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사진에 녹색을 입힌다

CANON EF 11-24mm F4L USM

 

Canon EOS 5D Mark III/ ISO 100/ F4, 1/160s/ 

 

사진가마다 선호하는 장비는 다르지만 특정 장소를 갈 때 반드시 챙기는 장비가 있다. 교과서처럼 누구나 사용하는 장비를 챙기기도 하지만 물음표를 그리게 하는 색다른 장비를 챙길 때도 있다. DCM이 계절마다 많은 이가 찾는 특정 장소를 찾아 특별한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칼바람에 카메라도 쉽게 지치는 겨울, DCM이 캐논의 초광각 줌렌즈 EF 11-24mm F4L USM과 함께 따듯한 볕이 드는 온실을 찾았다.

글·사진 | 김진빈 기자

 

 

제품사양 <가격:347만원>

초점거리

11-24mm

조리개

F4

렌즈 구성

11군 16매

최단 촬영 거리

0.28-0.32m

최대 촬영 배율

0.32m(11mm)

필터 구경

0.16배(24mm)

크기(직경x길이)

108x132mm

무게

약 1180g

 

 

 

 

 

 

Canon EOS 5D Mark III/ ISO 100/ F4, 1/10s/ 초점거리 24mm/ 아침 일찍 온실을 찾으면 물을 머금은 잎을 찍을 수 있다. 난잡한 주변 배경을 정리하기 위해 24mm로 당겨찍었다. 

 

Canon EOS 5D Mark III/ ISO 100/F4, 1/160s/ 초점거리 24mm/ 24mm에서 최단 촬영 거리는 28cm다. 하늘을 보는 로우앵글로 꽃망울에 다가가 온실의 천정을 보케로 만들었다. 뒤쪽에 펼쳐진 빨간 꽃망울들이 포인트가 됐다.

 

오산 물향기수목원 물방울온실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초광각의 힘

 

사진가를 방황하게 하는 겨울이다. 장비를 잡은 손은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얼어버리기 일쑤고 설상가상 카메라 배터리도 제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채 금새 방전된다. 무엇보다 힘든 점은 찍을 피사체가 없다는 현실이다. 아쉬운 대로 실내촬영을 택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의 촬영은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식물과 동물이 겨울잠을 자는 계절이라고 카메라까지 재울 순 없는 법. DCM이 한정된 실내를 보다 넓게 담아낼 수 있는 캐논의 초광각 줌렌즈 EF 11-24mm F4L USM(이하 EF 11-24mm F4)과 함께 온실을 찾았다.

온실 촬영은 매크로 렌즈와 함께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온실의 특징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 온실은 좁은 공간 안에 다양한 식물이 뿌리 내리고 있다. 게다가 움직임이 제한된 실내에선 뒤로 물러날 공간을 확보하기 힘들다.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좁은 통로 옆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식물의 웅장함을 담아내기에 광각만큼 좋은 선택은 없다. EF 11-24mm F4는 어안렌즈를 제외하면 단렌즈와 줌렌즈를 통틀어 11mm라는 가장 넓은 화각을 가진 초광각 줌렌즈다. 때문에 뒤로 물러날 공간이 없더라도 광범위한 화각의 이미지를 담기 충분하다. 

오산 물향기수목원 물방울온실은 둥근 아치형 건물 두 채가 이어진 형태다. 입구부터 시작되는 나무 다리는 동굴과 이어지는데, 동굴 안에선 창문처럼 뚫린 구멍으로 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이날은 시스템 점검중이라 운행이 중단된 상태. 고민 끝에 구멍을 프레임 삼아 창문 너머를 바라보는 듯한 구도로 온실 전경을 담았다. 나무 다리를 기준으로 전경과 물에 비친 반영을 2:1 비율로 넣어 온실 내부가 보다 넓어 보이게 구성했다. 동굴 안은 사람이 서 있으면 다른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공간만 남는다. 게다가 둥근 형태여서 측면에서 촬영 시 전경이 가려져 프레임을 짜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 매크로 렌즈만 갖고 있다면 좋은 셔터찬스를 그대로 떠나 보내야 한다. EF 11-24mm F4의 11mm 화각으로 구멍 바로 앞쪽에서 원하는 구도를 찍을 수 있었다.

