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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a9을 말하다

a7R III에서 가장 최근 출시한 a7 III까지, 3세대 굳히기에 들어간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보면 그 발전 속도와 DSLR을 능가하는 성능에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DSLR이 갖고 있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확실하지만 불완전했던 미러리스 시스템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내며 출시한 a9은 DSLR의 전유물이었던 프로 영역까지 미러리스 카메라가 차지하겠다는 소니의 도전장과 같았다. 3세대 a7 시리즈에 앞서 공개되었던 프레스 카메라 a9의 포지션을 현업 사진가의 입장에서 다시금 되새겨본다.

 

글•사진 이한밀  정리 이상민 기자

 

수명 관리의 측면에서

일반적인 렌즈교환식 시스템 카메라들이 고속 셔터를 구현하기 위해 채택하고 있는 포컬플레인 셔터는 사실 성능을 위해 구조적인 결점을 내재하고 있는 형태의 셔터이다. 얇은 막을 일정한 간격으로 고속 동조하여 구동하는 복잡한 원리로 인해 마찰 부위의 마모와 윤활 상태에 따른 구동 성능의 차이로 수명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미비할 때에는 각종 성능 저하와 작동 이상이 동반될 수 있다.

전자 셔터의 발전은 이러한 기계적 구조를 생략할 수 있는 데에 따른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늘 일정한 촬영량을 소화해야 하는 현업 포토그래퍼들에게 장비의 정비와 수명 관리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대한 문제이다. 그리고 카메라에서 수명 관리가 가장 필요한 부분은 당연히 셔터이다. 교체 주기 도달로 인한 불시의 작동 이상으로 인해 촬영에 큰 차질을 빚거나 심각하게는 촬영 자체가 무산되어 그에 동반되는 책임을 모두 떠안을 수도 있다. 물론 예비 장비의 구비가 아주 기본적인 자질에 포함되긴 하나 때로는 장비의 입고 상태나 촬영의 형태에 따라 수명 상태가 좋지 못한 장비가 투입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전자 셔터로 이러한 불안을 덜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초점 거리 70mm, F2.8, 1/3200sec, ISO 1250비 오는 날 저녁, 찻길 옆 튀는 빛방울의 순간을 고속 전자 셔터와 진화된 AF 성능으로 손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작동음의 소거

사진 촬영에서 가장 큰 위화감을 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는 셔터 작동음으로 인한 촬영 소음이다.혹자는 이따금 ‘손맛’이라며 이러한 부분조차 즐기는 경우도 있지만 자연스러움을 연출해야 하는 스트레이트 촬영의 경우 이 성가시고 신경질적인 소리는 큰 방해로 여겨지기도 한다.

초점 거리 50mm, F4.0, 1/800sec, ISO 400a9의 전자셔터는 초고속 촬영에서 그 특별함을 보인다. a9의 전자셔터는 DSLR의 시차가 발생하는 롤링 셔터로 인해 골프채가 휘게 보이는 상황과는 다르게 순간의 모습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또한, 무소음 전자셔터는 소음에 예민한 다양한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던 사람들도 셔터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위축되거나 어색해한다. 노련한 포토그래퍼들은 연출과 입담으로 이를 극복하기도 하지만 어쨌건 셔터 소리가 없으면 하는 때가 보통 더 많다. 그리고 때로는 소음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곳들이 존재한다. 엄숙한 분위기에 진행되는 행사, 각종 공연장, 그리고 소음의 자제가 요구되는 일부 스포츠 등 이러한 환경에서 전자 셔터의 무소음은 기계 셔터 비해 절대적 우위를 제공한다.

