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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익, 광고를 넘어 사진콘텐츠 작가로

우리가 기억하는 많은 광고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호황기도 있었지만 광고시장의 침체로 많은 광고사진가들이 현장을 떠났고 최창익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다. 최근 최창익은 사진 콘텐츠 개발자로 다시 한 번 독보적인 길을 걷고 있다. 30년 간 광고현장에서 근육을 키웠고 앞으로도 광고를 기반으로 한 창작자로 남겠다는 그를 VDCM이 만났다.

글 박지연 사진 ONOFF 제공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onoff 스튜디오. 질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가 근래 어떤일을 하는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정신없이 그의 얘기를 듣다 보니 준비해 간 질문들이 그의 말 속에 모두 녹아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광고사진가로서 광고적인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그에게 광고적인 것이란 무엇인지 질문했다.

ONOFF 스튜디오 입구. 전면부 포멕스 조명을 활용한 작업물

광고적인 것이란

어떤 컨셉, 방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확히 전달하는 일이다.

광고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광고사진은 보는 사람으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 상품이나 대상을 찍어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게 좋았고 빠른 호흡도 성격과 맞았다. 나에게는 3명의 아버지가 있는데 낳아주신 친아버지와 광고사진을 알려준 김광부 교수님, 그리고 졸업 후 프로로 훈련시켜 준 장영준 선생님이다. 이 분들이 나를 이끌었다.

삼성 '또 하나의 가족' 시리즈 중 하나

어떤 광고를 해왔나

광고 얘길 하자면 2박 3일도 모자란데, 삼성 yepp, ‘또 하나의 가족’ 시리즈를 비롯해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한 때는 아침에 신문을 펼치면 7~8개가 내 사진이었고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수많은 사진이 옥외광고로 걸렸다. 대한민국 전체가 내 포트폴리오고 전시장이었다. 짜릿했다. 함께 작업하는 디자이너들로부터 먼저 인정받았고 사진적인 검증을 수없이 받았다. 이것이 쌓여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

창작자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

기업에서 컨셉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장 상황이나 내 아이디어를 통해 작업하는 게 30%쯤 된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장 콕토가 피카소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 친구 피카소는 거리에서 이미지를 줍는 넝마주이 같은 아이다” 20대들었던 이 말이 아직도 인상깊다. 창작자의 아이디어는 어떤 하나의 형태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많은 요소들이 결합하면서 생겨난다. 일상의 요소들이 이미지로 다가온다. 다만 일이 주어지면 공부를 어마어마하게 한다. 광고사진도 마찬가지다. 어떤 시각적 메시지를 주어야 하는지 철저히 분석한다. 머릿속에 이미 그려놨기 때문에 촬영 날은 오히려 즐겁고 힐링이 된다.

‘촉촉한 가슴’이란 타이틀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라고 해도 광고 사진은 전쟁이다. 백 번을 찍는다고 할 때 아흔아홉 번 잘 찍다 한 번 실수하면 아마추어 취급을 받는다. 백 번 잘 찍고 백 한 번째 잘 찍어야만 프로로 인정받는다. 한 번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세계다. 실수 없이 하려니 긴장의 연속이다. 일이 끝나면 갈증이 몰려온다. 일을 끝내고 갈증 해소를 위해 술을 한잔 들이키면 가슴이 촉촉해진다. 그래서 만든 닉네임이 ‘촉촉한 가슴’이다.

새로운 도전

86년 세영스튜디오를 시작으로 97년 독립 후, 지금까지 31년 간 광고 사진을 찍어왔다. 지난해 여름 스튜디오를 처분하면서 홀가분해졌지만 한 달, 두 달 시간이 갈수록 소위 말하는 멘붕에 빠지는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원인을 몰랐다. 스튜디오는 아니지만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적 공허감의 이유를 찾다 보니 매일 출근하면 마주하던 나만의 작업 공간, 장비, 스텝이 사라졌기 때문이란 걸 알았다. 분신 같은 스튜디오 없이 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5개월 만에 다시 스튜디오를 열었다. 하지만 다시 광고시장에 뛰어들기에는 고민이 많았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창익이라는 사람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팔, 다리, 발목, 몸통 분해하고 난도질했다. 나라는 사람에게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더라.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계속한다면 동료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롱런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사진을 어떻게 활용해야 사진가의 길을 오래 갈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모바일 이미지 명함 'I am...' 프로필 사진

휴대폰을 보는데 연락처에 CEO, 창작자, 예술가들이 많았다. 30년 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항상 기업 클라이언트만 있었지 정작 이들을 찍어 본 기억이 없었다. 그 때 프로필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바일 이미지 명함 'I am...' 프로필 사진. 사진작가 배병우

