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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평화, 저항, 연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3.1운동과 한국교회3.1운동 100주년을 기억하는 기독인 연합, 청어람홀에서 대중집담회 개최

3.1운동을 계승하자는 교계 안팎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3.1운동 100주년을 기억하는 기독인 연합’ 주최로 3.1운동을 기억, 평화, 저항, 연대의 관점에서 되짚어보는 의미 있는 행사가 개최됐다. 1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청어람홀에서 열린 이번 대중집담회에선 3.1운동과 한국교회를 잇는 다양한 주제로 심도 깊은 토론이 진행됐다.

1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청어람홀에서 ‘3.1운동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대중집담회가 열렸다. 이번 대중집담회에선 손승호 박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간사), 김상덕 박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상임연구원),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 바나 아부 줄루프(팔레스타인 기독교인), 손원영 목사(서울기독대학교 해직교수)가 발제를 맡고, 양희송 청어람 ARMC 대표의 사회 가운데 토론이 이어졌다. ©유코리아뉴스

이날 ‘3.1운동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발제한 손승호 박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간사)는 3.1운동과 그 정신에 대한 해석이 시대마다 어떻게 달랐는지 짚었다. “이승만 정부는 자유 민주주의 국민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박정희 정부는 단일민족의식의 고양을 위해, 전두환 정부는 국가발전을 위한 일치된 헌신을 위해 3.1정신을 이용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세계일류국가건설을 위해 3.1운동을 이야기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선 민주주의, 남북화해, 과거사 청산의 이유로, 노무현 정부는 인류보편적 원리로 3.1운동을 표현했다.” 결국 역대 정부마다 3.1운동을 정치적 목적으로 소모해왔다는 것. 손 박사는 “한국교회 역시 3.1운동에 대한 해석이 미세하게 바뀌어왔다”고도 밝혔다. “박정희의 3선 개헌을 앞두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주최한 50주년 기념대회’(1969)에선 3.1운동을 ‘전제군주체제를 영구히 혁파한 정신’이라고 표현했으며, 유신헌법이 공포된 이듬해의 한국그리스도인선언(1973)에선 3.1운동을 ‘일본 식민통치에 저항한 한국 그리스도교회의 역사적인 전통’이라고 해석했다. 개신교와 천주교의 진보 인사들이 발표한 3.1민주구국선언(1976)에선 3.1운동을 ‘한국의 민주화 운동의 출발점’이라고 하고, 19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에선 ‘정의와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선교적 전통의 출발점’이라고 표현했다. 교회 개혁이 강하게 요구되는 현시점에는 3.1운동의 의미를 ‘한국교회의 갱신’으로 가져오려 한다.” 시대마다 조금씩 달랐던 3.1운동에 대한 해석은 그 자체로 역사성(가변성)을 보여주면서도, 3.1운동의 연구와 성찰이 부족했음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김상덕 박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상임연구원)는 ‘기억’이란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김 박사는 서두에서 “어떤 기억을 갖느냐에 따라 집단의 전체성이 바뀔 수 있다”라고 밝히면서, 지난 3.1절 이뤄진 두 행사(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3.1절 기념행사와 광화문 앞에서 열린 3.1절 구국기도회)를 비교해 설명했다. 결국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3.1 운동을 기념하는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 김 박사는 또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에 따라 달라지는 ‘기억’이지만, 사회적 갈등을 풀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 기억하고 기념할 것인지, (과거 억압에 대한) 대안적, 저항적 기억을 통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는 ‘평화’에 대한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문 대표는 “어떻게 3.1의 저항정신이 태극기, 성조기를 들고 거리로 나온 상황으로 귀결되었는가?”라고 자문하면서, “해방을 일상으로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억압과 피억압의 구조를 (일상의 영역에서) 계속 성찰해가지 못함으로써, 해방이 하나의 이벤트로 그쳤다”는 것. 문 대표는 또 “한국교회에서 그리스도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돌아보지 않고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극우 기독교인들만 탓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의 근본적 구조를 반성하지 않고, 일부 기독인의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뜻. 그러면서 문 대표는 “한국교회 안에서 첨예한 논쟁을 통해 결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생략한다면, 평화의 종교가 되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온 바나 아부 줄루프(Bana Abu Zuluf) 씨는 ‘저항’이라는 주제로 발제하면서, “한국교회가 분열되었을 뿐 아니라 회색지대에 서있다고 느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이렇게 된 이유는 “교회가 평화, 자기 결정, 역사적 진상조사와 같은 많은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모든 한국교회가 기독교 시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아님에도, 근본주의 이념들이 정치운동을 형성하여 회색지대에 있는 한국교회에 침투했으리라”는 것. 바나 씨는 “이제 한국교회가 회색지대에서 나와야 하며, 인간성에 대한 신념을 다시 새길 수 있도록 공동의 저항을 공식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 세계 억눌린 사람들과 연대하며, 악에 함께 저항하고 정의를 비추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기독교의 교리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손원영 목사(서울기독대학교 해직교수)는 “(성서 속) 이스라엘 사람들이 정체성을 세운 사건은 ‘출애굽’이며, 한국교회가 정체성을 세운 사건은 ‘3.1운동’”이라고 밝혔다. “3.1운동을 통해 서양 종교인 기독교가 비로소 한국인의 기독교가 되었다”는 것. 그러면서 손 목사는 “3.1운동에서 보여준 연대가 한국교회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명칭을 두고 천도교(독립선언 주장)와 기독교(독립청원 주장)가 갈등했으나 불교가 중재하면서 위기를 넘겼고, 기독교 대표들이 가족의 안위 문제로 주저할 땐 손병희(천도교 3대 교주)가 거금을 지원해 이를 해결해 연대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한국교회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연대’가 쉬운 일은 아니라”는 의미. 손 목사는 “고통받고 있는 낯선 타자의 얼굴에서 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종교성”이라고 한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을 인용하며, “그럼에도 종교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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