 

진동의 완전한 억제

그리고 소음과 진동은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셔터 기구의 기계 운동으로 발생하는 진동은 셔터가 움직였다는 피드백을 주는 것 외에는 어떠한 기능적 장점도 없는 와중에 전자제어식 셔터가 채용된 이래로 수십 년간 셔터 기구의 진동 개선은 꾸준히 이루어져 왔고 고화소의 보편화로 그동안은 관찰할 수 없던 미세한 흔들림을 억제 해야 하는 요구에 따라 현시점에서 그 개선의 정도는 극에 달한 정도다. 순수한 기계 운동의 댐핑도 그러하고, 심지어 전자 선막과 같은 전자 셔터가 혼용되는 형태는 더욱이 극적인 경감을 일으킨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자셔터만으로 선후막을 모두 수행하는 경우는 진동은 완전히 제거된다.

초점 거리 35mm, F 7.1, 1/125sec, ISO 100새로운 CMOS 센서와 최신 BIONZ X 이미지 프로세서 및 프런트엔드 LSI가 16bit 형식으로 이미지 신호를 처리해 저감도에서 15스탑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제공한다.

롤링 셔터의 이해와 스택 센서

하지만 이러한 꿈같은 수식에도 불구하고 대용량의 신호를 처리하고 이미지 센서에 입력된 데이터들로 다양한 핵심적인 기능들을 구현하는 현대의 대형 센서 카메라에 있어 전자 셔터는 불완전한 기술이었다. 데이터 스캔의 순차 지연으로 화면의 상하의 시차가 발생하는 롤링 셔터, 그리고 기계식 셔터와는 원인이 좀 다르지만 지연으로 연속된 시각에 공백이 생기는 블랙 아웃, 그리고 주사율 차이로 인한 광원의 깜박임이 화면에서 관찰되는 플리커 등. 다시 얘기하지만 ‘불완전한 것’이었다. a9의 그것들은 상용 사진 카메라에서는 최초로 시도된 것이고 완전한 기술로서의 전자 셔터에 큰 가능성을 실어주었다.

초점 거리 70mm, F4.0, 1/40sec, ISO 200a9의 Eye-AF는 그냥 ‘옵션’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인물 촬영에서 확실한 성능을 보여준다.

여기서부터는 아직은 a9의 전자셔터에만 해당하는 부분이다. 스택 센서, 즉 후면에 메모리가 내장된 이미지 센서는 통상적인 이미지 센서가 거치는 파이프라인 상의 과정을 간소화하고 리드아웃 속도를 고속화하여 일반적인 전자셔터가 동반하는 롤링셔터와 플리커를 억제하고 블랙아웃을 해소하며 20fps의 높은 연사 속도를 구현한다. 해당 기술에 소요되는 반도체 기술과 설계, 생산 능력을 소니가 직접 자급할 수 있는 덕에 가능한 부분이다. 종래에 없던 기술로 소개되었고 또 아직 a9이 유일하다.

초점 거리 24mm, F2.8, 1/640sec, ISO 3200순차적으로 내려오는 비트에 맞춰 현란한 드럼을 선보이는 ‘고수’의 스틱 솜씨는 가히 놀랍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20fps로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초점을 잡아내는 a9이다.

 

 

AF의 진화

고속 처리의 이점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센서 가득 분포되어있는 위상차 화소를 이용해 4D 포커스로 명명된 트래킹 기술로 피사체를 추적하는데, 일반적인 DSLR이 블랙아웃 간에 발생한 오차를 보완하기 위해 예측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한편 블랙아웃이 없는 a9은 AE가 연동되며 최대 초당 60회 실시간 추적 검출한다. 거기에 세밀화된 위상차 검출 단위의 구분으로 초점 부위의 윤곽을 정확히 인식하며 오차와 오작동을 최소화한다. 경험상 거의 모든 촬영에 AF-S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4D 포커스는 영리하게 촬영하고자 대상을 구분하고 평면 이동과 전후 이동에 모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초점 거리 70mm, F2.8, 1/50sec, ISO 6400 ISO 6400은 a9에선 고감도가 아니다. 야간 촬영에도 노이즈없는 깨끗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사람들이 보통 포커스 트래킹 능력이 우수하다고 하면 막연히 달려가거나 움직이는 피사체를 대상으로 촬영할 때에만 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피사체를 ‘형태’로 인식하는 포커싱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조작 없는 측거 이동의 개념으로 활용되거나 혹은 촬영자가 이동하는 경우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점들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a9은 거의 모든 화면을 커버하는 위상차 검출 면적과 뛰어난 화상 분석 기술로 대응력이 매우 우수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는 반도체 기술과 컴퓨팅 파워 외에도 GM 렌즈 모터의 강력한 토크와 즉각적인 반응 속도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기도 하다.

