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5D Mark Ⅲ / ISO 200 /  AE / F2, 1/3200 / 24mm

최대 광각영역, 최대 개방으로 촬영했다. 소녀의 머리카락은 섬세하게 표현됐고 흐려진 배경의 보케도 매력적이다.

 

광각 줌렌즈의 새로운 바로미터

SIGMA ⓐ 24-35mm F2 DG HSM

 

렌즈를 향한 사진가의 욕망은 단 한순간도 사그라든 적이 없다. 더 밝은 조리개값을 원하고 동시에 우수한 해상력까지 갖추기를 원한다. 특정 렌즈의 표현력을 사용하고자 해당 브랜드 카메라를 선택하는 사진가도 많다. 단렌즈는 이러한 사진가의 욕망을 비교적 쉽게 만족시켜준다. 그러나 ‘실용성’을 앞세운 줌렌즈는 이야기가 다르다. 전체 줌영역에서 동일한 개방 조리개, 동일한 해상력을 갖추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시그마가 전 영역 개방 조리개값 F2라는 믿기 힘든 줌렌즈를 선보였다. 놀랍게도 이 렌즈는 35mm 풀프레임 센서를 커버한다. 

 

제품 사양 <가격: 129만원>

렌즈 구성 13군 18매

조리개 F2-F16

필터 사이즈 82mm

화각 84.1°-63.4°

최단 촬영거리 28cm

크기(지름 X 길이) 87.6mm X 122.7mm

조리개 날개 9매 원형조리개

최대 배율 1:4.4

무게 940g

 

 

진정한 1석 3조란 이런 것

 

시그마가 APS-C 사이즈 이미지 서클을 커버 하는 ⓐ 18-35mm F1.8 DC HSM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다들 설마 설마 했다. APS-C 전용라는 이유로 전 구간 개방 조리개값 F1.8의 놀라움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그마는 그 정도 반응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듯 하다. 35mm 풀프레임을 지원하면서 전 구간 F2.0을 자랑하는 줌렌즈를 선보인 것이다.

시그마 ⓐ 24-35mm F2 DG HSM(이하 24-35mm F2)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시그마 글로벌 비전 중 아트 렌즈에 속한다. ‘아트’라는 시리즈명은 가장 우수한 품질을 보장하는 렌즈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이름표다. 기존에 발표한 ⓐ 50mm F1.4 DG HSM과 ⓐ 35mm F1.4 DG HSM은 조리개 최대 개방 값이 매우 밝음에도 불구하고 전구간에 걸쳐 우수한 화질을 보장해 사용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단렌즈로 인정받은바 있다.

24-35mm F2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전 구간에 걸쳐 F2 조리개값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최대개방 화질이 동일 성능 단렌즈에 필적할 정도로 우수하다. 참고로 기존에 발매된 35mm 풀프레임용 아트렌즈는 모두 단렌즈였다. 일반적으로 단렌즈가 줌렌즈보다 화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그만큼 줌렌즈 설계가 까다롭다는 방증이다. 

24-35mm F2의 줌비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왜곡과 수차를 잡기 어려운 광각계열 화각이라는 점, 그리고 최대 조리개 값이 F2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이 렌즈는 많은 사진가들이 애용하는 24mm, 28mm, 35mm를 포함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렌즈 무게는 940g으로 가볍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조리개 최대개방 F2를 지원하는 단렌즈 3개와 동시에 비교한다면 가벼운 수치다.

렌즈 제원을 조금만 꼼꼼히 살펴봐도 시그마가 이 렌즈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이 렌즈는 13군 18매 설계다. 타사 16-35 F2.8 줌렌즈의 경우 줌비가 더 큼에도 불구하고 12군 16매 구조임을 상기해본다면 24-35mm F2가 유난히 복잡한 설계로 제작됐다는 걸 알 수 있다. 18매 렌즈는 대구경 비구면 렌즈 1장, FLD(F 저분산) 렌즈 1장, SLD(특별 저분산)렌즈 7장을 포함한 초호화 구성이다.

 

Canon 5D Mark Ⅲ / ISO 200 / 조리개 우선 AE / F2, 1/1000 / 35mm

35mm 영역으로 촬영한 사진. 최대개방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묘사가 뛰어나다. 

 

Canon 5D Mark Ⅲ / ISO 200 / 조리개 우선 AE / F2, 1/200 / 35mm

35mm F2로 촬영. 단정하고 깔끔하면서 밋밋하지 않은 보케를 보여준다. 

 

Canon 5D Mark Ⅲ / ISO 500 / 조리개 우선 AE / F2.8, 1/200 / 35mm

앵무새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촬영했다. 눈과 깃털이 생생하게 표현됐다. 

 

Canon 5D Mark Ⅲ / ISO 500 / 조리개 우선 AE / F3.2, 1/40 / 33mm

최단 촬영거리에 가깝게 촬영했다. 다양한 빙수재료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Canon 5D Mark Ⅲ / ISO 200 / 조리개 우선 AE / F3.2, 1/20 / 24mm

24mm 영역에서 조리개를 F3.2로 조인사진. 비네팅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기존 광각 줌렌즈의 가려운 부분을 해소하다

 

시그마는 이 렌즈의 성능이 기존 자사 아트 단렌즈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24-35mm F2를 사용해보면 해상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대개방 시 24mm, 28mm, 35mm까지 전 구간에 걸쳐 중앙부는 매우 우수한 화질을 보여준다. 주변부 화질은 중앙부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이 조차도 양호한 수준이다. 조리개를 한 단만 조여도 주변부 화질이 나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리개 F4에서 F8까지 가장 우수한 화질을 보여주고 그 이후부터 회절현상의 영향을 받는다. 왜곡 및 비네팅 억제 수준도 뛰어나다. 비네팅의 경우 F4 정도로 조이면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되며 F8이 되면 극주변부까지 만족스러운 수준이 된다. 다만 방진·방적 구조가 아니라는 점은 조금 아쉽다. 

이 렌즈를 개발한 시그마의 계산은 의외로 치밀하다. 전 구간 조리개 최대개방 F2라는 장점은 광각 줌렌즈라는 사실과 만나면서 증폭되기 때문. 일반적으로 광각 줌렌즈는 조리개값이 어두운 경우가 많다. 물론 초광각 영역을 커버한다고 하지만 일반 광각영역까지 조리개가 어두워지는 것은 단점일 수밖에 없다. 

24-35mm F2는 바로 그 지점에서 사용자가 느끼는 불만을 정확하게 해소한다. 초광각 영역을 커버하는 줌렌즈 사용자가 아쉬워할 수 있는 부분을 짚어내고 해당 유저가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을 제시하고 있는 것. 만양 비슷한 줌비로 표준-중망원 줌렌즈를 만들었다면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표준화각 이상으로 초점거리가 길어지면 F2.8, 혹은 F4.0으로 조리개가 어두워져도 심도표현의 폭이 그다지 좁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광각 렌즈는 광학 특성상 심도가 깊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더 조리개값이 밝아져야 심도표현에 있어 아쉬움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24mm에서 F4.0으로 1m 근방의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면 멀리 떨어진 배경과 심도차이가 크게 나지 않지만 동일 조건에서 F2.0으로 촬영한 사진은 제법 뒤가 흐리게 표현된다.

24-35mm F2의 등장은 꽤 의미심장하다. 이제 광각 줌렌즈 시장은 전구간 최대개방 F2.0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싫든 좋든 레이스는 시작됐고 시그마가 가장 먼저 출발선을 통과했다. 경기의 결과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시그마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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