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JIFILM XF30mm F2.8 R LM WR Macro

어린 시절, 이화동은 내게 너무 큰 존재였다. 가는 길이 경사가 가팔라서 올라가기 힘겨웠을 뿐만 아니라, 큰댁의 2층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곳이 이화벽화마을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걸 알게 됐다. 변화된 경관이 궁금하긴 했지만, 이젠 큰댁이 다른 곳으로 이사가서 굳이 갈 일은 없었던 터라 언젠간 가봐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이하 후지필름)의 XF30mm F2.8 R LM WR Macro 렌즈를 받곤 이화벽화마을이 생각났다. 이 렌즈는 무게가 195g에 불과한 경량 디자인으로 설계됐으며, 무엇보다 1:1 배율로 접사가 가능해 언덕길을 장식한 벽화를 찍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FUJIFILM XF30mm F2.8 R LM WR Macro
FUJIFILM XF30mm F2.8 R LM WR Macro

 

 

접사 촬영에 최적화된 1:1 배율 표준 렌즈

XF30mm F2.8 R LM WR Macro는 초점 길이가 30mm(35mm 포맷 환산 시 46mm)인 표준 단렌즈다. 이 렌즈는 배율이 1:1일 뿐만 아니라, 최소 촬영 거리가 10cm에 불과해 접사 촬영에 최적화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4,000만 화소 센서를 탑재해 피사체의 디테일을 극대화한다. 이화동벽화마을로 가기 위해 낙산공원을 오르던 중 발견한 벤치를 접사 촬영하며, 최소 촬영 거리 10cm를 실감하게 됐다. 접사를 위해 초점을 맞추며 더 가까이 다가가다가 렌즈 후드로 눈꽃을 부셔버렸기 때문이다. 실제 촬영에선 최소 촬영 거리가 10cm보다 더 짧게 느껴졌다.

이 렌즈는 비구면 렌즈 3매, ED 렌즈 2매를 포함한 9군 11매로 구성된 디자인을 적용했다. 그 덕분에 색수차, 구면 수차, 시야 곡률 등의 다양한 수차를 제어해 우수한 화질을 제공한다. 표준 30mm 초점 길이는 사람의 시야에 가까워 자연환경이나 인물 사진, 스냅샷 등을 촬영하기에 이상적이다. 덕분에 이화벽화마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연신 셔터를 누르면서 촬영본과 실제 풍경을 비교하는 맛이 있었다.

한양도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한양도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10cm 거리에서 접사한 눈꽃을 확대한 사진(F/6.4, 1/125s, ISO 200)
10cm 거리에서 접사한 눈꽃을 확대한 사진(F/6.4, 1/125s, ISO 200)
F/7.1, 1/80s, ISO 640
F/7.1, 1/80s, ISO 640

고정밀 리니어 모터로 빠르고 정확한 초점 추적

XF30mm F2.8 R LM WR Macro는 이너 포커스 설계와 고정밀 리니어 모터 덕분에 자동 초점 속도와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

일반적으로 이너 포커스 시스템은 많은 수의 렌즈를 사용하기 때문에 렌즈 길이가 늘어난다. 하지만 이 렌즈는 9군 11매의 렌즈 구성에도 불구하고, 비구면 렌즈의 배치와 형태를 최적화해 무게가 가볍고 길이가 69.5mm에 불과하다. 따라서 표준 렌즈임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리니어 모터는 작고 가벼운 초점 렌즈를 사용해 0.02초 이내로 정확히 초점을 잡으며, 우수한 해상도를 제공해 피사계 심도가 매우 얕은 접사 사진 촬영에도 유용하다.

후지필름은 광학 디자인과 제조공정을 최적화해 렌즈 메커니즘의 배럴 부분을 줄였고, 소형 폼팩터를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이 렌즈 조작 시 사용자와 접촉하는 부분에 금속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도록 했다. 전체적으로는 부품을 철저히 검토해 무게를 줄였기 때문에, 무게 195g, 길이 69.5mm, 필터 구경 43mm에 불과한 초경량화에 성공했다. 사용자의 부담을 최소화해 카메라에 장착한 채로 그 어디를 다니더라도 편안한 촬영 작업이 가능하다.

F/9, 1/50s, ISO 500
F/9, 1/50s, ISO 500
F/4.5, 1/80s, ISO 320
F/4.5, 1/80s, ISO 320
F/8, 1/80s, ISO 500
F/8, 1/80s, ISO 500
F/6.4, 1/100s, ISO 640
F/6.4, 1/100s, ISO 640

방진 및 방습, -10℃ 방한 성능

XF30mm F2.8 R LM WR Macro는 먼지와 습기를 차단하는 내후성 설계를 갖춰, 촬영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촬영에 임할 수 있다. 렌즈 배럴은 아홉 군데를 씰링 처리해 먼지와 습기가 침투하지 못하며, -10℃의 온도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화벽화마을을 촬영하는 동안에는 눈이 내린 탓에 영하권의 날씨였지만, 무리 없이 모든 촬영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F/5.6, 1/80s, ISO 1250
F/5.6, 1/80s, ISO 1250

총평

XF30mm F2.8 R LM WR Macro를 처음 접했을 때는 참 가벼우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렌즈라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 사용할 땐, 작은 렌즈가 손에 착착 감기면서도 접사 성능 또한 우수해 만족감이 높았다.

 

함께 사용하면 좋은 카메라
FUJIFILM X-H2

X-H2는 고해상도 4,020만 화소의 센서, 딥 러닝 기술에 기반한 피사체 검출 AF, 5축 7스톱 바디 내장 손떨림 보정 기능을 제공해 XF30mm F2.8 R LM WR Macro와 사용하기에 적합한 카메라다.

이 카메라는 더 많은 양의 빛을 효율적으로 흡수하도록 픽셀 구조를 개선해 ISO 125를 확장 감도가 아닌 표준 감도로 지원한다. 이는 주간 야외 촬영을 하거나 큰 조리개를 활용해 보케를 만들 때 유용하다.

새로운 센서의 더욱 정밀하게 노출 시간을 제어하는 기능 덕분에 전자 셔터의 최대 셔터 스피드가 이전의 1/32000초에서 1/180000초로 2.5스톱 향상됐다. 촬영자는 햇살이 내리쬐는 해변이나 눈이 쌓인 지역처럼 밝은 곳에서 촬영하거나 순간의 움직임을 포착할 때도 밝은 조리개값을 사용할 수 있다.

X-H2 ‘필름 시뮬레이션’의 스탠다드, 세피아, 모노크롬+그린필터 설정으로 찍은 사진
X-H2 ‘필름 시뮬레이션’의 스탠다드, 세피아, 모노크롬+그린필터 설정으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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