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프로의 전유물이 아니다

예술에 항상 치열하게 몰입할 필요는 없다.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기 마련이며, 그것이 꼭 대단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다른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그만인 것이다. 사진이 예술임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는 메이저 카메라 브랜드들은 이렇게 숙련자도 미숙련자도 아닌 ‘즐기는 자’들을 위한 콤팩트 카메라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가볍고, 간편하며,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준다. 지나치게 진지해지면 제 풀에 쓰러질 지도 모른다. 즐거움의 총량은 결코 화려함에 비례하지 않는다. 이 지면에 소개하는 콤팩트 카메라 6종은 가벼운 마음으로 가지고 다니다 언제 어디서든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즐거움이라는 예술의 본질에 가장 가깝게 닿아있는지도 모른다.

 

SONY ZV-1

보기만 해도 앙증맞은 SONY ZV-1은 294g로 역시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그러나 내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2010만 화소 CMOS 이미지 센서와 더불어 전통의 명가 자이스의 24-70mm F1.8-2.8 렌즈를 장착해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여기에 아웃포커싱과 보케 등 다양한 효과를 손쉽게 추가할 수 있는 직관적 인터페이스와 리얼타임 트래킹 AF도 초보자의 만족감을 높여 사진에 재미를 붙이게 만든다. 콤팩트 카메라에서는 보기 드문 ‘스위블 액정’을 장착했으며 영상 촬영 중 바람소리를 줄여주는 윈드실드 기능과 3방향 마이크를 탑재하며 사운드 퀄리티에도 많은 고민을 기울였다. 브이로깅에 재미를 붙인 사용자라면 이만한 파트너도 없을 것이다.

 

CANON G5X Mark II

언제나 반듯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캐논은 G5X Mark II에서도 점잖은 고급스러움을 유지한다. 아울러 비디오 장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장 트렌드에 맞게 최신의 영상엔진 DIGIC 8을 적용, 4K의 고해상도 영상 촬영 여건에 무게중심을 뒀다. 영상은 1회 최대 90분 연속촬영을 지원해 사용자가 넉넉하게 영상을 기획할 수 있으며, 틸트업 LCD는 위로 180도·아래로 45도까지 기울어지며 폭넓은 앵글을 제공한다. 주목할 부분은 주변 환경의 영향이 적은 뷰파인더 촬영의 장점을 극대화한 팝업식 EVF를 탑재한 점이다. 이는 전작인 G5X에서 고정식 뷰파인더가 차지하던 공간을 줄이고 효율성과 미관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RICOH GR Ⅲ

카메라에 깊은 관심이 없다면 리코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미 스냅사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정평이 난 브랜드다. 독특하면서도 귀여운 디자인의 GRⅢ는 전작에 비해 대폭 개선된 2420만 화소를 확보하면서도 크기를 줄이고 손떨림 방지 기능을 추가해 안정감을 높였다. 사용자들로부터 가장 호평을 받는 부분은 역시 내장된 필터로 얻을 수 있는 특유의 색감이다. 포지티브 필름 모드로 설정하고 거리 사진을 찍으면 오묘한 분위기에 감탄이 나올 법하다. 접사를 찍을 때는 매크로 모드를 사용해 피사체의 디테일을 세밀하게 담아낼 수도 있다.  

 

FUJIFILM X100V

첫인상에 누구나 ‘레트로’라는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후지필름이 가진 디자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이 된다. 여기에 필름 개발에 전력을 투구해 온 자사의 경험을 집약시킨 ‘필름시뮬레이션 모드’는 이 카메라를 선택할 또 하나의 이유라 할 수 있다. 컬러크롬 효과는 깊이를 주며 그레인 효과는 질감을 더한다. 후보정에 의존할 필요 없이 자체 효과로 이렇게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면, 카메라로 찍는 순간의 감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감성’이라는 이유로 콤팩트 카메라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이 제품은 닳도록 데리고 다닐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NIKON COOLPIX A1000

니콘의 쿨픽스 A1000은 사용자의 촬영 편의를 위해 꼼꼼히 준비된 카메라다. 다이내믹 파인 줌 설정 시 최대 70배까지 확대 가능한 고배율 줌 렌즈를 장착해 24mm에서 840mm까지의 초망원 화각을 지원한다. 이러한 줌 성능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빠른 줌 복귀 버튼’과 ‘사이드 줌 레버’를 적용해 조작의 편의성 또한 끌어올렸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손떨림 보정’ 기능은 렌즈 시프트 방식의 손떨림 보정과 영상 기록 시 정밀한 손떨림 억제 효과를 동시에 지원한다. 눈을 가까이 대면 모니터 촬영에서 뷰파인더 촬영으로 전환되는 아이 센서를 내장한 EVF도 갖췄다.

 

Leica D-LUX 7

사진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의 로망, ‘빨간 딱지’가 붙은 라이카의 콤팩트 카메라 D-LUX 7이다. 확고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라이카를 동경하는 이들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 모델로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 1700만 화소 MOS 센서와 F1.7~2.8의 25-75mm의 밝은 렌즈를 가졌다. 연사속도는 초당 11프레임이며 4K 동영상을 지원한다. 물론 가성비 면에서 타사의 제품과 종종 비교되기는 하지만, 카메라를 결정할 때 절대적인 성능만을 고려해야 한다면 영원히 빨간 딱지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함께 구성된 미니 플래시를 장착한 귀여운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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