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전달하는 일을 업으로 하다 보니, 사진을 처음 시작하고자 하는 지인들의 상담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들이 궁금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떤 카메라와 렌즈를 사야 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 촬영하는 대상, 방법에 관한 내용은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이었지만 기기에 관한 상담의 결과는 대개 한 가지 결론으로 끝이 난다. 카메라는 미러리스, 렌즈는 50mm 단초점 렌즈. 이번 호에서는 니콘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Z6, NIKKOR Z 50mm f/1.8 S와 함께 익선동 한옥거리를 다녀온 후기를 전하며 이들을 추천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글·사진 박지인 기자

 

니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Z6

미러리스는 기존 DSLR이 채택했던 펜타프리즘의 광학적 구조를 전자식으로 재해석해 가벼운 무게와 콤팩트한 외관을 실현한 카메라다. 초기에는 입문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델들이 주를 이뤘지만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로 현재는 전문가들의 영역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소형·경량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휴대성도 매력적이지만, 직관적으로 촬영 이미지의 광량을 파악할 수 있는 전자식 뷰파인더와 빠르고 정확한 AF 등 편리한 기능들을 갖춰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사진 생활을 시작하기에 좋은 기기라 할만하다.

이번 출사를 함께한 Z6는 2018년 하반기에 출시된 니콘의 첫 번째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모델이다. 오랜 시간 동안 DSLR 카메라의 강자로 군림했던 니콘이 차세대 기기로 주목받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에 내놓은 출사표라고 할 수 있겠다. 유저들의 날 선 평가가 진행되는 1세대 모델임에도 뛰어난 이미지 퀄리티, 효율적인 조작성, 사용자를 배려한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핵심기능으로는 2450만의 넉넉한 유효화소와 이미지의 90% 영역을 커버하는 고속 하이브리드 AF 시스템, 4K30p를 지원하는 고성능 영상 촬영기능 등이 있다. 바디의 성능도 뛰어나지만 고급 광학 기술들이 적용되는 전용 렌즈들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투자의 가치가 있는 바디라고 생각한다.


포토그래피의 기본 그 자체 NIKKOR Z 50mm f/1.8 S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이러한 막연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셔터를 누르는 이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필자는 처음 카메라를 잡을 때부터 들어왔던 이야기로 답을 대신하고 싶다. 수평과 수직을 정확하게 맞춘 안정된 구도의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구도가 안정되어야 보는 이들이 시야가 편안해지고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자연스럽게 안정된 구도 속 독특한 피사체를 찾게 된다는 뜻이다. 오늘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50mm 화각의 단초점 렌즈를 권하는 이유는 가장 사람의 시야와 비슷하게 표현하면서도 원근에 따른 왜곡이 적기 때문이다. 직관적이면서도 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에 제격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이해가 쌓이면 선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정하며 시선을 유도할 수 있다.

NIKKOR Z 50mm f/1.8 S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Z 시리즈에 맞추어 새롭게 설계한 50mm 화각의 단초점 렌즈다. ED 렌즈 2매를 포함하는 9군 12매의 구성으로 기존 DSLR 카메라와 함께 사용되었던 AF-S NIKKOR 50mm f/1.8G보다 더욱 풍부한 광학계를 갖추고 있다. F1.8의 밝은 조리개 값으로 저조도 환경에서도 빛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 배경 흐림 효과나 보케의 표현 등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촬영 후기

기나긴 장마의 연속, 모처럼 비가 내리지 않던 날 Z6와 NIKKOR Z 50mm f/1.8 S과 함께 익선동으로 출사를 다녀왔다. 익선동의 좁은 골목길은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의 선을 이어가며 정직한 구도를 연습하는 데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길 사이사이를 유심히 살피며 걷다 보면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선과 선 사이로 피사체들이 눈에 들어오고, 뻔하게 느껴지는 평면적인 장면 속에서도 특별함이 묻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날은 흐린 날씨였지만 빛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는 풀프레임 센서와 F1.8 밝은 조리개의 조합으로 원하는 바를 담을 수 있었고 소형·경량의 설계를 특징으로 하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택한 덕분에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부담 없이 장시간 동안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가볍고 휴대하기 편한 카메라와 직관적인 시야를 담는 렌즈, 사진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이 만족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보여주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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