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를 들어라 EF 50mm f/1.2L USM

밝은 대구경 렌즈의 정석

많은 사진가들이 EF 50mm f/1.2L USM를 오이만두라 부른다. 50mm의 5와 f1.2의 2를 조합하고 만두 모양의 외양을 가져다 붙인 이름이다. 하지만 이 렌즈는 만두라는 애칭보다는 ‘월병’이라는 애칭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동그란 달을 연상시키는 것 뿐 아니라 달빛만 있어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밝은 조리개 값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생산된 DSLR은 대부분 고감도에서도 꽤나 훌륭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로 최고 감도로 촬영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작게 리사이징해서 웹용으로 올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을지 모르나 인화를 하거나 큰 사이즈로 웹상에 올리기에는 거친 노이즈가 발목을 잡기 때문. 따라서 EF 50mm f/1.2L USM을 사용하면 밝은 조리개 값을 통해 조금이라도 낮은 감도 설정이 가능해 보다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적은 노이즈나 흔들림 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하드웨어적인 부분의 장점 뿐 아니라 얕은 심도를 통한 개성적인 표현이 가능한 것도 이 렌즈의 매력이다. F1.4와 F1.2의 차이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막상 F1.2로 찍은 결과물의 뒷흐림은 다른 조리개 값에서 만날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을 전해준다.

줌렌즈에서 만나기 힘든 매력적인 보케도 이 렌즈의 특징이다. 대부분의 줌렌즈는 사용의 편리성을 얻은 대신 대구경 단렌즈의 밝은 조리개 값과 개성 넘치는 보케 표현은 거세됐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EF 50mm f/1.2L USM은 몽글몽글 표현되는 보케로 어떤 줌렌즈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어낸다.

흔히들 야간에 찍을 수 있는 사진은 한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장노출 풍경사진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삼각대는 잠시 집에 놔두고 EF 50mm f/1.2L USM만 마운트하고 밤거리를 돌아다녀 보자. 밤의 풍경이, 밤의 세상이 새롭게 말을 걸어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