근래에 필자가 조명이 어둡고 은은하게 연출된 어느 호텔의 대형 홀에서 행사를 촬영할 일이 있었는데 1,000여 명에 가까운 군중들 속에서 무대 쪽으로 뛰쳐나오는 한 사람을 별다른 조작 없이도 정확히 포착하여 추적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대단히 놀랐다.

초점 거리 62mm, F4.0, 1/400sec, ISO 200섀도에서 하이라이트까지 매끄럽고 섬세한 계조 표현으로 자연스럽고 디테일한 색 재현력을 보인다.

마치 애플이 천명하는 것처럼, a9의 4D 포커스는 그냥 잘 작동한다. 정확한 데이터가 공개된 부분은 없지만 저조도에서 위상차 방식을 이용한 4D포커스는 약 -1EV 정도까지는 무난히 대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a7의 3세대 카메라와의 비교 시 AF 시스템의 상당 부분이 유사하지만 초당 검출 횟수(초당 10회)와 블랙 아웃으로 인한 오차 등으로 본질적인 급의 차이가 느껴진다.

 

촬영 경험의 변화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본인은 과거부터 우스갯소리로 사진을 동영상처럼 훑어 찍어내는, 기존의 사진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직군이 생길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곤 했는데 이미 일찍이 RED와 같은 시네카메라로 찍은 비디오를 소스로 한 잡지 커버를 만드는 사례가 있었기도 하다.

a9의 마그네슘 합금 바디의 방진•방습 기능으로 다양한 환경에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하다.

현시점에서 카메라가 다루는 매체의 형태에 대한 경계는 벌써 많이 허물어졌고 a9 또한 직관적인 라이브뷰와 끊어짐 없는 연속 작동, 그리고 20 fps의 연사는 마치 비디오 카메라를 다루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게 할 정도이다. 물 흐르듯 작동하는 4D 포커스는 측거점을 이동해 AF-S로 촬영하는 과정을 무색하게 만들고 손목의 스냅만으로 구도 결정과 포커싱을 동시에 소화하며 손 떨림 보정 기구와 무진동 전자 셔터, 가벼운 셔터 버튼은 숨을 참고 멈춰설 필요를 줄여주면서 촬영의 근본적인 호흡과 템포를 바꿔주기에 충분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이었다. 아직은 이것들이 사진가들의 습관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해 업계에서 깊이 고민된 바는 없다. 아니, 오히려 습관을 배제하고 더욱 상황 그 자체에 집중하게 할 수 있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완전히 새로운 분류의 카메라

이제 미러리스는 더 이상 DSLR에 비교할 때 등급의 차등을 두기 위한 형식의 분류가 아니며 오히려, 최소한 a9의 등장은 무소음 전자 셔터가 활약할 수 있는 분야, 즉 영화, 드라마 스틸 사진, 공연 사진, 에티켓 스포츠의 촬영 등에 있어서는 거의 솔루션에 가까운 존재로 여겨질 수 있을 만큼 갑작스럽고 극적인 발전이다. 이처럼 DSLR이 여전히 렌즈 교체식 카메라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시간이 지날수록 카메라의 발전상은 미러리스가 DSLR 상당 부분에 대응하고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흐름으로 향하고 있다. 어쩌면 종국에는 훗날의 ‘카메라’라는 물건은 많은 기계 구조가 생략되고 심지어 기계 셔터까지 배제되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정의와 형태가 크게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기도 하다. 다만 이 무수하고 까마득한 가능성 가운데 하나 확실히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이 패러다임의 원류에는 소니 a9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상민 기자  esang_vd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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