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는 종교적 의미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설치하는 장식물로 시작했다. 하지만 쭉 뻗은 전나무에 반짝이는 전구와 형형색색의 장식품을 매달아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덕분에, 오늘날 낭만의 상징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래서인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롯데월드몰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엔 수많은 연인들이 몰려들었다. 단체 관광온 외국인들은 꺄르르 웃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이날 사람들의 가슴 속엔 저마다 빛나는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한땀한땀 새겨졌을 것이다. 다음날이면 일상으로 돌아가 지인들에게 그날의 행복한 순간을 얘기하며 추억을 꺼내볼 수 있게... 이처럼 크리스마스 트리는 꼭대기에 자리잡은 커다란 별과 그 아래를 화려하게 수놓은 불빛을 볼 수 있어야 제맛이다.

그런 의미에서 캐논 EOS RP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촬영하기에 꼭 맞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다. 무게가 440g에 불과해 들고 다니기 편하고, 0.05초의 빠르지만 부드러운 AF를 통해 인파로 붐비는 공간에서도 피사체를 빠르게 추적해 촬영할 수 있다.

캐논 EOS RP
캐논 EOS RP

시선과 발걸음을 사로잡은 크리스마스 트리

이날 촬영은 EOS RP에 RF50mm F1.2 L USM 렌즈를 장착해 진행했다. EOS RP의 해상력과 RF50mm F1.2 L USM의 예술적인 보케(빛망울)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해가 지고 나서 사무실을 나섰다. 쌀쌀한 저녁 날씨에 옷깃을 여민 사람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하지만 웬일인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된 거리로 들어서면서부터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필자는 함께 발걸음을 옮기다가 거리 곳곳에 배치된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에 저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F/7.1, 1/80s, ISO 4000
F/7.1, 1/80s, ISO 4000

어두운 상황에도 빠르고 정확한 AF 성능

EOS RP는 무게 약 440g로 휴대용 생수 한 병의 무게보다 가벼워 빠르게 다양한 피사체를 찍기에 적당했다. 0.05초의 빠르지만 부드럽고 끊김 없는 AF 성능은 오가는 사람이 많은 시내 중심가에서 촬영할 때 굉장히 유용했다.

EOS RP는 약 2,620만 화소의 35mm 풀프레임 CMOS 센서와 캐논만의 영상 엔진인 DIGIC 8을 탑재해 높은 해상력과 고감도, 빠른 이미지 처리 성능을 구현한다.

이와 함께 캐논은 듀얼 픽셀 CMOS AF를 적용했는데, 이는 단순히 속도만을 강조하는 일반 AF와 달리 정밀도까지 구현한 AF다. EOS RP로 트리에 달린 조명과 장식들을 촬영할 땐 어두운 밤인데도 부드럽고 빠르게 초점이 맞춰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F/2.2, 1/100s, ISO 500
F/2.2, 1/100s, ISO 500

예술적 보케

EOS RP의 성능은 어두운 환경에서 사진을 찍을 때 흔들림이 없었다. 전자식 뷰파인더로 기존의 광학 뷰파인더로는 식별이 어려웠던 피사체도 촬영 가능하다. EOS RP의 ISO 상용 감도는 100-40000(L-ISO 50 상당, H1-ISO 51200 상당, H2-102400 상당으로 확장 가능)이나 돼, 어두운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진 연출이 가능했다.

조리개를 최대 개방하고 촬영했을 땐, 렌즈의 예술적 보케 효과 덕분인지 초점을 맞춘 피사체 외의 조명들은 둥글고 부드러운 빛망울이 돋보였다.

케이크 뒤로 둥글고 부드러운 보케가 돋보인다(F/1.6, 1/200, ISO 500)
케이크 뒤로 둥글고 부드러운 보케가 돋보인다(F/1.6, 1/200, ISO 500)

 

삼각대 없이 촬영해본 회전목마

EOS RP는 최대 5스톱의 손떨림 보정(IS) 효과를 지원한다. IS 효과는 빠른 셔터 스피드로 회전목마를 촬영할 때 효과를 발휘했다. 위 사진은 삼각대 없이 회전목마를 셔터 스피드 1/10초로 촬영한 결과물이다. 탑승자들은 모션블러가 발생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단의 리본 장식과 철제 울타리는 명확하게 상이 맺힌 것을 볼 수 있다.

