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다.

특히 10월 동해안에는 해국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바다의 향기와 조화를 이룬다. 척박한 곳에서 풍파를 맞으며 건조한 바위 틈새에 아름다운 석부작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고귀하게 느껴진다.

꾸밈없지만 굴곡 많은 인생처럼 모진 역경을 이겨내고 마디게 자란 이 꽃에도 무슨 가련한 슬픈 사연이 있을까?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해국에 대한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바닷가에 금슬 좋은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부부는 사소한 일로 다투게 되었고 남편은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떠났는데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딸을 데리고 갯바위 위에서 남편을 기다리다 높은 파도에 휩쓸렸고 얼마 뒤 남편이 돌아왔을 때 아내와 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듬해 가을 남편은 높은 바위에 앉아 바다를 쳐다보다 바위틈에서 웃고 있는 꽃을 발견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내와 딸의 얼굴이 보였고 기다리다 못해 아내와 딸이 꽃으로 환생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꽃이 바로 해국이다.

그래서인지 해국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해국은 9월부터 10월까지 해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데 추위나 더위에 강해 화단용 지피식물로도 적합하며 암석정원의 돌 사이나 분화용 식물로도 손색이 없다.

바닷바람과 파도의 보호를 받는 꽃,

바다를 바라보는 기다림의 애절한 마음이 담긴 꽃,

바다바라기 해국!

 

청명한 가을 하늘 뭉게구름이 온갖 그림을 그려낼 때 세찬 바람에 근근이 생명을 이겨낸 해국의 자태는 더욱 우아하다.

심한 바람에 구름마저 날아갈 듯 바위에 붙어있는 해국과 바다 풍경을 바쁘게 몇 장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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