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외투 위로 스치는 바람이 따듯해졌다. 어느덧 봄이다. 우리는 사계가 가장 뚜렷한 나라에 살고 있다. 달력을 넘기며 확인하는 ‘1’이라는 숫자보다, 거리를 맴도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잿빛 식물들이 점차 다채로운 색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목격하며 한 해가 시작되었음을 느끼곤 한다. 매년 서울에서 그 변화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은 홍매화다. 완연히 새로운 2021년의 나날들을 기대하며, 파나소닉의 새로운 망원 줌 렌즈 LUMIX S 70-300mm F4.5-5.6 MACRO OIS로 담은 봉은사 홍매화 촬영 후기를 전한다.


봄의 시작, 봉은사 홍매화
봉은사는 서울의 중심,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오래된 절이다. 3월이 되면 한편에 심어져 있는 매화나무에서 홍매화가 피어나며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린다. 나무는 단 한 그루밖에 없지만, 오래된 사찰에서 묻어나는 고풍스런 분위기와 선홍빛 꽃망울이 빚어내는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담기 위해 해마다 많은 사진 애호가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찬바람이 막 가시고 느슨한 공기가 감돌기 시작한 3월의 둘째 주, 올해도 변함없이 돌아온 홍매화의 개화 소식에 필자도 이른 아침 장비를 챙겨 봉은사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지붕과 지붕 사이를 가득 수놓은 연등과 중앙의 석탑이 먼저 반겼다. 누군가 피워 놓은 향 연기가 은은하게 퍼지고, 곳곳에 불도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오간다. 절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간절한 바람들이 공기 중에 남아있기 때문일까? 높이 솟은 고층 빌딩 숲 사이, 햇빛이 가득 쏟아지는 봉은사의 따듯한 공간에서 작은 위로를 받으며 셔터를 눌렀다.


공간을 압축하는 망원 렌즈

봉은사의 정경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광각 렌즈를 고르는 것이 정답이었겠지만, 이번 촬영은 홍매화의 모습을 담고자 했기에 망원 계열의 줌 렌즈 LUMIX S 70-300mm F4.5-5.6 MACRO OIS를 택했다. 망원 렌즈의 좁은 화각은 나무 위 자그맣게 피어난 꽃과 필자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압축시키며 눈앞에 디테일들이 놓인 듯한 감각을 선사했다. 장비를 머리 위로 한껏 치켜들고 촬영해야하는 환경이었지만 손의 흔들림을 보정하는 렌즈의 OIS 기능을 통해 안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고, 약 790g의 가벼운 무게는 다양한 구도를 시도하기에 부담이 없었다.


공간이 가진 특징을 풍부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점도 망원 렌즈가 가지는 이점이다. 봉은사는 대중들에게 개방된 공간인 만큼,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불상을 바라보며 조용히 치성을 드리는 신자들의 모습과 봉은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스님, 소원이 담긴 돌탑과 연등, 꽃. 모두 광각 렌즈의 드넓은 시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총평
LUMIX S 70-300mm F4.5-5.6 MACRO OIS가 지원하는 70-300mm까지의 범위는 주변의 불필요한 소재들을 정리하며 봉은사의 특징을 강조하고 우연한 순간을 포착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초점거리에 따라 변하는 F4.5-5.6 사이의 조리개 값은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하기에는 어렵겠지만 피사체들 사이의 공간감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11매 조리개 날을 통한 이상적인 원형 보케와 줌 전역에서의 고른 해상력, 파나소닉이 자랑하는 콘트라스트 AF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정확한 포커싱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790g에 지나지 않는 무게로 이번 촬영처럼 가까운 출사지에서 가벼운 망원 촬영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장비다.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낭만적인 꽃의 계절, 일찌감치 준비해두면 봄 출사가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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