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지 않던 곳을 보고, 스치듯 지나친 곳에 머무른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대상이라도 면밀히 보면 새롭고 특별한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형상을 깊이 있게 바라볼 때 일상의 가치는 멀리 있지 않다. 때로는 순간 속에서 담는 사진 한 장이 되기도 한다.

 

글·사진 김유미 기자

 

시선을 위로 향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면 위를 한번 바라보자. 우리가 매 순간 마주하는 풍경은 눈높이 그대로 보이는 사물이다. 익숙한 것이 편하고, 편한 것이 좋은 이들에게 시선을 위로 향하는 행동은 신선한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촬영자의 위치와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 피사체가 전혀 다르게 표현되기도 하고, 사진 전체 분위기가 변화하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위 사진처럼 익스트림 로우 앵글뿐 아니라 높은 곳에서 촬영하는 하이 앵글, 의도적으로 수평을 기울여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사각 앵글 등 다양한 앵글을 구사하면서 그에 따라 변화하는 이미지를 관찰해보자.

 

 

한 자리에 머무르기

잠시 멈춰서 기다려 본다. 특정 대상을 기다리기보다는 원하는 상황에 셔터를 누르기 위함이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그 시간에서의 그 장면은 단 한 번만 재생되기에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

 

 

흑백, 대상에 충실하기

사진을 컬러로 촬영하고 이를 흑백으로 전환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색이 주는 미학은 분명 존재하지만, 흑백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와 진득한 표현은 꽤 강렬하다. 현란한 빛 속에서 흑과 백이 오롯이 사진을 구성한다. 이들의 시각적인 어우러짐은 차분하면서도 평온하다. 컬러로 촬영하고 흑백으로 바꾸기보다 처음부터 카메라의 설정을 흑백으로 두고 시작하면 흑백이 주는 정서를 온전히 받아들이며 촬영할 수 있다. 흑과 백 이외의 색이 배제된 채 빛의 농도와 밝기에 따라 표현되기 때문에 대상이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을 찾고 피사체와 형태미에 집중할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에 집중하는 방법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프레임

‘프레임’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미지 프레임 속에 또 다른 프레임을 배치해 액자식 구성을 갖는다. 시선이 프레임 안으로 집중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동시에 익숙함이 잡고 있는 일상에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는 장치다. 일상에는 프레임 속 프레임을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해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촬영할 수 있다. 우연한 경우에 ‘프레임 속 프레임’이 만들어지기도 하며, 원하는 피사체가 프레임 속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관찰

외부로 발걸음을 옮기면 거리에 건물이 즐비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건물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저곳의 외벽은 어떻게 생겼을까’하고 주의 깊게 관찰한 적은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없었을 것이다. 피사체를 촬영하기에 앞서 중요한 작업 중 하나는 관찰이다. ‘창문을 깊이 관찰하자’는 의미라기보다 ‘지극히 흔하고 일상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대상을 사진적인 시각으로 깊이 있게 관찰하자'라는 것이다. 같은 회색 건물이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옆 사진의 창문은 ‘180도 전환된 책’, ‘반사 유리’로 표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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