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아날로그 감성을 구조하는 필름카메라 수리점

신흥사 카메라 최구조 기술자
신흥사 카메라 최구조 기술자

"유행은 돌고 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재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새로운(New) 복고(Retro), 즉 '뉴트로 (Newtro)'가 유행이다. 이들은 빈티지하고 아날로그적인 옛 감성을 느끼기 위해서 끊임없이 과거의 공간과 물건을 찾는다. 그 범위는 가볍게 꾸밀 수 있는 소품과 패션에서부터 자동차와 실내 인테리어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필름카메라도 젊은 층의 높은 관심을 받는 뉴트로 아이템 중 하나다. 옛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흑백 필름부터 투박하고 정감 어린 컬러 필름까지, 디지털 기술로는 재현할 수 없는 향수를 채워주는 중요한 물건이다. 하지만 고장이 생겨 서랍 속에 오랫동안 처박아둔 필름 카메라를 지금 다시 꺼낸다 한들, 제조한 브랜드에서는 보증 기간이 끝났기 에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고칠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특별시 을지로 3가에 위치한 '신흥사카메라'를 찾아가보자. 아날로그 카메라를 수리 받고 점검할 수 있는, 필름카메라 사용자들에겐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카메라 전문점이다. 필자도 뉴트로 대열에 합류하고자 오랫동안 고이 모셔두고 있던 필름 카메라를 챙겨 가게를 방문했다. 오래 쓰지 않은 카메라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세부 점검을 받으며 최구조 기술자와 나직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글·사진 엄우산 기자

 

신흥사 카메라 최구조 기술자
신흥사 카메라 최구조 기술자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구조입니다. 1984년을 시작으로 지금도 계속 카메라 및 주변 장비를 수리하고 있습니다. 

 

수리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1975년 친형이 운영하는 카메라매장에서 카메라를 만지다 보니깐 어 느새 수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수리한 모델이 페츄리 7s 필름 카메라인데 셔터가 고질병이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일단 옛날 카메라를 버리지 않고 모두 부품용으로 보관하고 있어 필 요한 부속을 찾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리에 필요한 부품이 없을 시, 이베이에 부품을 검색해 있으면 구매하고 없으면 미국 또는 일본 의 카메라 수리 모임에서 부품을 구해서 고칩니다. 하지만 여러 방법 으로도 부품이 없으면 못 고칩니다. 완전 수동식 카메라일 경우 없는 부속을 만들어서 고치지만 전자식 부품은 없으면 대체 할 수 있는 부 품이 없어서 수리가 불가합니다. 

 

카메라 수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요? 

필름 카메라뿐 아니라 디지털카메라, 사진장비, 비디오장비 등 다양한 기기를 수리하고 있어 유지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아날로그 장비 를 사용하는 이들이 꾸준히 찾습니다. 

 

해외에서도 수리 의뢰가 들어오나요? 

현재 뉴욕은 아날로그 서비스센터가 없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거나 아날로그 장비를 사용하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사진가에게 종종 수리 의뢰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서비스를 받았던 고객들이 이민 후에도 점검 및 수리 의뢰를 꾸준히 하고 그분들의 소개로 다양한 나 라에서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세대들 중심으로 필름카메라 열풍이 불고 있는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20대 친구들은 완전 디지털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빠르게 흘러 가는 지금 디지털시대에 싫증을 느끼고 아날로그 감성에 매료된 것 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날로그 감성이란 필름 사진을 찍고 결과를 기다리는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디지털은 인간적인 맛이 없지만, 필름은 그런 맛이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단종되어 새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희소성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필름카메라를 관리하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카메라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꼭 1년에 한 번씩은 교체해주세요. 수동 식 카메라 일지라도 노출계가 있으면 배터리가 있으니깐 꼭 확인하세 요. 렌즈에 발생하는 곰팡이를 피하기 위해선 15도 이하, 습도 60% 이하인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대부분 잘 못 알고 있는 장롱 보관은 안 좋은 보관법입니다. 또 제일 중요한 건데, 촬영 후 바디와 렌즈를 한 번씩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주고 에어블로워를 이용해 먼지를 날려 주세요. 이런 간단한 관리가 카메라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해주 는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방법입니다.

신흥사 카메라 수리실
신흥사 카메라 수리실

수리일은 언제까지 하실건가요? 

몸이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겁니다. 카메라 부품은 작고 가벼워서 앞 으로 시력이 떨어지거나 손끝 감각이 무뎌지면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흥사 카메라 최구조 기술자
신흥사 카메라 최구조 기술자

"마지막아날로그"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채웠던 인터뷰였다. 뉴트로 열풍으로 다시 필름 카메라가 유행했지만 정작 카메라 가격 과 필름 가격이 올랐으며, 필름으로 사진 작업하는 이들에겐 이런 유행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을 깨달았다. 예전 모든 카메라에는 필름이 들어갔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센서와 메모리카드 등 최신 전자장치들이 들어가 있다. 기술은 계속해 발전하고, 우리는 편한 것에 익숙해진다. 필름은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자연 스럽게, 서서히 잊혀갔다. '유행은 돌고 돈다' 말처럼 돌아왔던 필름카메라의 유행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 저물 것이 분명하기에, 이제 필름카메라는 주류의 반열로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느꼈다. 어쩌면 이번 뉴트로 열풍은 필름 카메라의 마지막 스포트라이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어딘가 잠들어 있는 필름 카메라가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옛 추억을 기억하며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아날로그의 시간을 가져보자. 

 

신흥사카메라 

서울 중구 수표로 48-2 401호 / 문의 : 010 - 5667 - 5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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