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배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본인이 직접 찍어 보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촬영법과 정보를 줄줄 외운다고 하더라도 현장에 나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터득한 실전 촬영 경험과 맞바꿀만한 것은 없다. 온라인에서 ‘사진 잘 찍는 법’을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비법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이론에 만족하지 말고 실전 촬영에 부딪혀 보자. 내가 가진 카메라의 종류와 가격으로 가치를 매기기보다 내가 찍은 사진으로 말하는 아마추어 작가에 도전해 보자. VDCM 기자들이 매달 촬영지 선정부터 장비 세팅과 현장 촬영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실전 출사를 진행한다. 이 코너를 통해 장롱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 촬영의 즐거움에 빠지는 독자가 생겨나길 기대한다.
글•사진 | VDCM 편집부
Where?
이 달 촬영지는 춘천 상고대다. 상고대를 제대로 촬영하려면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야 하고 80% 이상의 습도, 영하 15° 이하의 모든 조건이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새벽 3시 반에 서울을 출발해 강원도 춘천으로 향했다. 모래재 정상을 넘어 춘천 소양 3교에 도착해 해가 뜨는 아침 7시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우리 팀이 기대했던 상고대의 풍경은 펼쳐지지 않았다. 앞서 말한 조건들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장 촬영은 날씨나 시간 등 여러 변수를 동반한다. 앞으로는 한 장의 사진을 감상할 때, 그 사진을 찍은 사진가의 노고를 생각하자. 우리 팀은 춘천을 경유해 강원도 영월을 거쳐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루트를 짰다. 이 달의 촬영 이야기를 풀어본다.
FUJIFILM X70
안흥은 안흥 찐빵으로 유명한데, 사실 안흥 찐빵이 이 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흔하게 만나볼 수 있다. 춘천 상고대 촬영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팀은 강원도 횡성으로 향했다. 가는 길목에 안흥 찐빵 가게에 들러 갓 쪄내 김이 모락모락나는 찐빵을 한 입씩 먹었다. 새벽 촬영으로 언 발을 녹이며 차를 달리던 우리는 좌측으로 펼쳐지는 정겨운 초등학교의 풍경에 이끌려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에 자리잡은 안흥초등학교는 방학이라 뛰노는 아이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학교 교정은 며칠 간 내린 눈으로 하얗게 쌓여져 있었다. 갑작스런 이방인들의 방문에도 활짝 열린 교문처럼 그 곳의 풍경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학교 이 곳 저곳을 촬영하다 교장 선생님이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며 평소 잠겨 있던 옥상 문을 흔쾌히 개방해 주셨다. 위의 사진은 바로 그 곳에서 후지필름 콤팩트 카메라 X70으로 촬영한 사진 중 한 장이다. 마치 아이들이 뛰어 놀아서 반들반들해진 냥 정겹다. 여름이면 꼭 한 번 다시 들르라는 당부를 듣고 우리 팀은 다음 촬영지로 향했다.
TIP
다양한 앵글 샷을 시도해 보자.
겨울 눈 사진은 실제 보이는 것만큼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촬영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방향과 시간대에 따라 눈의 질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이른 아침이나 오전 시간대가 촬영하기에는 적당하다. 비단 겨울 풍경 사진에만 해당되는 촬영 팁은 아니지만 뭔가 색다른 사진을 원한다면 다른 구도에서 촬영해 보는 것도 좋다. 요즘 대부분의 카메라들이 틸트 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바닥에 낮게 깔고 노 파인더 앵글 느낌의 촬영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아니면 반대로 하이 앵글 촬영을 시도해 보자. 위에서 내려다 보며 찍는 사진에는 평소 눈 높이의 시야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여러 요소들이 화면 안으로 들어온다. 이러한 하이 앵글 사진은 관찰자로서 사진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PENTAX KP + DA 20-40mm F2.8-4ED Limited DC WR
기대한 만큼 새벽 촬영이 성공적이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촬영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다. 특히 풍경 촬영은 사진가의 계획이나 의지보다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적절한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든지 아니면 차선의 선택을 해야한다. 위의 사진은 펜탁스 KP와 20-40mm 렌즈로 꽁꽁 언 호숫가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캐논 70D와 70-200mm 렌즈로 다리 위에 올라서서 말라버린 억새 숲과 호수를 헤엄치는 물오리 떼를 담았다(아래 사진). 호숫가 얼음의 서걱 거리는 질감과 생생한 색감, 마른 나무의 앙상함이 어우려져 사진 너머로 차가운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 해 준다. 물 안개가 피어 오르는 호숫가의 사진(아래 사진)에서 물과 물오리 떼는 차가운 톤, 앞 쪽의 나무와 억새는 따뜻한 톤으로 조화시켜 표현했다.
TIP
기준점을 두고 약간의 변화를 줘보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준점을 두고 촬영하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때 구도는 나름의 기준으로 나누되 질감이나 색감 등으로 새로운 포인트를 더해 준다면 심심하지 않은 화면을 구성할 수 있다. 거친 것과 부드러운 질감의 조합이라든지,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의 조합은 이미 많이 봐왔던 것들이라 금방 이해될 것이다. 이 곳의 풍경은 특히나 다양한 색감의 조합이 담겨있어 인상적이었다 물가의 색은 짙은 푸른색으로 반사되고, 둔치의 풀들은 갈색으로, 사람이 밟지 않은 둑은 흰색, 건물은 낡은 회색으로 흡사 무지개의 조합처럼 느껴졌다. 색이 다양하게 담겼지만 기준선인 강 라인을 두고 적절한 구도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