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2019년을 맞이하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한 해의 끝자락과 한 해의 시작점 사이에서 시간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고, 짙은 울림만이 삶을 파고들 뿐이었다.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환기가 필요했다. 낯선 공간과 생각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겨울의 초입새에 서 있었다. 이윽고 12월의 도시를 찾아 떠났다.
 

 

 

 

 

바다를 찾아서 초겨울, 스미는 찬 바람에 옷은 점점 두꺼워져 갔다. 올 초, 한 달에 한 도시를 찾자고 계획했지만 이따금 찾았을 뿐, 이유를 막론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달은 ‘꼭’이라는 부사가 붙게 되고, 떠나게 된 것이다. 지나온 여행지를 생각하면 대부분 바다가 있는 곳이었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던 갈증을 바다를 통해 해소하기라도 하듯 이번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바다가 있는 곳으로 곧장 걸었다. 곧이어 망망한 바다가 얼굴을 드러냈고, 한참을 바라봤다. 부서지는 파도와 높게 뜬 하늘을 보니 막혔던 숨이 트이는 듯했다. 파도가 발을 적시러 밀려올 때마다 해변으로 달아났다. 다시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그러기를 반복했다. 시리도록 푸르렀다. 겨울 바다는 은빛 물결로 일렁이는 파도와 매서운 바닷바람, 고요한 공기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바다는 하늘을, 파도를, 때론 누군가의 마음을 품는 존재임이 불변하다.

해가 지자 해변은 차츰 금빛으로 물들어갔다. 바다에 들어갈 수 없어도, 파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없어도, 그저 걷기만 할 뿐인데도 그곳을 마음 한편에 담기 충분했다.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걷는 일은 언제나 옳다. 역설적인 표현일 수 있겠으나, 무언가를 비우고, 동시에 채우는 것이 가능한 곳처럼 느껴진다. 인생이라는 바다 위를 표류하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세상에 빗대어 한 해를 훑어본다.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가까운 다음을 기약한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저마다의 바다를 품고 산다.
 

 

 

올림푸스 PEN-F +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카메라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휴대성과 기동성을 고려했다. 그다음으로는 화질과 성능 면에서도 아쉬움이 없는 카메라를 후보군에 넣었다. 이번에 사용한 올림푸스 PEN-F는 기존 PEN의 디자인과 콘셉트를 그대로 계승시킨 디지털 버전이다. 모델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콤팩트하고 가벼운 무게가 특징인 제품이다. 배터리 및 메모리 카드 포함 427g, 여기에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와 합하면 약 1kg 정도로 장시간 촬영에도 피로감이 적다. 조작이 편리해 뷰파인더를 보며 조리개, 셔터 스피드 등의 값을 조절할 수 있고, 필름 카메라와 같은 외관으로 디자인 측면도 주목할 만하다. 함께 사용한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는 35mm 환산 시 24mm부터 200mm까지의 초점 거리를 지원해 광각 단부터 망원 단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24-70mm와 70-200mm 두 렌즈의 화각을 커버해 여행과 풍경, 야외 촬영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손 떨림 보정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위 사진과 같은 저조도 환경에서도 피사체를 흔들림 없이 담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글·사진 김유미 기자

 

저작권자 © VDC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