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량 촬영 시스템 마이크로 포서드 PANASONIC LUMIX G9 & H-RS100400

‘카메라’라고 소리 내어 말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릿속에 DSLR을 그릴 것이다. 조금 더 식견이 있는 사람들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현 카메라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역들이니까. 그러나 이들 이외에 마이크로 포서드라는 장르도 존재한다. 가장 먼저 미러리스 구조의 카메라와 이를 위한 렌즈를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소형·경량의 장비들이 사진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해 논한 시스템이다. 그 중심에 있는 파나소닉은 꾸준한 연구와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시대에 걸맞는 뛰어난 성능의 카메라와 렌즈를 출시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의 특장점과 파나소닉의 LUMIX G9, H-RS100400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글·사진 박지인 기자

미러리스 카메라의 원조, 파나소닉

‘1가구 1DSLR’이란 용어가 유행할 정도로 디지털카메라가 각광을 받던 2008년, 카메라 업계에 새로운 혁신이 있었다. ‘더 가볍게, 간편하게 고품질의 사진을 즐길 수 없을까?’라는 질문, 미러리스 카메라의 등장이었다. 파나소닉과 올림푸스는 미러 박스와 펜타프리즘을 제거하고 이를 전자식으로 구현하며, 포서드 규격의 센서를 채택해 카메라의 크기와 무게를 줄인 ‘마이크로 포서드’라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그 첫 모델로 파나소닉의 LUMIX G1, 올림푸스의 PEN E-P1이 출시되었고, 이들은 가벼운 휴대성과 DSLR 못지않은 우수한 성능으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 카메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장르,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는 센서의 규격은 다르지만 파나소닉과 올림푸스의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가 그 시작이었다.

가장 진보된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 LUMIX G9

파나소닉 LUMIX G9은 2018년 출시된 플래그십의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다. 약 2030만 화소의 센서를 탑재했으며, 높은 해상력을 위해 LPF(Low Pass Filter)를 제거하고 난반사와 플레어 현상을 억제하는 AR(Anti Reflection) 코팅을 더했다. 실질적인 이미지를 생성하는 이미지 처리 엔진에는 멀티 픽셀휘도 생성과 지능형 디테일 프로세싱, 3차원 컬러 컨트롤, 멀티 프로세스 NR등이 적용됐다. 파나소닉이 개발한 독자적인 기술들로, 센서 크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폭넓은 다이나믹 레인지와 생생한 디테일, 정확한 색감을 표현한다. 또한 추적 AF 활용 중 초당 20프레임의 고속 연사 촬영이 가능하며, 고해상도 모드라는 별도의 촬영 기능을 통해 8000만 화소의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듯 전문가용 카메라로서의 성능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658g의 가벼운 무게다. ‘사진을 더욱 쉽게 즐길 수 있는 경량화된 카메라’라는 아이덴티티를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 파나소닉이 개발하고 발전시켜 온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콤팩트 초망원 줌 렌즈 H-RS100400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이 내세우는 ‘휴대성’은 가벼워진 카메라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디와 짝을 이루는 렌즈도 기존 DSLR 렌즈군에서 비교할 대상을 찾기 어려울 만큼 작고 가볍다. 이러한 소형·경량의 비결은 짧은 플랜지 백과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센서를 채용했다는 데서 기인한다. 렌즈와 센서 간 거리를 좁혀 빛의 분산과 굴절을 줄이고, 센서가 필요로 하는 광량을 중심으로 렌즈를 설계하면서 작은 크기로도 고화질의 구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은 바디와 렌즈의 가벼움으로 휴대에서의 피로도를 덜어냈으며, 더 나아가 일상을 함께하는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H-RS100400은 마이크로 포서드 렌즈의 강점을 가장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모델이다. 먼저 이 렌즈의 초점거리에 대해 확인해보자. 마이크로 포서드의 센서 면적은 렌즈의 실제 화각 계산의 기준이 되는 풀프레임 센서보다 작기에 2배 크롭 팩터를 적용해 계산해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35mm 환산 시 렌즈가 실제로 지원하는 초점거리는 200-800mm이라는 뜻이다. H-RS100400은 이를 동급 초점거리의 DSLR 줌 렌즈 대비 약 65% 작은 크기와 50%가량 가벼운 무게로 실현했다. 약 171.5mm의 길이, 1kg에 못 미치는 985g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 삼각대와 같은 보조 장비 없이 사람이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핸드헬드 스타일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사양이다. 멀리 있는 피사체의 움직임을 민첩하게 쫓으며 정확한 순간포착이 가능하다. 오직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만이 할 수 있는 놀라운 소형·경량의 설계다.