사진콘텐츠 작가로 거듭나다

대개 사람들은 항상 증명사진 같은 것들만 찍어봤기 때문에 사진을 잘 찍어줘도 사진을 활용할 줄 모르더라. 그래서 사진의 활용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사진을 완벽하게 다듬어서 포장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모바일 이미지 명함’이 탄생했다. 지금은 모든 소통이 모바일로 옮겨왔다. 모바일을 통해 알리고 싶은 콘텐츠를를 앱 설치 없이 빠르고 쉽게 전달,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I’m..’이다. 개인 스마트 폰을 사용해 SNS, 페이스북, 카카오톡, 밴드 등에 쉽게 공유 할 수 있고 회사 소개, 상품 프로모션, 개인 프로필, 전시회 등 홍보할 핵심사항을 고화질 사진으로 전달한다. 또 회사 홈페이지나 개인 블로그, 홍보영상 등도 링크를 걸어 홍보할 수 있다.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ID, 패스워드도 필요 없다. 현재 특허 출원 중이고 내년 2월 중 특허를 획득할 것으로 예상한다. 모바일 이미지 명함 제작 스튜디오 오노프(onoff)에서 클라이언트 인터뷰부터 사진촬영, 디자인, 프로그램까지 모든 것을 제공한다.

모바일 이미지 명함 'I am...' 프로필 사진

사진가의 빛

필름을 사용하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좋은 장비가 좋은 컬러와 질을 보장했다. 나 또한 값비싼 장비를 사용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좋은 장비와 그렇지 않은 장비를 구분하는 일이 의미가 없어졌다. 포토샵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는 수많은 빛들이 다 조명이 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도 네 곁에 있는 빛이 사진의 빛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빛을 읽는 사진가의 문제이지 장비의 문제가 아니다. 전에는 비싼 외산 장비를 사용했지만 스튜디오를 다시 열면서 포멕스 조명을 도입했다. 지금은 아주 예외적인 특수촬영을 제외하고는 포멕스 조명을 쓰는데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프로포토나 브로컬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내가 포멕스 모델 이기도 하다.

포맥스 장비를 활용해 촬영한 사진

탁월함의 힘

글쎄. 굳이 꼽자면 나는 얼리어답터이기도 하고 소셜미디어 활용도 잘한다. 광고는 문화권 내의 것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문화 속에 쑥 들어가 들여다보고 느끼는 그런 일들을 좋아한다. 문화를 본다는 것은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은 공유한다는 것이다. 20대와 잘 통하는 것은 물론이다. 모교로 출강을 나가는데 어린 학생들은 내가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흥미로워하고 나 또한 젊은 세대의 언어와 시선, 문화를 배운다.

한국광고사진가협회 회장으로 선출되다

(사)한국광고사진가협회는 43년 역사를 가진 국내 프로패셔널 포토그래퍼 단체다. 광고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협회의 규모와 회원도 줄었지만, 국내 사진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광고사진 활성화를 위해 힘써달라는 요청으로 회장직을 맡게 됐다. 5년 전부터는 부산국제광고제와 손잡고 일하는데 올해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광고사진전에는 26개국, 607개 작품이 전시됐다. 내년부터는 광고를 넘어 파인아트와 다큐멘터리 작품도 전시할 예정이다.

최창익에게 사진이란

20대 사진을 시작한 이후로 사진 외에 다른 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시장은 변했지만 나는 아직도 ing 중이다. 이제까지는 기업의 요청으로 작업했지만 이미지명함은 내 스스로 분석해서 표현하기 때문에 즐거움이 더 크다. 작업 의뢰가 들어오면 한 개인을 철학적, 예술적으로 다각도로 분석한다. 자신이 아는 것보다 내가 더 그를 잘 알게 된다. 지난 30년 간 광고계에서 쌓은 노하우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앞으로도 광고적으로 개인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콘텐츠 사업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다. 창작자로서 내 뿌리는 광고다. 커머셜에 기반한 창작자로, 광고쟁이로 끝까지 남을 것이다.

삶을 여행하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는 기꺼이 삶에 뛰어들어 향유하고 맛보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시종일관 유쾌한 그에게서 조르바의 환영을 본 것은 착각이었을까. 어떤 자리든, 어떤 일이든 그가 하는 일은 재밌는 일일 것만 같았다. 아직도 ing 중인 사진가 최창익의 내일을 기대해본다.

이상민 기자  esang_vd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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