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 영화 <설국열차> 촬영 중 배우 존 허트(John Hurt)와 함께한 이재혁 작가
ⓒ이재혁, 영화 <설국열차> 촬영 중 배우 존 허트(John Hurt)와 함께한 이재혁 작가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과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스텝들 속에서 제작 과정을 찍는 스틸 포토그래퍼로 일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카메라를 좋아해 스틸 포토그래퍼에 입문해 지금껏 영화계에서 일해왔다는 이재혁 작가.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재혁 작가는 영화 스틸과 포스터 사진을 주로 촬영하는 포토그래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기생충>, <아가씨>, <암살>, <1987>, <설국열차> 등의 국내 작품을 비롯해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블랙 팬서> 등 해외 작품의 스틸 사진까지 다양한 작업을 펼치고 있는 무비 스틸 포토그래퍼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생각외로 간단했다. 
“어렸을 적 제가 기계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친형님이 같이 일을 해보자고 제안해 주셨어요. 영화 연출업에 종사하고 계셨던 형님은 그 당시 <아름다운 시절>을 작업하고 계셨는데요. 저도 이 작품에 스틸 포토그래퍼로 함께 하게 되면서 출사표를 던지게 됐죠”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 현장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 현장


이 작가는 스틸 포토그래퍼로서 처음 활동하게 됐던 현장에서 매우 추웠던 기억과 함께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얼마나 즐거웠던 과정인지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1950년도에 한국전쟁이 발발했죠. 영화 <아름다운 시절>은 전쟁이 끝난 이후의 실상을 그린 영화에요. 그래서 촬영지 선정부터 굉장히 공들였던 작품이죠. 시기가 시기인 만큼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의 산길을 이동했던 기억도, 좋은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해 그 추웠던 날씨에 밖에서 밤을 꼬박 새운 적도 있었죠”

ⓒ이재혁, 영화 <기생충> 스틸컷
ⓒ이재혁, 영화 <기생충> 스틸컷


오랜 경력의 스틸 포토그래퍼인 만큼 노하우가 쌓이는 법이다. 현업자로서 스틸 포토그래퍼가 되려면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할까.
“영화가 제작되는 전반적인 과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죠. 스틸 포토그래퍼는 ‘센스’가 중요합니다. 만약 스틸포토그래퍼를 꿈꾸도 있다면 독립영화가 만들어지는 현장에서 일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조명이나 이동차, 로닝(짐벌), 동시 녹음 붐 등 굉장히 다양한 장비를 만나보시게 될 거예요”

ⓒ이재혁, 영화 <기생충> 포스터
ⓒ이재혁, 영화 <기생충> 포스터


이재혁 작가는 스틸 포토그래퍼로서 스틸 컷 혹은 포스터 촬영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스틸컷과 포스터의 차이점은 짜인 촬영 스케줄에 따라 영화 장면과 현장 모습을 기록해 두는 용도로 촬영하는 것을 말하며, 포스터는 우리가 흔히 아는 메인 홍보 사진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찍는 사진을 말한다. 그는 포스터의 경우 스틸컷과 달리 별도의 일정을 잡거나 장소 역시 현장이 아닌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촬영한 스틸 컷을 포스터로 활용하기도 해요. 대표적인 예로 영화 <타짜>나 <악마를 보았다>는 제가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포스터로 사용했죠, 예전에는 지방 극장에 영화 상영을 제안하는 용도로 사용하던 것이 스틸 컷이었는데 오늘날에는 홍보물 제작이나, 영화 홈페이지 등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사용 범위가 늘어나고 있어요. 고화소, 고성능 카메라는 바로 여기서 필요하죠. 크롭 해서 아예 다른 느낌의 사진으로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작업 자유도가 높아졌어요“ 

그는 현재 소니의 알파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스틸 작업에도 α9으로 작업을 해왔다. α9을 사용하는 이유로는 ‘무소음’을 꼽았다.  
“좋은 스틸컷은 멋진 배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분위기를 전달해야 하죠. 그 표정과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배우의 연기를 방해할 만한 어떤 소음도 내서는 안되죠. 과거에는 타사 카메라 사운드 블림프를 사용해 셔터 소리를 줄여야 했는데 꽤 무거웠어요. 현재는 무소음 무진동이 매력인 α9을 사용하고 있지만요. 현장에서 α9은 ‘오발 없는 총을 들고나가는듯한 든든한 카메라’라고 비유하고 싶어요. 2017년에 개봉한 영화 <1987>을 촬영할 때부터 사용했는데 Eye-AF 기능으로 배우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실시간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이 만족스러워요. 반셔터나 AF-ON만 누르면 초점이 배우의 눈을 자동으로 쫓아가거든요”.

ⓒ이재혁, 영화 <설국열차>
ⓒ이재혁, 영화 <설국열차>

카메라 바디만큼이나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렌즈’를 빼놓을 수 없다. 좋은 바디에 좋은 렌즈를 써야 바디의 능력이 온전히 발휘되기 때문이다 이 작가가 α9에 사용하는 렌즈는 무엇일까.  
“현장에서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렌즈가 그때그때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표준 렌즈와 준망원 렌즈를 사용해요. 요컨대 SEL35F14Z는 배우와 함께 소품, 주변 배경 등을 같이 담아낼 때, SEL85F14GM과 SE135F18GM은 배우의 표정을 드러내고 싶을 때 사용하죠. 특히 G Master 렌즈는 부드러움이 두드러져요. 리터칭 했을 때 해상도가 무척 좋거든요”

ⓒ이재혁, 영화 <1987>
ⓒ이재혁, 영화 <1987>

주로 긴장감 넘치는 영화들의 스틸컷을 작업해 온 그의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무엇일까?  
“스틸컷도 상업 사진이 한 분야인 만큼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의 격차를 좁히는데 집중해요. 최대한 많은 방향의 소스를 가지고 있는 게 자신의 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촬영 후에 편집에 따라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럼 제가 촬영한 스틸컷이나 포스터 역시 그에 맞춰 바꿔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향에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촬영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재혁, 영화 <암살>
ⓒ이재혁, 영화 <암살>

마지막으로 그가 생각하는 본인의 작업은 어떤 느낌인지 물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관객에게 자유로움을 주는 작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중들은 인위적인 느낌보다는 자유로운 스냅 느낌의 사진을 좋아하더라고요. 편견에 사로잡힌 사진이 아닌 배우의 감정에 따라 흐르는듯한 사진 말이에요. 많은 관객들이 제 스틸컷과 포스터를 보고 자유롭게 상상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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