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벚꽃 흐드러진 밤길을 걸으며

내륙의 분지속에 위치한 제천은 소백산, 치악산, 월악산으로 둘러쌓인 분지형 도시로 산수가 아름답기로 이름이 나있다. 그중에서도 고대 수리시설인 의림지는 농경문화를 이끌어 온  중추적인 역할을 한 시설물이다. 김제의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는 이미 그 형태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의림지 만큼은 잘 보존되어 지금까지도 그 역할을 다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의 명소로 함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요즘도 제천은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저녁무렵 이곳 의림지를 거닐며 명소들을 하나씩 담아내며 소개하고자 다시 찾았다.

서쪽하늘을 붉게 뭉들이는 노을 빛과 하나둘씩 밝혀지는 불빛들이 밤놀이를 준비한다.
서쪽하늘을 붉게 뭉들이는 노을 빛과 하나둘씩 밝혀지는 불빛들이 밤놀이를 준비한다.

아직도 수은주는 영상을 가르키지만 바람은 차갑게 속삭을 파고들며 의림지의 만남은 떨림으로 시작된다. 제방둑을 따라 활짝 핀 왕벚꽃은 찬바람에도 곱게 차려입은 소복처럼 단아하기만 하고 물결은 바람속에 작은 파동을 치며 이리 저리로 몰려간다. 

우륵정 앞에 피어있는 왕벚꽃
우륵정 앞에 피어있는 왕벚꽃

밤바람이 제법 차가워질 무렵이면 작은 못 주변의 경관 조명은 더욱 빛을 내며 오가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밤낚시를 위해 찾은 태공의 옷매무새는 더욱 조여지고 별빛 초롱한 의림지의 밤은 더욱 깊어간다. 한낮의 소란스러움은 이제 사라지고 수면위에 내비친 달빛과 별빛이 깊은 밤으로 불러들이고 용추폭포에 내려꽂는 낙수소리는 더욱 우렁차게 귓가에 맴돈다. 이제 따뜻한 아랫목을 찾아 들어갈 시간 새벽을 기다리며 발길을 돌린다.

작은 못의 야경
작은 못의 야경
가로등 불빛에 조화를 이루는 버들과 왕벚꽃
가로등 불빛에 조화를 이루는 버들과 왕벚꽃
의림지 제림의 명품 독송의 고고함과 별빛
의림지 제림의 명품 독송의 고고함과 별빛

봄날의 새벽은 청명하지가 못하고 수증기가 미처 안개로 바뀌지도 못하고 시야를 가린다. 아침은 서서히 밝아오는데 희뿌연 하늘 탓에 아침 일출이 그닥 좋지는 못하다.

새벽이 열리는 의림지와 순주섬
새벽이 열리는 의림지와 순주섬

몇일전 영하의 날씨에 피어나기도 전에 꽃봉오리가 얼어 버린 자목련도 오늘은 환하게 웃고있다. 

꽃잎이 냉해를 입버 갈변하면서도 꽃을 피우는 봄
꽃잎이 냉해를 입버 갈변하면서도 꽃을 피우는 봄

천천히 해가 뜨기를 기다리며 아침운동을 나온 지인들과 눈인사를 하는 사이 해는 어느새 솟구쳐 오르고 수면을 금빛으로 불들여 간다. 으의림지의 가장 아름다운 빛이 조금은 섭섭한 마음을 위로해 주는 듯하다.

금빛물결의 의림지
금빛물결의 의림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형물위로 태양이 비추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형물위로 태양이 비추고

이제 한낮의 의림지 풍경만 담아내면 하루동안의 의림지를 다 본듯하여 딱다구리의 아침식사 소리를 들으며 텃밭으로 향한다. 한낮의 의림지는 또다시 봄 마중을 나온 인파로 북적이고 봄바람에 흘러온 흰구름이 봄처녀의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수초와 함께 봄을 맞는 의림지
수초와 함께 봄을 맞는 의림지

나에게 있어 의림지는 한 순간도 떠나 본적이 없는 고향이기에 오늘도 의림지엣에서 내 인생의 한 순간을 담구고 온다. 

한낮의 의림지 소경
한낮의 의림지 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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