이 풍부한 사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필자는 암실에서 일포드 브롬갤러리 3호 파이버베이스(Fiber base) 8X10인치 인화지로 약 10~15매 정도의 테스트 프린트를 통해 딱 3장 정도의 마스터 프린트를 얻을 수 있었다. 결과물에 대한 평가도 교수와 학생들로부터 최고의 평점을 받을 수 있었다.

A Memory of Eternal Land _ 델리케트 아치Delicate Arch &#9400;이준식

필자는 그 당시 워크숍에서 만들어진 사진과 워크숍 이후 미국에서 작업한 흑백 풍경 사진을 더해 2000년 12월에 장충동에 있는 갤러리화인에서 귀국 전시회 겸 개인 전시회를 열게 됐다. 그때의 전시회 타이틀이 <A Memory of Eternal Land>였고,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촬영된 <A Memory of Eternal Land _ 델리케트 아치Delicate Arch>도 그 당시 전시되었던 작품 중 하나였다.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에 있는 1500여 개의 아치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아치다운 모습을 한 이 델리케트 아치는 해발 1474m 꼭대기에 마치 거대한 조각과 같이 우뚝 서 있었다. 그리고 유타 주의 자동차 번호판에 그려져 있을 정도로 유명하여 유타(Utah) 주의 심볼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길가의 사막에 놓여있는 아치같이 보이지만 그 높이도 5층짜리 건물 높이의 우뚝 선 돌로 된 아치였다. 필자는 잘 닦여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돌산을 한나절 올라가서 이 장면 딱 한 컷 건졌다.

글쓴이 소개

이준식은 한양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룩스 사진 대학(Brooks Institute of Photography)과 동대학원에서 광고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디지털사진을 전공하여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미디어 아트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개인전 'Woman' Brooks Gallery, Santa Barbara, USA, 'A Memory of Eternal Land' Gallery Fine, Seoul, 'On Blurscape', Baum Art Gallery, Seoul, 'Purification' Baum Art Gallery, Seoul 등을 전시하였으며 현재는 신구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VDCM 편집부  vdcma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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