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실버피쉬가 기획한 ‘2021 Delight Seoul(이하 딜라이트 서울)’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테마로 연출한 최초의 디지털 미디어 실감형 전시다. 미디어 아트와 증강현실(이하 AR)을 접목해 디지털로 재구성한 서울을 체험할 수 있다. 2021년 06월 30일 종료 예정이었으나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넉 달간 연장했다. 서울과 한국, 한국인을 풀어낸 11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테마별로 바코드를 통한 간단한 비대면 체험을 제공한다. 단순히 보이는 데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여러 공감각적 요소를 배치해 상상력을 자극한다. 현란한 디지털 아트와 음악 속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관람객에게 익숙한 듯하지만, 낯설고 특별한 공간으로 다가온다. 심란한 사건·사고 소식에 지친 요즘, 딜라이트 서울을 통해 익숙해서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우리 내면에 잠재된 힘을 끌어올리고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김예림 기자 | 자료제공 디자인실버피쉬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또는 1호선 종각역 3-1번 출구에서 도보 십 분여, 예스러운 티가 나는 건물과 서예점, 찻집 따위로 큰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하 1층 지상 6층으로 이루어진 문화복합몰 ‘안녕 인사동’이다. 각종 맛집과 쇼핑몰, 전시 및 공연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지하 1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층 하나를 통째로 사용하는 ‘2021 딜라이트 서울’ 매표소를 찾을 수 있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매·확인하면 관람객의 생년월일 정보를 담은 바코드 띠지를 준다. 전시 내부의 각종 체험거리를 즐기는 데 사용하니 구기거나 잃어버리지 말도록 하자.

매표소 옆 자동문을 열고 들어서면, 전시가 시작된다. 첫 번째 공간의 주제는 Corridor of Light-시작, 자욱하게 깔린 안개와 어둑한 분위기 속 밝게 떠오르는 보름달. 조용한 가운데 빛을 내는 달을 향해 걷는 것을 시작으로 서울의 숨은 잠재력을 살피는 길이 열린다. 달을 따라 도착하는 관은 The Myth-12지신의 숲이다. 스캐너에 바코드를 읽히면 12지신 중 나만의 수호신이 등장한다. 흔하게 말하는 ‘띠’지만, 거대한 LED 기둥에서 등장하는 12지신은 압도적이고 경이롭다. 어쩌면 조금은 든든할지도 모르겠다. 이 관부터는 군데군데 12지신 표지가 숨어있다. ‘2021 Delight Seoul’ 앱을 다운로드해 표지를 스캔하면 다소 귀여운 크기의 12지신 AR이 등장한다. 숨은 12지신을 모두 찾으면 마지막 기념품 코너에서 상품을 받을 수도 있으니 찬찬히 살펴보길 권한다.

꽃처럼 앞길을 축복하는 청사초롱과 숲속처럼 울리는 음악이 어우러진다. 흔한 소재이지만, 지금은 사극과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청사초롱은 환상처럼 관람객을 설레게 한다. 디즈니 영화 ‘라푼젤’ 속 풍등을 켜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가장 한국적인 공간에서 유럽의 판타지를 상상하게 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청사초롱이 꺼진 현대에는 화려한 간판의 네온사인이 밤을 밝힌다. 이런 낯설면서도 절묘한 매치가 딜라이트 서울의 특징이다. 이 뒤로는 한글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문구로 꾸민 ‘Echo of Soul’,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접한 설화 속 세상 등 다양한 공간이 펼쳐진다. 관마다 준비된 체험코너는 덤이다.

이처럼 딜라이트 서울은 단순히 모두가 아는 것을 꺼내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체험하고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보는 내내 친숙하면서도 힙(hip)하다. 잊힌 것들을 상기시키고 우리가 가진 것의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만든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로의 여행길이 막힌 지금, 어쩌면 더욱 의미 있는 전시가 아닐까 싶다. 지루한 하루하루에 매몰되어가는 당신, 새로운 자극을 찾고 싶은 당신에게 가장 새롭고 가장 오래된 도시 관광 ‘2021 Delight Seoul’을 추천한다.

2021 Delight Seoul
전시 기간 : 10월 25일까지 (연중 무휴)
관람 시간 : 10:00 - 20:30 (입장 마감 19:30)
전시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49 안녕인사동 B1 인사센트럴 뮤지엄
티켓 가격 : 성인 18,000원 청소년 15,000원 / 평일 14:00까지 조조 10,000원
문 의 : 070-4035-0344
홈페이지 : www.delightseoul.com
*사전 예약으로 진행되던 ‘Into the Mind’ 체험 코로나19로 인해 일시 중지

김예림 기자  yr21_vd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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