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찬재 사진전문작가, 이명숙 사진전문작가, 게티이미지뱅크

새해가 시작되면 저마다 부푼 꿈을 안고 연간 계획을 세우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다. 그렇다면 이른 새벽,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새해 다짐을 공고히 해보는 건 어떨까.

일출은 많은 이들이 가장 찍고 싶어하는 사진 중 하나다. 태양 하나만으로도 감동을 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일출 사진 촬영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단 부지런함이 필수다.

이번 호에선 실패하지 않는 일출 사진 촬영을 위한 사전 준비부터 카메라 설정 및 필요한 렌즈 사양까지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편집 VDCM 편집부/사진 정찬재 사진전문작가, 이명숙 사진전문작가, 게티이미지뱅크

35mm, F/7.1, 1/80s, ISO 800, 정찬재
35mm, F/7.1, 1/80s, ISO 800, 정찬재

1. 일출 촬영 준비하기
1) 해뜨는 위치 파악하기

사진 촬영을 위해선 촬영 장소를 정해야 한다. 가급적 외부의 방해나 이동 요청 없이 몇 시간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 사전 답사를 한다면, 사진 찍기 가장 좋은 지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촬영 당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장소를 정하고 난 후엔 그 장소의 어느 방향에서 해가 뜨는지를 미리 숙지하고, 그 위치로 시야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없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때로는 현장에 존재하는 독특한 나무나 바위, 지형이 태양을 배경으로 한 전경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동해는 태양이 떠오르는 장소를 쉽게 알 수 있지만 산이나 도심 속 고층빌딩 등에서는 태양이 떠오르는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없다. 이럴 땐 포털 사이트의 지도가 상당히 유용하다. 스마트폰을 통해 포털 사이트의 지도 서비스를 열어보면 현재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위쪽을 화살표로 표시해 준다. 이 화살표가 동쪽과 일치하도록 몸을 회전하면 해 뜨는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 날씨 및 일출 시각 확인하기
촬영날이 다가올수록 날씨를 자주 확인해야 한다. 비올 확률이 높은 날은 피해야 하며, 겨울철에는 특히 미세먼지가 많이 끼므로 미세먼지 농도를 필수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만약 미세머지 농도가 너무 짙으면 태양뿐만 아니라, 주변의 풍광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게 되므로 멋진 사진 연출이 힘들다.

일출시간은 ‘KASI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 일출일몰 시각’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선 해당 날짜 및 지역에서 해뜨는 시각을 정확히 표시해준다.

 

3) 일출 사진 미리 계획하기
현장에 도착하기 전 일출 사진을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이 어떤 결과물을 남기기 원하는지를 구상해 보는 것이다.

해돋이 자체만을 담고 싶은지, 아니면 햇빛에 비친 주변의 피사체를 함께 담고 싶은지 등 사진가가 원하는 장면들을 미리 구상해보고 이를 사진 연출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해돋이는 시작과 동시에 몇 분 내에 끝나기 때문에 이런 사전 계획은 꼭 필요하다.

32mm, F/8, 1/320s, ISO 250, 정찬재
32mm, F/8, 1/320s, ISO 250, 정찬재
23mm, F/6.3, 1/200s, ISO 100, 정찬재
23mm, F/6.3, 1/200s, ISO 100, 정찬재
278mm, F/8, 1/2500s, ISO 500, 이명숙
278mm, F/8, 1/2500s, ISO 500, 이명숙

 

2. 일출 촬영 전 준비물
1) 도구 챙기기
일출 촬영을 위해선 해가 뜨기 전에 나서야 하므로 손전등이 필요하다. 손전등이 없다면 스마트폰의 손전등 기능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옷을 따뜻하게 입는 것도 중요하다. 산을 오를 경우, 등산하는 동안은 땀을 흘려 덥지만 막상 정상에 도착하면 기압이 낮기 때문에 온도가 낮아 춥게 느껴진다. 따라서 등산 시에는 여러 겹의 옷을 입고 상황에 따라 옷을 하나둘 입거나 벗으면 된다.

촬영 당일에 바람이 많이 불 것으로 예상되면, 삼각대를 고정하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가져가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헤드 하단에 고리를 갖춘 삼각대의 경우에는 고리 부분에 백팩을 걸쳐놓을 수도 있다.

 

2) ND 필터 사용하기
GND(Graded Neutral Density) 필터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GND 필터는 특정 부분의 밝기를 줄여서 전경과 배경의 노출을 고르게 분포시키는 필터다. 일출을 찍다보면, 예상 외로 태양빛이 너무 밝아서 주변의 색 정보가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GND 필터를 사용하면 태양을 중심으로 한 하늘 상부를 어둡게 함으로써 장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ND 필터는 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장시간 노출로 구름이나 물을 흐리게 연출할 때도 유용하다.

 

3. 일출 촬영을 위한 세팅
1) 빛을 유리하게 사용하기
일출의 빛은 부드럽고 따뜻하며 피사체에 입체감을 더할 수 있는 긴 그림자를 만든다. 따라서 태양이 수평선(혹은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순간, 빛을 유리하게 사용해야 하다. 일출을 곧바로 촬영할 수도 있지만, 카메라를 돌려 각종 피사체나 지형으로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태양빛을 촬영할 수도 있다.

