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계를 만들어내는 키워드의 효과와 관점

여기서는 5가지 키워드에 대해 알아보자.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비교해 보면서 카메라의 기능을 들어 현실과의 위화감이 어떻게 나타나며,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 정리해 보고자 한다. 다시 한번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진’이라는 명제를 화두로 사진을 바라보면, 평소 얼마나 막연하게 사진을 보고, 찍어 왔는지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필드에서 촬영 포인트를 찾을 때에는 단순하게 육안으로 보이는 눈앞의 장면을 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5가지 키워드를 떠올리며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세계를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해 보자. 표현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것은 물론 촬영의 재미도 훨씬 배가될 것이다.

1. 슬로셔터 피사체의 움직임을 보여줄 것인지 지울 것인지 생각한다

모든 사물이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유원지의 회전목마가 돌고 있는 풍경이 순간포착을 한 것처럼 정지되어 보인다. 이 정도 속도라면 육안으로 그 형태를 판별할 수 있다.

피사체가 흔들리면서 움직임이 생겨난다

회전하는 목마만 흔들려서 움직임이 전해지고 있다. 피사체 흔들림은 적은 편이며 상상의 여지가 있는 범위지만, 이 정도로도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세계다.

형태를 소실시켜 이질적인 무언가로 만든다

실이 뻗어나가는 것 같은 잔상만 존재한다. 피사체가 무엇인지 잘 모를 정도로 큰 변화다. 이 정도로 크게 변해버리면 누구나가 위화감을 느낄 것이다.

 

시간축의 흐름을 표현에 이용하는 슬로셔터. 육안이라면 잔상 정도로는 겨우 볼 수 있지만 카메라처럼 물체를 없애는 것은 육안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슬로셔터는 움직이는 피사체의 판별이 가능할 정도로 잔상을 남기는 셔터속도부터, 궤적만 보이고 그 후는 상상에 맡겨야 하는 영역까지, 그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또한 셔터속도는 피사체의 속도나 화면을 차지하는 비율로도 담기는 모습이 달라진다. 전철을 풍경으로 생각하고 보면 느리지만, 홈에서 전철이 통과하는 것을 보면 빠르다고 느끼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자신이 머릿속에서 그린 이미지를 끌어내주는 셔터속도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슬로셔터 촬영에서는 삼각대가 필수다. 또한 케이블 릴리즈, 한낮이라면 광량을 조절해 주는 ND필터가 있으면 편리하다. 몇 단계에 걸쳐 셔터속도에 변화를 주면서 자신의 의도에 맞는 속도를 찾아보도록 하자.

 

2. 보케 원형보케나 앞보케를 화면 가득 넣어 주연으로 만든다

전체가 구석구석까지 선명하다

볼 형태의 일루미네이션이 화면 전체를 채우고 있다. 아름답기도 하고, 구석구석까지 선명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발광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지는 반짝임이 약하다.

원형보케를 살린 추상화

의도적으로 초점을 엇나가게 하면 전구가 구슬처럼 흐려져 몽환적인 모습이 된다. 조리개를 1스톱 정도 조여주면 비네팅이 약해지고 보케는 더욱 원형에 가깝게 된다.

앞보케를 살린 추상화

도로 갓길에 피어있는 꽃의 보케를 크게 담아,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만든다. 앞보케가 크게 흐려지고 그 보케가 위화감이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

 

앞 페이지에서 카메라와 육안의 구조는 닮아있다고 했다. 하지만 육안으로 피사체의 배경흐림이나 앞보케를 체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육안도 렌즈와 마찬가지로 초점위치의 전후는 흐려지지만, 화상 처리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뇌가 전체를 선명하게 보이도록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애호가의 입장에서 보면 기뻐해야 할 일인지, 슬퍼해야할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케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야말로 사진이 긴 세월에 걸쳐 사랑받아온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특별히 사진에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아름답다’고 느끼게 하는 매력은, 역시 보케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보케는 피사체의 형태를 흐릿하게 하여 추상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렇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보케를 과감하게 담아, 비현실감을 자아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대담하게 원형보케와 앞보케를 주연으로 하여 사진을 찍어보자.

 

3. 빛 노출을 콘트롤하여 하이키로우키로 만든다

눈으로 본 것과 동일하게 밝은 부분부터 어두운 부분까지 적절하게 재현되었다.

명암차가 극심한 장면이지만 하이라이트 부분부터 암부까지 거의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중간조부터 밝은 느낌에 이르는 구성으로 화면을 채우고, 그림자 부분을 약간 남겨 긴장감을 준다.

언더로 보정하여 어두운 부분의 베이스를 만들고 빛이 느껴지는 유리 부분을 열쇠로 삼았다.

