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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교수의 사진이야기 <펜슬 드로잉_Pencil drawing>

필자는 이따금씩 호기심이 가는 이미지에 대해 스스로 도전과제를 만들어 실행해보는 습관이 있는데, 여기 소개된 사진 <펜슬드로잉 연구 01>은 학교에서 기술개발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결과물이다. 인물 촬영본을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이용해 대상을 마치 연필로 세밀하게 그린 것같이 이미지를 제작해보는 것이었다.

요즘 시대의 사진은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중화되어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매체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사진이 과거 전문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던 것들이 이제는 기계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일반대중들도 쉽게 배우고 따라 할 수 있는 분야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전문영역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지의 질을 다루는 것은 아직도 전문가의 역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특수 촬영 기술과 고급 편집 프로그램을 다루는 기술은 기본적으로 그에 대한 이론적인 이해는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결코 그 수준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여기 소개하는 <펜슬드로잉 연구>는 촬영된 인물사진이 극사실적 연필 세밀화와 같이 표현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조명을 이용한 촬영 기술에 포토샵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한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다양한 표현의 연필 세밀화 중에서 필자가 원하는 느낌의 연필 세밀화(펜슬드로잉)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촬영하였고, 포토샵을 이용하여 목표하는 예시 인물화의 톤과 디테일에 근접하도록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필자가 목표하는 예시 이미지는 영국 출신의 일리아나 헌터(Ileana Hunter)의 작품들이었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클로즈업한 이미지들로 얼굴의 피부톤은 거의 생략한 반면 머리칼과 눈, 입술의 톤과 디테일은 비교적 잘 묘사한 세밀화였다.

<일리아나 헌터(Ileana Hunter) 작품1>
<일리아나 헌터(Ileana Hunter) 작품2>

한편 매우 극사실적인 연필 세밀화를 그리는 또 다른 작가도 있었는데, 브리브드(Bereaved)와 앤 튜벌트(Anne Teubert)가 각각 미국과 독일 출신의 예술가로 잘 알려진 작가들이었다. 아래사진들의 첫 번째 작품이 브리브드의 세밀화로 밝은 배경에 얼굴 피부는 밝은 중간톤을 잘 살려서 완성했고, 아래의 사진들의 두 번째 작품이 앤 튜벌트가 남성 모델의 옆모습을 그린 것으로 어두운 배경에 중간톤 피부의 질감을 잘 살려 로우키 이미지로 표현했다. 특히 브리브드(Bereaved)와 앤 튜벌트(Anne Teubert)의 두 작품은 모두가 너무도 극사실적이어서 오히려 연필로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마치 촬영된 사진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브리브드Bereaved 작품>

<앤 튜벌트Anne Teubert 작품>

필자는 연필로 대상을 세밀하게 그린 것 같은 이미지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여서 필자의 기호와 브리브드(Bereaved)와 앤 튜벌트(Anne Teubert) 두 작가의 결과물과는 다소 거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일리아나 헌터(Ileana Hunter)의 작품이 필자가 생각하는 목표지점에 가장 적절한 연필 세밀화인 걸 알게 됐다. 그렇게 느낀 이유는 그녀의 작품이 사진 느낌보다는 연필로 그려진 터치의 느낌을 많이 볼 수 있어서였다.

우선 제작을 위해 사진 촬영은 스튜디오에서 캐논 5D Mark2 카메라로 진행했고 그 당시 필자가 지도하던 학생을 모델로 촬영을 진행했다. 사진은 확산광을 이용해 각각의 조명비를 다르게 하여 촬영해보고, 노출도 적정, 부족, 과다노출을 하여 테스트 촬영을 진행했다. 그런 다음 목표하는 예시 이미지에서 본 것과 같은 결과를 포토샵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 이미지가 연필 세밀화의 목표지점에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사진을 최종 선정했다.

<페이퍼 테스트>

최종으로 선정된 사진은 일반적인 여성 프로필 사진 중 뷰티 촬영에서 많이 사용하는 조명 세팅을 이용한 사진이었고, 조명은 정면 45도의 주 조명에 피사체의 턱 밑의 섀도를 밝게 해주는 보조 조명으로 반사판을 사용했다. 이 형태의 조명은 얼굴 피부의 밝은 중간 톤을 리터칭에서 제거하기 쉬운 이유에서 결정됐다.

이 사진으로부터 카메라 로우 프로그램을 이용한 기본적인 이미지 수정 그리고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한 흑백으로 전환과 브러시툴을 이용한 세밀한 작업 등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앞에서 소개한 <펜슬드로잉 연구 01>가 완성된 것이다. 이미지의 편집 과정은 여기까지이지만 최종적인 상품으로서의 작업은 프린트까지여서 “어떤 종이에 프린트하여야 가장 알맞은 느낌이 만들어질까?“를 최종적으로 고민해야 했다.

페이퍼 테스트를 위하여 그에 어울릴 여러 페이퍼들 중 몇 종류 선정하였는데, 왼쪽 상단부터 enhanced matte paper, white velvet paper, canvas paper, eco luster photo paper, rough textured paper 이렇게 총 다섯 종류였다. 이 다섯 가지 페이퍼로 프린트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테스트는 모두 엡손 잉크젯 프린터로 진행했다. 그렇게 하여 그중 연필 세밀화 작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페이퍼는 오른쪽 아래에 있 ‘러프 텍스처드 페이퍼(rough textured pape)‘였다. 이 종이는 표면에 엠보가 다소 포함돼 있고, 따듯한 느낌이 드는 종이였다. 그와 비슷한 느낌의 화이트 벨벳 페이퍼(white velvet paper)도 있었으나 러프 텍스처드 페이퍼가 조금 더 수채화 도화지에 연필로 그린 느낌, 즉 아날로그적인 느낌에 가장 근접했다고 느껴져 최종 선택했다.

<윤두서 자화상>

어느 날 우연히 필자가 대한민국 국보로 지정된 윤두서의 자화상을 보다가 너무도 그림의 인상이 감동적이어서 한동안 ”우와~“하는 경탄과 함께 호흡을 멈췄던 기억이 문득 나는데, 아마도 여기 소개된 <펜슬드로잉 연구 01>에 도전하게 된 동기도 그것으로부터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다음엔 또 어떤 이미지가 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것인가 자못 기대가 된다.

글쓴이 소개

이준식은 한양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룩스 사진 대학(Brooks Institute of Photography)과 동대학원에서 광고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디지털사진을 전공하여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미디어 아트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개인전 "Woman" Brooks Gallery, Santa Barbara, USA, "A Memory of Eternal Land" Gallery Fine, Seoul, "On Blurscape", Baum Art Gallery, Seoul, "Purification" Baum Art Gallery, Seoul 등을 전시하였으며 현재는 신구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한수 기자  vdcma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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