 

2) 카메라 세팅값 설정하기
적절한 카메라 설정은 아름다운 색채와 함께 하늘과 전경의 디테일을 풍부하게 담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일반적으로 일출 사진을 촬영할 때는 조리개를 F/8 ~ F/11으로 설정하는 게 좋다. 촬영 현장의 깊이감을 극대화하고 풍광 전체에 살아있는 디테일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ISO는 100 또는 200으로 낮게 설정해야 한다.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에 렌즈를 통과하는 빛은 상상 이상으로 강렬하며 노이즈의 방지를 위해서도 ISO 값을 낮출 필요가 있다. 삼각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핸드 헬드로 촬영할 경우에는 ISO를 올려서 셔터 속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셔터 속도는 사진가의 취향에 따라 달리할 수 있다. 구름이나 파도의 움직임을 포착하려면 장시간 노출이 필요하다. 장노출을 계획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1/60초는 되어야 한다.

파일 형식은 후보정을 염두에 둬서 RAW 파일로 저장하는 것을 추천한다. 압축되지 않고 저장되는 RAW 파일은 편집 과정에서 디테일을 살리면서도 이미지 품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저조도에서 촬영할 때는 렌즈의 자동 초점 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수동 초점으로 전환하는 편이 낫다.

 

3) 알맞은 렌즈 정하기
만약 태양이 멀리 떨어진 탁 트인 풍경 사진을 찍고 싶다면 광각 렌즈가 적합하다. 여기에 더해 시야의 깊이감을 더하기 위해선 조리개 값을 F/16, 또는 F/22로 해야 한다.

반면 태양이 대부분의 프레임을 차지하는 디테일한 장면을 연출하고 싶다면 망원 렌즈를 준비해야 한다. 태양빛이 스며든 구름의 디테일을 잡아낼 때도 도움이 된다.

262mm, F/8, 1/5000s, ISO 400, 이명숙
262mm, F/8, 1/5000s, ISO 400, 이명숙
21mm, F/8, 1/250s, ISO 100, 정찬재
21mm, F/8, 1/250s, ISO 100, 정찬재
16mm, F/6.3, 1/250s, ISO 100, 정찬재
16mm, F/6.3, 1/250s, ISO 100, 정찬재

4. 촬영에 임하기
1) 일출 구도 잡기
촬영 준비가 끝났다면 구도 잡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해돋이를 촬영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구도는 태양을 정중앙에 놓는 것이다. 이는 너무 많은 대칭을 이루어 사진을 정적이고 지루해 보이게도 한다.

이럴 때는 1/3 법칙을 이용하면 좋다. 수평선을 1/3 지점에 배치하는 것으로, 보다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현장이다.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다양한 구도를 실행해 보는 것이 좋다. 하늘이 맑은 날에는 푸른 하늘과 태양빛 줄기가 화려하게 빛나도록 수평선을 1/3 지점에 배치하고, 하늘이 흐린 날에는 태양빛이 수평선 아래에서 반사된 수면이 많이 보이도록 2/3 지점에 수평선을 배치하는 식으로 좀더 드라마틱한 연출법을 연구해 보자.

 

2) 해 뜨는 순간이 전부는 아니다
해 뜨기 전 30분의 시간대를 ‘블루 아워’라고 하는데, 이 때를 노려 사진을 촬영하면 상상치 못했던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다. 이 시간대에는 태양이 수평선 아래에 있지만 그 빛이 간접적으로 하늘을 푸르스름한 음영으로 물들인다.

만약 해가 뜨는 위치가 수평선 너머라면 오메가(Ω)를 찍는 걸 추천한다. 오메가는 그리스어 Ω와 비슷해 붙여진 명칭으로, 해돋이 촬영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출 후의 ‘골든 아워’에도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다. 이때는 수평선(혹은 지평선) 위로 하늘이 빨강, 주황색, 금색 등으로 빛나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사용된다. 이 순간에는 하늘 빛의 양이 강해 GND 필터를 사용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34mm, F/8, 1/640s, ISO 200, 게티이미지
34mm, F/8, 1/640s, ISO 200, 게티이미지
300mm, F/8, 1/1600s, ISO 320, 이명숙
300mm, F/8, 1/1600s, ISO 320, 이명숙
40mm, F/13, 1/13s, ISO 100, 게티이미지
40mm, F/13, 1/13s, ISO 100, 게티이미지

5. 결론

멋진 일출 사진 촬영을 위한 필수조건은 부지런함이다. 해가 뜨는 순간은 매우 짧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일출 촬영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전에 날씨를 체크하고, 준비물을 꼼꼼히 챙기며, 적어도 1시간 전에는 현장에 도착해서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200mm, F/6.3, 1/640s, ISO 100, 게티이미지
200mm, F/6.3, 1/640s, ISO 100, 게티이미지
35mm, F/5, 1/640s, ISO 200, 게티이미지
35mm, F/5, 1/640s, ISO 200, 게티이미지
25mm, F/6.7, 1/125s, ISO 100, 정찬재
25mm, F/6.7, 1/125s, ISO 100, 정찬재
219mm, F/8, 1/8000s, ISO 400, 이명숙
219mm, F/8, 1/8000s, ISO 400, 이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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