광각의 또 다른 특징은 최단 촬영 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EF 11-24mm F4는 11mm에서 32cm, 24mm에서 28cm의 짧은 최단 촬영 거리를 가졌다. 넓은 실내뿐 아니라 바짝 다가가 피사체를 크게 담을 수도 있다. 다가간 만큼 배경이 흐려져 초점이 맞은 피사체와 배경 사이에 공간감이 강조된 이미지가 된다. 배경을 보케로 만들 때 2번 사진처럼 빨간색 꽃망울을 넣어 포인트를 줄 수도 있지만 주변이 혼잡할 때는 프레임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이럴 때 24mm로 앞뒤 보케를 만들면 피사체에 보다 집중하게 돼 11mm로 찍었을 때보다 임팩트 있는 사진이 된다.

 

Canon EOS 6D /ISO 160/F8, 1/40s 초점거리 11mm / 고가 관람로에서 온실식물원을 배경으로 사람을 담았다. 온실은 전면이 창으로 돼있어 광량이 많기 때문에 노출 값을 조절해 촬영하는 것이 좋다.

 

오산 물향기수목원 물방울온실

입장시간 09:00~18:00(동절기 17:00, 월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 1000원

1호선 오산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15분 정도 걸린다. 수목원 입구에서 오른쪽 길로 쭉 걸으면 아치형 건물 두 채가 이어진 물방울온실이 나온다. 겨울이라도 온실 내부 온도는 높다. 두꺼운 외투 보다 쉽게 벗을 수 있도록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좋다.

 



Canon EOS 6D /ISO 640/F6.3, 1/40s 초점거리 11mm / 잎에 맺힌 물방울에 초점을 맞췄다. 광량이 많아 주변부 노출이 오버됐다. 이런 상황에선 노출 언더로 촬영한 후 후보정에서 암부를 보정하는 것이 좋다.

 

Canon EOS 6D /ISO 320/F9, 1/30s 초점거리 11mm / 역광에서 조리개를 조여 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담았다. 빛 갈라짐이 인상적인 열대식물에 앞 식물의 그림자가 비춰 포인트가 됐다.

 

 

과천 서울대공원 온실식물원

창으로 들어오는 겨울의 따듯한 빛을 활용한다

 

서울대공원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온실식물원은 서울 근교 온실 중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때문에 초록 풍경을 보기 힘든 겨울 정물 촬영은 물론 인물 촬영이 필요할 때 많은 이가 찾는 곳이다. 관람로도 넓은 편이고 3채로 나뉜 온실식물원 중앙 건물에 계단으로 올라가는 고가 관람로가 있어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길이도 긴 편이어서 EF 11-24mm F4를 사용해 온실 전경을 배경 삼아 인물을 담기 좋다. 온실 끝에서 끝까지 일자로 뻗어있는 형태지만 11mm의 넓은 화각을 이용하면 계단에 서 있는 사람은 물론 전경까지 쉽게 찍을 수 있다. 온실에서 전경을 담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온실은 전면이 유리로 돼있어 광량이 많은 편이다. 빛을 정면에 두고 적정노출로 촬영하면 빛이 들어오는 창 부분은 노출오버가 된다. 이런 상황에선 과감하게 노출을 다운시켜 촬영한 후 후보정에서 암부를 보정해주는 것이 암부와 명부를 모두 살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이용하면 식상하지 않은 식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구멍이 난 잎 사이로 빛이 내리쬐는 지점을 포착해 조리개를 F9에서 F11까지 조이면 잎 사이로 정갈한 빛 갈라짐이 나타난다. 역광 촬영이기 때문에 뒤에 있는 식물이 그림자로 표현돼 포인트가 됐다. 겨울 온실 촬영은 식상할 수 있다. 식상함에 새로움을 더하는 방법은 다르게 보는 시선이다. 올 겨울은 매크로 렌즈 대신 초광각 줌렌즈를 챙겨 온실을 찾아보자. 식물에 초점을 맞췄을 때 보다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 해가 질 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촬영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과천 서울대공원 온실식물원

입장시간 09:00~19:00(동절기 18:00)

입장료 성인 3000원(동물원 포함)

4호선 대공원역 2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 길을 따라 걸으면 빠르다. 식물이 겨울잠을 자는 겨울에는 풍경이 좋은 편은 아니므로 코끼리 열차를 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동물원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 왼쪽 방향으로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보다 빨리 식물원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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