 

육안의 오토 기능은 상당히 우수하다. 밝은 곳과 어두운 곳에서 모두 자동적으로 대응하며 어지간히 새까맣게 어두운 경우가 아니라면 그 형태를 확실히 볼 수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늘 동일한 밝기로 보이기 때문에 의도적인 노출오버 혹은 노출언더 등을 콘트롤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노출을 조절하여 비현실감을 부여하면 육안으로 본 것과는 다른 세계를 연출할 수 있다. 단 단순한 명암만으로는 노출설정 실패에 지나지 않은, 재미없는 사진이 되고 만다.

이럴 때 어둡기나 밝기 속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에는 디테일을 남기는 테크닉을 사용해 보자. 어둡게 할 경우, 중간조부터 암부까지로 구성하는 것이 로우키다. 역광에서 피사체의 윤곽이 보이는 것처럼 빛이 느껴지는 부분을 남겨두는 것이 요령이다. 반대로 밝은 화면기조로 구성하는 것이 하이키다. 하이라이트 기조 중에 짙은 색을 남기면 화면에 긴장감이 생긴다. 이 때 노출설정은 통상적인 촬영처럼 1/3EV 간격으로는 그 차이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1EV 간격으로 대담하게 변경한 후 미조정하는 것이 좋다.

 

4. 색 색온도와 채도로 현실에는 없는 색을 만든다

색이 가진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처럼 사람의 기억에 남아있는 색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이미지가 극단적으로 다른 색을 보면 누구나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이유로 사진에서 주목하고픈 것이 색온도와 채도다. 색온도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육안은 광원에 따라 자동적으로 적응하는, 이른바 늘 화이트 밸런스 ‘오토’의 상태다. 한편 카메라에서 이것을 의도적으로 그 장소의 광원과는 다른 설정으로 맞추면 온색조나 냉색조가 되어 위화감을 만들 수 있다. 채도도 마찬가지다. 육안은 적절한 상태로 보고 있지만, 그 범위를 넘어가면 화려한 인상이나 평범한 인상으로 바뀌어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마이너스 측에서는 모노크롬에 가깝게 되어, 색이 없는 세계에 가까워진다. 어떤 쪽이든 익숙해지기 전에는 극단적인 조절로 위화감을 조성하게 되곤 하는데, 어디까지나 피사체의 이미지에 맞추어 조절해 보는 것이 좋다. 또한 색온도나 채도 외에도 필터를 활용하여 독특한 색조를 만들어 보는 방법도 있다.

색온도

비교적 허용범위가 넓은 것이 색온도의 특징. 하지만 여기서는 RAW 현상 소프트에서 최대폭부터 바꿔주었기 때문에 위화감이 현저하게 드러난다.

채도

RAW 현상 소프트에서 촬영 시 설정을 기준으로 플러스와 마이너스 쪽으로 조절. 양쪽 모두 최대값일 때는 위화감이 생기며, 특히 마이너스 측에서는 모노톤에 가까운 느낌이 된다.

 

5. 합성 다중노출로 이미지를 강렬하게 만드는 시각효과를 낸다

다섯 가지 항목 중 가장 위화감을 느끼기 쉬운 것이 바로 이 ‘합성’일 것이다. 말 그대로 여러 개의 요소를 조합하여 1장으로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화상 소프트로 합성하는 방법과 다중노출을 이용해 카메라에서 합성하는 방법이 있다. 여기서는 2장의 사진을 이용한 다중노출을 사용해 보았다. 다중노출 작업을 함에 있어서는 비슷한 이미지의 사진을 조합하는 방법과 전혀 다른 이질적인 사진을 조합하는 방법이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보는 이의 상상을 자극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미지를 오버랩 시키는 것이 기본이지만 무엇보다 겹치는 작업을 위해서는 어두운 부분이 필요하다. 밝은 사진을 2장 겹쳐도 새하얗게 될 뿐 상()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카메라 측에서 합성 기능을 가진 기종도 늘어나고 있고, 라이브뷰 덕분에 사전에 노광을 확인하면서 촬영할 수 있는 제품도 생겼다. 촬영 난이도가 낮아진 만큼 위화감을 조성하는 사진에 도전해 보자.

연상 게임처럼 관련 있는 피사체를 오버랩 시킨다. 까만 부분을 남겨서 겹쳐주는 것이 포인트.

벽에 그려진 화살표와 손을 촬영. 손이나 눈 같은 부분은 인상적으로 보여주고자 할 때 적합하다.

자동차의 스테어링과 외관으로 구성.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세계가 펼쳐진다.

화살표와 손은 특별한 연관성이 없는 피사체다. 하지만 이렇게 겹쳐보면 사진을 감상하는 이의 상상력이 더욱 확대된다.    ----- To be contino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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