삼각대 없이 찍은 회전목마(F/9, 1/10s, ISO 100)
삼각대 없이 찍은 회전목마(F/9, 1/10s, ISO 100)

가장자리도 놓치지 않는 라이브 뷰 AF

EOS RP의 AF 커버 영역은 약 88% × 약 100%로 기존의 EOS 풀프레임과 비교해 커버 영역이 더욱 확대됐다. 피사체가 프레임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경우에도 자동 초점을 간편하게 맞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동 피사체 선택 시 AF 영역은 143개(13 × 11)로 분할해 피사체를 추적한다.

F/2.2, 1/250s, ISO 320
F/2.2, 1/250s, ISO 320

 

F/10, 1/20s, ISO 800
F/10, 1/20s, ISO 800

엄지와 검지만으로 해결하는 M-Fn 버튼

M-Fn 버튼은 쉽게 카메라를 조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원래 EOS RP의 우측 상단에서 엄지에 가까운 다이얼로는 조리개, 검지에 가까운 다이얼로는 셔터 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는데, M-Fn 버튼을 누르면 ISO, 드라이브 모드, AF 모드, 화이트밸런스, 플래시 노출 보정 등의 항목을 조절할 수 있다. 이때 엄지 근처 다이얼로는 각 항목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검지 근처 다이얼로는 각 항목의 값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M-Fn 버튼만 잘 활용하면 오른손 엄지와 검지만으로 조리개, 셔터 스피드는 물론이고 ISO, 드라이브 모드, 화이트밸런스 등 다양한 설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러 장의 사진을 연속으로 찍고 싶을 땐 드라이브 모드를 변경하면 된다.

RF50mm F1.2 L USM를 장착한 EOS RP
RF50mm F1.2 L USM를 장착한 EOS RP

보다 유연하게 촬영 가능한 Fv 모드

카메라를 조작하다 보면, M 모드나 Av(조리개 우선) 모드, Tv(셔터 우선) 모드로는 약간 아쉬울 때가 있다. 이럴 땐 Fv 모드(플렉시블 AE)를 선택하면 된다. Fv 모드는 셔터 스피드, 조리개, ISO를 각각 자동(Auto)으로 놓거나 수동으로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밤 시간대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촬영하고 싶다면 노이즈가 너무 많이 생기지 않도록 ISO 값을 많이 올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Av 모드를 선택하고 조리개를 조절하면 ISO 값이 자동으로 너무 많이 올라가곤 한다. Fv 모드에선 ISO 값을 수동으로 500으로 설정해서 고정하고 셔터 스피드를 자동으로 설정한 후, 조리개 값만 조절하면 그럴 염려가 없다.

F/1.4, 1/320s, ISO 800
F/1.4, 1/320s, ISO 800
F/1.2, 1/125s, ISO 100
F/1.2, 1/125s, ISO 100

앱 설치만으로 스마트폰으로 사진 전송

EOS RP는 사진 촬영과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이미지 파일을 자동 전송하는 기능도 갖췄다. 먼저 카메라의 메뉴에서 ‘무선 통신 설정’을 진행한 후, 스마트폰에 Canon Camera Connect 앱을 설치해 보자. 이후 두 기기를 블루투스, 혹은 Wi-Fi로 연결하면 사진 촬영과 동시에 스마트폰의 앱 내에 자동으로 저장된다. 단, 이는 앱에만 저장된 것이므로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싶다면, 원하는 사진을 클릭한 후 하단의 ‘가져오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Canon Camera Connect 앱을 연결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전송할 수 있다.
Canon Camera Connect 앱을 연결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전송할 수 있다.

총평

EOS RP는 작고 가벼우면서도 사진가에게 꼭 필요한 요소들을 꽉꽉 채워넣은 합리적인 가격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였다.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초보자든, 전문 사진작가든 가볍게 들고 다니며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는 카메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EF-EOS R 마운트 어댑터 장착 시에는 약 80종의 EF 렌즈 시리즈를 함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렌즈 확장성도 뛰어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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