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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교수의 사진이야기, 남한산성 행궁

[편집 VDCM 편집부 / 글·사진 이준식 교수] 해발 500미터가 넘는 남한산성 내 위치한 남한산성 행궁은 전쟁이나 내란 등 유사시 후방의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한양도성의 궁궐을 대신할 피난처로 사용되었다. 1626년 건립되어 유사시 임시수도의 역할을 하고 종묘와 사직을 둔 유일한 행궁이다. 실제로 병자호란 때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난하여 47일간 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한산성 행궁, 후원에서 바라본 내행전과 상궐 남행각> 2012 &#9400;이준식

필자는 2000년도 초반 경기도 광주 퇴촌에서 거주하며 학교를 통근한 적이 있다. 그 당시 결혼해서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때가 아니어서 꽤 먼 거리를 운전하며 다녀야 했다. 퇴촌에서 신구대를 가려면 3번 국도나 목현동 이배재 길을 이용해서 학교에 올 수도 있지만 이따금씩 고풍스럽고 운치있는 남한산성을 즐기기 위해 남한산성로를 이용해서 학교를 통근했다. 특히 가을엔 울긋불긋한 단풍의 향연과 무수히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흩날려, 차가 운전하며 지나가면 마치 한 편의 자동차 광고를 찍는 것 같은 풍경이 연출되어 필자도 그 맛에 넓은 국도를 놔두고 구불구불하고 좁은 남한산성로를 흔쾌히 이용했다.

병자호란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남한산성 행궁은 2000년 이전에는 옛터와 흔적만 남아있던 것을 2002년부터 중건하여 현재는 201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잘 복원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 인조 당시엔 유사시 임시수도의 역할을 할 만큼의 대규모 공간이었다고 한다.

2000년 초에 통근할 당시엔 행궁의 복원이 안 된 모습으로 터만 있었으니 필자도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1997년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몇 해 지나서 남한산성도 추진하여 행궁의 복원이 본격화되어 그때부터는 관심을 두게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사업이 잘 진행되어 2014년에 행궁의 대부분의 모습이 복원되었고, 이제는 역사 체험과 함께 생생한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게 되었다. 2000년 초기엔 지저분하던 산성 내의 마을도 도로와 간판 등이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지금은 주말이면 남한산성을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들로 가득하다.

<복원된 남한산성 행궁 지도>

여기 필자가 촬영한 <남한산성 행궁, 후원에서 바라본 내행전과 남행각>은 장면 좌측에 보이는 큰 궁궐이 왕이 생활하던 내행전이고 우측에 작게 보이는 건물이 경호원들이 머물던 남행각으로 인조 2년에 처음 지어졌다고 한다. <남한산성 행궁, 후원에서 바라본 내행전과 상궐 남행각>은 실제로는 컬러로 촬영된 사진이다. 최종적으론 전시회를 위한 작품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어서 그 시절의 옛 모습이 상상으로나마 떠올려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 고민 끝에 결정된 표현 방식이 “과거로의 시간여행 속 장면으로 보이면 좋겠다”였다. 왜냐하면 복원된 행궁의 모습이 너무나 새것과 같이 지어져서 상상 속 다소 낡은 듯한 옛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깨끗하게 칠해진 단청의 색채와 기와는 정말 아니었다. 이 모습을 그대로 촬영하면 필자가 생각하는 느낌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져 버리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먼저 생각해본 것이 장면의 채도를 낮추어서 마치 세월이 흘러 색이 바랜 듯한 느낌으로 표현해보는 것이었고, 다음으론 적외선 흑백사진으로 촬영한 것과 같이 다소 몽환적 표현을 해보는 것이었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한동안 묵혀놓고 있다가 때가 되어 다시 꺼내 보니 과거로의 시간여행 속 장면하고 좀 더 어울리겠다 싶었던 작품은 바로 적외선 흑백사진 느낌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이 사진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고 마치 꿈속의 한 장면과 같이 다소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어 필자가 표현하고픈 과거의 모습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이 연출됐다. 이 장면이 흑백 적외선 필름으로 촬영된 것이면 완전 비현실적으로 표현됐었겠지만 디지털 리터칭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어서 나무와 나뭇잎, 잔디와 풀, 궁궐과 산의 톤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쯤에 놓일 수 있도록 전체적인 톤을 조절할 수 있었다. 특히 흑백 적외선 필름에서의 나뭇잎과 풀의 톤은 완전 비현실적으로 희게 표현되는데, 디지털 방식의 톤 조절은 아날로그 필름 촬영 방식의 톤 조절보다 훨씬 섬세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 아날로그 방식과 비교한다면 완전 신세계에서 작업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흑백사진의 대가이자 존 시스템을 창시한 안셀아담스가 이렇게 쉽고 섬세한 디지털 방식을 알고 그가 사용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필자 이상으로 놀라운 사진의 신세계를 경험하지 않았을까?

<남한산성 행궁_외행전과 하궐 남행각 앞에서의 공연> 2012 &#9400;이준식
<남한산성 행궁_한남루> 2012 &#9400;이준식

글쓴이 소개


이준식은 한양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룩스 사진 대학(Brooks Institute of Photography)과 동대학원에서 광고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디지털사진을 전공하여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미디어 아트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개인전 ‘Woman’ Brooks Gallery, Santa Barbara, USA, ‘A Memory of Eternal Land’ Gallery Fine, Seoul, ‘On Blurscape‘, Baum Art Gallery, Seoul, ’Purification’ Baum Art Gallery, Seoul 등을 전시하였으며 현재는 신구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한수 기자  vdcma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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