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를 간직한 표준줌렌즈

캐논 EF-S17-55mm F2.8 IS USM

글, 사진 | 김범무

보급형 DSLR인 EOS 300D 출시이후 APS-C 사이즈 센서용 렌즈 수요가 대폭 증가했다. 물론 EOS 300D 이전에도 APS-C 사이즈 센서를 탑재한 DSLR이 있었지만 전용 렌즈는 출시되지 않았다. EF-S 17-55mmF2.8 IS USM은 보급형 DSLR 출시 이후 3년만에 출시한 APS-C 사이즈 센서 전용 고정조리개 표준초점 줌 렌즈다. 이 렌즈의 빠른 속도, 풍부한 묘사력은 10년이란 세월을 무색하게 만든다.


경계심 많은 고양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낮은 자세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55mm 초점거리로 조리개를 열었더니 보케가 인상적인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고양이 뒤에 있는 작은 나무를 보면 이 렌즈의 개성있는 보케를 확인할 수 있다.




제품사양


가격 100만2000원

초점거리 17-55mm

최대개방 조리개 F2.8

렌즈구조 12군 19매

최단초점거리 0.35m

필터지름 77mm

무게 645g

최대지름x최대길이110.6x83.5mm

EF-S렌즈의 탄생

캐논 EF-S 렌즈는 EOS300D와 함께 시작했다. 일반 소비자가 처음 DSLR을구입할 때 부담 없이 추가할 수 있는 제품이 EF-S 18-55mm F/3.5-5.6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캐논은 초광각 줌렌즈인 EF-S 10-22mmF/3.5-4.5 USM을 추가로 발표했다. APS-C 사이즈 센서는 35mm 필름 사이즈에 맞춘 렌즈를 장착하면 화각이 좁아지기 때문에 광각렌즈 활용에 불리하다. EF-S 10-22mm F/3.5-4.5 USM는 설계를 APS-C 사이즈센서에 맞춰 렌즈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한편 넓은 화각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EOS 300D가 보급형 DSLR 시장을개척한 이후 경쟁사도 비슷한 가격대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캐논의 보급형 DSLR은 일반소비자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목표로 한 만큼 EF-S렌즈 역시 고성능을 추구하기 보다 가격대비 성능을 우선했다. 또한 전문가용 플래그십 DSLR이 이미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APS-C 사이즈센서를 위한 고성능 렌즈를 개발할 이유가 없었다.

반면 경쟁사는 플래그십부터 보급형까지 모두 APS-C 사이즈 센서를사용했다. 때문에 전문가의 요구에 부응하는 고성능 APS-C 사이즈센서용 렌즈를 출시했다. 이른바 ‘삼총사 렌즈’로 불리는 광각, 표준, 망원대구경 줌렌즈를 APS-C 사이즈에 맞게 만든 것이다. 소비자는캐논에서도 이러한 렌즈를 사용하기 원했다. 이윽고 2006년캐논은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해 APS-C 사이즈 센서용 전구간 최대개방 F2.8 고정 조리개 표준 줌렌즈 EF-S 17-55mm F2.8 IS USM(이하EF-S 17-55mm)을 출시한다.

EF-S 17-55mm는 거의 모든 면에서 수치상으로 경쟁사를 앞섰다. 무게가 645g으로 가볍고 경쟁사 제품에는 없는 손떨림 보정장치(IMAGE STABILIZER, IS)도 탑재했다. 렌즈 구성에 비구면렌즈 3매와 UD 렌즈 2매를포함해 화질을 높였고 링 USM으로 고속저소음 AF를실현했다. 또한 AF 후에 수동으로 초점을 미세 조정할 수있는 풀타임 매뉴얼 기능도 갖췄다.



뭉치듯 흐려지는 보케가 EF-S 17-55mm의 특징이다.


보케는 사진에 입체감을 더하는 요소다. 일부러 꽃 앞에 나무를 앞보케로 넣어 입체감을 살렸다.

개성적인 보케 표현

이 렌즈는 수치상 우수한 면이 많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으로 꼽고 싶은 것은 개성적인 묘사다. APS-C 사이즈 센서는 풀프레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보케 표현에 불리하다. 또한 줌렌즈는 단초점 렌즈와 비교해 보케가 개성적인 경우가 적다. 대부분광각에서 망원까지 높은 해상도를 갖춘 반면 보케가 너무 깔끔해 렌즈 자체의 개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EF-S 17-55mm는 APS-C사이즈 센서용 줌렌즈임에도 불구하고 보케 표현이 재미있다. 초점이 맞은 곳에서부터 점차적으로부드럽게 흐려지는 보케는 클래식한 단초점 렌즈에서 볼 수 있었던 적당한 번짐, 회전 등을 수반한다. 웹 상에서 작은 크기로 보면 유사한 수치를 갖춘 다른 렌즈보다 배경이 더 많이 흐려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물론 초점이 맞은 부분은 현대 렌즈답게 선명하다. 광각 영역에서 개방조리개로촬영했을 때 주변부 색수차가 보이고 배럴 디스토션이 느껴지지만 심하지 않다. 오히려 사진에 맛을 더해주는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깔끔하고 선명한 묘사를 최고로 치던 과거에는 이 부분이 문제가 됐겠지만 개성있는 묘사를 중요시 하는 요즘에는 이 부분이 오히려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수차와 왜곡은 카메라내부 프로그램으로 보정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풀프레임 DSLR의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고 선택할 수 있는렌즈도 다양하지만 EF-S 17-55mm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EOS70D, EOS 7D Mark Ⅱ와 같은 캐논 APS-C 사이즈센서 DSLR은 듀얼픽셀 CMOS AF 기능을 갖춰 라이브뷰촬영에서 정밀한 AF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여느 DSLR과 달리 동영상 촬영 중에도 AF가 만족할만하다. 특히 EOS 7D Mark Ⅱ는 캐논DSLR중 가장 많은 65 포인트 위상차 AF 센서를 갖춰 광학파인더 촬영 중에도 AF가 빠르고 정확하다.

EF-S 17-55mm는 이러한 DSLR의성능을 뒷받침한다. 화질과 AF속도는 바디 성능에 뒤쳐지지않고 무게와 디자인은 여전히 균형이 잘 맞는다. 줌 렌즈의 편의성과 더불어 단초점 렌즈에 기대할 수있는 독특한 표현까지 갖췄으니 흠 잡을 데가 별로 없다. 초기 출시가격보다 더 낮아졌으니 어쩌면 EF-S 17-55mm를 구입하는데 적기는 오히려 지금일지 모른다.


카메라의 렌즈 보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건물을 촬영했다. 주변부가 밝고 선명하게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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