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F56mm F1.2 R은 그 외관에서부터 진지함이 느껴지는 모델이다. 조리개 값이 선명하게 새겨진 링을 움켜쥐고 피사체를 향할 때면 한 컷 한 컷이 소중했던 필름카메라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촬영 이미지는 그때와 다르다. 배경은 부드럽게 뭉개지지만, 초점을 맞춘 피사체는 최대개방 조리개에서도 거짓말처럼 선명하다. 글·사진┃김범무 기자

제품사양 <가격 : 119만9000원>
렌즈구성 8군 11매
초점거리 56mm
화각 18.5˚
최대 조리개 F1.2
최소 조리개 F16
조리개 날수 7매
최소 초점거리 0.70m
크기(ΦxL) 73.2x69.7mm
무게 405g
필터구경 62mm

인물과 배경을 함께 담을 수 있는 망원렌즈
후지필름이 독자적인 디지털 카메라 전용 렌즈 마운트를 만든 것은 X 시리즈가 처음이다. 과거에 후지필름은 DSLR인 S-PRO 시리즈를 5모델(S1 pro, S2 pro, S3 pro, S5 pro, S3 Pro UVIR, IS Pro) 선보였지만 렌즈 마운트는 니콘 F였다.

2012년 X-Pro1과 동시에 탄생한 X 마운트는 겨우 2년이 흘렀을 뿐인데 어느새 15종류(아직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은 XF56mm F1.2 R APD, XF50-140mm F2.8 R LM OIS WR 포함)에 이르렀다. 거침없이 다양한 성격의 렌즈를 내놓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이것도 모자라 후지필름은 내년에 4종류의 렌즈를 더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XF56mm F1.2 R(이하 XF56mm)은 후지필름의 다양한 렌즈 중 XF60mm F2.4 R Macro와 더불어 망원화각을 담당하고 있는 단렌즈다. 35mm 필름으로 환산했을 때 초점거리는 약 85mm. 가장 널리 사용되는 망원화각 단렌즈인 셈이다.

초점거리 85mm인 렌즈는 화각이 28.5˚ 정도 된다. 이 화각은 망원렌즈 특유의 압축효과가 나타나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인물을 바스트샷으로 담았을 때 주변 환경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얼굴만 잘라 담는 구도가 아니라면 인물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공간이 확보된다면 전신을 담는 것도 어렵지 않다.


공간감 표현이 탁월한 F1.2 조리개
최대개방 조리개는 F1.2로 APS-C 사이즈 센서에서도 훌륭한 배경흐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풀프레임과 비교해 APS-C 사이즈 센서는 배경흐림에 다소 불리하지만 바디와 렌즈의 크기,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후지필름은 최대개방 조리개를 더 밝게 설정함으로 APS-C 사이즈 센서에서도 다양한 공간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렌즈의 길이는 69.7mm이며 무게는 405g이다. 동일 화각, 최대개방 조리개를 갖춘 미러리스용 렌즈 중에서 가장 작은 크기다. 대신 손떨림보정 기능은 빠졌다. 광학렌즈 구성은 8군 11매. 이 중 2장이 ED렌즈이며 1장이 비구면 렌즈다. 이 두 가지 렌즈 덕분에 XF56mm는 최대개방에서도 수차와 왜곡이 적다.

최대개방 조리개 수치에서 예상할 수 있듯 보케는 부드럽다. 보케는 상이 흐려진 부분이 살짝 퍼지는데 이 때문에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배경흐림은 피사체와 거리가 다소 멀어도 나타난다. 덕분에 배경과 피사체를 분리하기가 쉽다.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가 멀다면 이러한 효과는 더욱 확실해진다.

최소초점거리는 0.7m다. 화각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리다. 테스트 촬영을 하는 동안 줌렌즈를 사용하던 감각이 아직 몸에 익어 그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촬영하기를 반복했다. AF가 더디다고 생각할 때는 여지없이 최소초점거리보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였다. 거리가 확보되면 AF는 정확하고 빠르게 작동했다. AF속도는 사용하는 카메라 모델에 따라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흔히 85mm는 인물촬영용 렌즈로 인식된다. 후지필름 역시 이 부분에 포인트를 맞추고 제품을 소개한다. 그러나 이 말 때문에 렌즈의 활용에 한계를 두지 않기를 바란다. XF56mm는 인물과 정물은 물론 풍경사진에서도 충분히 훌륭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1 원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최대개방으로 촬영하면 배경이 자연스럽게 흐려져 묘한 공간감이 연출된다. 환산 85mm 렌즈보다 화각이 좁아지면 압축효과 때문에 공간감의 양상이 달라진다.


2 아경은 보케를 살리기에 적합한 장면이다. 특히 배경에 다양한 광원이 있다면 반짝임이 도드라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테스트는 후지필름 X-T1으로 진행했는데 복잡한 광원에서 자동 화이트밸런스가 정확했다.


3 이 렌즈는 흐려지는 단계가 무척 부드럽다. 렌즈에 따라서는‘이 시점부터 흐려지는구나’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경계선이 분명하기도 하다. 각자의 매력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XF56mm 쪽이 마음에 든다.


4 스테이크 하우스의 와인셀러를 담았다. 무척 어두운 곳이었지만 최대 개방 조리개가 F1.2로 밝아서 ISO를 높이지 않고 촬영할 수 있었다.


5 35mm 환산 85mm 초점거리를 갖춘 XF56mm F1.2 R은 포트레이트 촬영에서 그 실력을 알 수 있다. 매력적인 보케는 배경과 인물을 자연스럽게 분리해준다.



6 조리개링을 돌려 조리개 구경을 조절하는 방식은 직관적인 촬영을 가능하게 한다. 링의 작동 감각도 매력적이다. 그저 부드러운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손맛을 연출한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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