빠른 AF와 직관적인 조작성

파나소닉이 DFD(Depth From Defocus)라고 부르는 AF 기술은 콘트라스트 검출 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렌즈군을 계속 이동시키며 화상 특정 부분의 대비(콘트라스트)를 측정하고, 최대가 되었을 때 초점이 맞는다고 판정하는 방식이다. 뛰어난 정확도를 가지고 있지만 일정 속도 이상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위상차 검출 방식을 더한 AF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데, 파나소닉은 이를 극한까지 갈고닦아 흠잡을 데 없는 빠른 속도를 이루어냈다. LUMIX G9은 자사의 마이크로 포서드 렌즈 G 시리즈와 함께할 때 최대 0.04초의 속도를 보여준다. 화상을 빼곡하게 커버하는 225개 포인트로 정밀한 포커싱을 지원하며, LCD 화면의 터치로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뷰파인더 촬영에 익숙한 이들 또한 AF 조이스틱과 컨트롤 다이얼을 통해 영역과 위치를 조정해가며 LUMIX G9의 빠른 AF 기술을 경쾌하게 즐길 수 있다.

흔들림 없는 초망원 촬영

파나소닉의 카메라는 뛰어난 흔들림 보정 기능으로 유저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2015년 세계 최초의 카메라&바디 통합 흔들림 보정 시스템 ‘Dual IS(Image Stabilization)’를 개발하고 영상 제작용 카메라로도 수위에 꼽힐 만큼 그 노하우가 남다르다. LUMIX G9과 H-RS100400은 바디 내장 IS, 렌즈의 IS 기능을 동시에 활용하며 최대 6.5스톱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반 셔터를 누르는 동시에 요동치던 화상의 흔들림이 고요해지는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흡사 망원경 같은 800mm의 초망원 화각에서도 안정적으로 피사체를 관찰하며 촬영이 가능하다.

짧은 최단 촬영 거리, 0.5배 확대 배율

망원 렌즈의 묘미는 멀리 떨어진 피사체를 촬영자의 눈앞에 가져다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짧은 최단 촬영 거리가 더해지면, 단순한 공간 압축 이상으로 피사체의 디테일한 모습을 프레임 가득히 담아낼 수 있다. H-RS100400은 100mm 구간에서 1.3m, 400mm에서는 5m의 최단 촬영 거리를 지원해 피사체와 매우 가까이에서도 촬영할 수 있고 0.5배 확대 배율로 간이 접사에 가까운 기능을 제공한다. 덕분에 피사체의 면면을 살펴보며 색다른 특징을 발견하는 재미를 향유할 수 있으며, 부드럽게 흩어지는 아웃포커싱이나 거대한 원형 보케의 연출도 가능하다.

마치며

‘어떤 장비를 사야 하나요?’ 사진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다. 그러나 장비에 대한 경험을 전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필자는 이보다 ‘어떤 사진을 담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각각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듯이, 카메라와 렌즈 또한 저마다 목적을 가지고 생산되며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지닌다. 무엇 하나를 결점 없는 ‘정답’으로 제안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내게 꼭 맞는 장비, 본인에게 필요한 바를 이해하고 이에 적합한 촬영 시스템을 찾는다면 그 선택지는 언제나 정답인 것이다. 파나소닉의 LUMIX G9, 그리고 H-RS100400 렌즈는 탁월한 기계적 성능과 화질, 휴대성을 가지며 동시에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하는 장비들이다. 물리적 거리를 초월한 대상의 포착을 즐기며, 어깨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촬영 장비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주목해볼 만한 조합이 될 것이다.

SPEC

LUMIX G9

H-RS10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