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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교수의 사진이야기 <바람 제주도>

2022년 겨울 제주도 어느 카페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바람‘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작업을 할 때 탄생 된 결과물 중 하나다. 카페 공간이 조용하고 세련돼서 그 곳의 분위기를 담아보는 중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십자 형태의 난간을 전경으로 해 얌전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바닥과 사진가의 책장을 배경으로 공간을 연출해 보았다.

편집 VDCM 편집부 / 글·사진 이준식 교수

<바람 제주도 카페 슬로보트_5717>, 2022 &#9400;이준식

사진을 촬영함에 있어 피사체를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서로 다를 것이다. 우선 특별한 목적이나 생각 없이 그냥 자유롭게 촬영하는 경우가 있는 한편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체계적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특별한 목적 없이 자유롭게 촬영하는 것은 그냥 동네에서 산책하듯 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여기저기 시선을 돌려가며 걷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목적을 가지고 촬영하는 것은 초등학교 때 소풍 가서 보물찾기 시간에 시작이라는 구령과 동시에 선생님께서 보물을 어디에 숨겨 놓았을까 예측하며 각자 눈에 힘을 주며 찾는 것과 비슷한 양상일 것이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사진 촬영할 때를 생각해보면 찾고자 하는 대상을 마치 굶주린 하이에나가 먹이를 찾듯 사진가는 그의 시각을 먹잇감에 집중시킨다. 그런데 이것은 마치 우리가 운동할 때 몸에 힘을 빼지 않고 힘주어 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운동을 하건 간에 몸에 너무 힘을 주면 운동이나 경기가 원하는 대로 잘 풀리지 않던가 때론 몸을 다치게도 한다. 아마도 테니스, 탁구, 골프 등을 배우면서 코치로부터 지도받다 보면 그런 말을 많이 듣게 될 것이다.

필자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사진가로 오랫동안 체험하고 느낀바 사진의 세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작년에 ‘바람‘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작업했던 사진 <바람 제주도 카페 슬로보트_5717> 역시 그런 맥락과 적당히 맞아 떨어졌다.

‘바람’이라는 주제로 작업한 <바람 제주도 카페 슬로보트_5717>은 필자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이자 시인께서 사진과 시와 음악을 협업으로 콜라보 해보자는 제의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이 콜라보로 진행될

<바람 제주도 카페 슬로보트_5756>, 2022 &#9400;이준식

원작이 사진이라는 것이었다. 먼저 필자가 촬영한 사진에 시를 붙이고 그다음으로 음악을 입히는 과정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보통은 원작이 시로 만들어지고 그 시에 맞는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라 생각했는데, 사진을 먼저 완성하면 그에 맞춰서 시와 음악이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람‘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까? 라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거의 일주일 이상 필자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왜나하면 이렇게 진행하는 방식 자체가 처음이기도 하고 콜라보 작품의 원작으로써의 책임도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바람이라는 주제를 가진 시나 음악 또는 수필 등을 뒤져가며 기존의 작품들은 어떤 것을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찾아보았다. 많은 작업이 은유적인 수사가 많아서 선뜻 알아내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초반에는 이렇듯 긴장을 갖고 답을 찾으려고 애썼는데 어떻게 풀어갈지 쉽게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몸에 잔뜩 힘만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 결국 고민 끝에 촬영 장소와 표현 방식만을 먼저 정했다. 그러고 나니 다소 몸의 긴장이 풀어졌고 고민도 점차 해소됐다. 선정된 장소는 늘 바람이 많은 제주도로 정했고 표현 방식은 이미지에서 동감을 느낄 수 있도록 삼각대 없이 느린 셔터로 손으로만 지지하여 촬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 후 제주에서 여러 날 동안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제주의 정겨운 돌담, 집, 카페 그리고 노랗고 탐스러운 감귤나무, 붉은 꽃잎들이 흐드러진 동백나무, 숲과 오름, 바다와 하늘 그리고 갈매기 등 다양한 이미지들을 촬영해 나갔다.

여기에 실린 사진 <바람 제주도 카페 슬로보트_5717>과 다른 석 장의 사진도 그들 중 촬영된 몇 장의 사진인데, 후배 사진가의 아틀리에이면서 카페와 전시 공간을 겸하고 있는 공간을 촬영한 작품이다. 그곳 카페 공간의 느낌은 거기에 배치된 모든 것이 제주의 흔적, 즉 바람으로 읽혔고 후배 사진가의 흔적으로 느껴졌다. 전시된 작품이나 책 카메라와 같은 소품으로부터 그의 흔적과 향기를 느낄 수 있었고, 얌전하게 보이는 몇 마리의 고양이가 자유롭게 쉬거나 조용히 다니는 모습이 그곳 카페의 분위기와 많이 닮아있었다. 고양이를 포함한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잘 정돈 된 책과 책장 등이 필자가 이곳에서 조용히 숨죽여 촬영하도록 유혹하고 있었다.

<바람 제주도 카페 슬로보트_5713>
<바람 제주도 카페 슬로보트_5726>

글쓴이 소개
이준식은 한양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룩스 사진 대학(Brooks Institute of Photography)과 동대학원에서 광고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디지털사진을 전공하여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미디어 아트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개인전 "Woman" Brooks Gallery, Santa Barbara, USA, "A Memory of Eternal Land" Gallery Fine, Seoul, "On Blurscape", Baum Art Gallery, Seoul, "Purification" Baum Art Gallery, Seoul 등을 전시하였으며 현재는 신구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한수 기자  vdcma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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