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고 뚜렷한 사진만이 꼭 좋은 사진의 조건은 아니다. 때로는 느낌있는 분위기를 위해 부드럽고 몽롱한 빛번짐이 돋보이게 하는 연출도 필요하다. 렌즈에 투명 아크릴보드를 대고 그 위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 아련한 분위기를 내는 방법 또한 예전부터 유행이었던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렌즈에 장착하면 되도록 일단락 시켜주는 필터를 소개한다. 호야필터의 소프트너 A 필터는 선명한 초점은 그대로, 렌즈에 입사되는 광을 무작위로 산란시켜 부드러운 이미지를 얻게 해준다. 일점 광원 외에도 빛이 반사되는 하얀 옷이나 장신구 등에도 빛번짐은 일어난다. 햇볕이 잘 드는 날 소프트너 A 필터와 함께 자연광이 가득한 실내에서 밝은 색 옷을 입은 모델과 촬영을 한 기록을 공유한다.

글·사진 김찬희 기자

 

Hoya Softener A

일명 ‘소프트 필터’라고 불리는 소프트너 A는 아크릴 판의 표면에 물방울 모양의 미세한 렌즈를 무작위로 배열하는 필터로, 빛을 산란시켜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든다. 필터 적용 전후 사진을 비교해보면 암부의 표현이 옅어지고 빛이 고르게 번져 밝은 부분 주변의 색 또한 백색 광이 살짝 덮어져 있는 듯 보인다. 언뜻 보면 빛이 반사되는 곳에서도 발광을 하는 듯 하다. 광원으로 부터 직접적으로 빛이 들어오는 경우 빛번짐이 크게 일어나며 번짐 부분에 옅게 무지개색 빛이 나 효과가 극대화된다. 반사광에서도 충분히 빛번짐 현상이 일어나지만 특히 점 광원에서 효과가 좋다.

 

선명도와 색 재현력

흔히 소프트 필터 하면 선명도와 화질이 떨어지고 색 또한 바랠것이라 생각을 한다. 하지만 소프트 필터의 빛번짐과 부드러운 이미지는 선명도와 화질을 떨어트려 얻는 방식이 아니다. 필터 장착 전후 사진을 비교해보면 선명함과 화질은 그대로, 색 재현력도 높은 가운데 빛이 번져 글로시한 효과를 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풍경사진에 주로 쓰이는 안개 효과를 내는 뿌연 느낌의 포그 필터와 구분을 해야 한다. 포그 필터의 경우 입자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암부를 포함한 모든 부분이 말 그대로 안개가 낀 것 같이 뿌옇고 흐려지는 반면, 소프트 필터는 빛을 산란시켜 빛을 받는 부분이 클수록 선명함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빛번짐 현상만 일어나게 해주는 필터다.

소프트필터 인물 사진

부드러운 효과를 주는 만큼 인물 사진에서 모델의 피부를 리터치를 한 듯 매끄럽고 환하게 보이게 한다. 또한 밝은색 옷을 입을 경우 옷에서의 반사광이 빛번짐 효과를 나타나게 해 몽롱하고 나른해 보이는 연출을 할 수 있다. 위 인물 사진은 낮 시간 자연광이 한 방향에서만 강하게 들어올 때 그림자가 지는 쪽에서 순간광 조명을 약하게 설정해 콘트라스트를 다소 줄여준 사진들이다.

태양광을 역광으로 두고 마찬가지로 순간광 조명을 앞에 약하게 설정해 찍은 사진이다. 충분히 밝은 상태에서 태양같은 강한 광원을 뒤로 두었을 때 빛번짐이 강하게 일어나 인물에 묻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액세서리 사진

빛번짐 효과로 반짝이는 액세서리 종류를 찍을 때 큰 효과가 있다. 빛이 많이 반사되는 부분이 더 밝게 보이고 큰 빛번짐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액세서리 자체가 갖고 있는 색깔은 그대로 재현이 된 것도 나타난다.

 

밤 거리 촬영

 

빛번짐 효과를 이용해 밤에 빛나는 네온사인과 가게의 조명들이 환한 거리를 촬영해 보았다. 어두운 배경은 그대로, 조명이 있는 곳에 더 환하고 빛이 크게 번져 드라마틱한 연출이 가능했다. 후보정 시 전체적인 색온도를 낮춰 보정하면 푸른빛으로 어두운 곳까지 번진 빛이 몽환적이고 사이버틱한 느낌을 불러일으켜 사이버펑크 같은 느낌이 들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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