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기의 향기가 느껴지는 DSLR


캐논은 DSLR 시장을 이끌어 온 브랜드 중 하나다. 캐논이 출시한 보급형 DSLR EOS 300D를 시작으로 일반인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EOS 300D의 시작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EOS 300D는 630만 화소를 지닌 보급형 DSLR로 130만원 가량에 출시됐다. 보통 DSLR 가격이 300만원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후 캐논은 지속적인 기능 개선을 거쳐 2015년 새로운 모델인 EOS 750D와 EOS 760D를 출시했다.

EOS 750D와 EOS 760D는 EOS 700D의 후속작으로 동시 출시됐다. EOS 700D는 위상차 AF와 콘트라스트 AF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CMOS AF 시스템을 채용해 라이브뷰 촬영에서 초점 성능을 높인 제품이다. 후속으로 등장한 EOS 750D와 EOS 760D는 EOS 700D에 비해 많은 부분을 대폭 향상한 모델이다. 국내에는 EOS 750D가 먼저 소개되며 업그레이드된 사양을 뽐냈다. EOS 750D와 EOS 760D는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성능이 같아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지향하는 지점이 살짝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EOS 760D는 중급기보다 작고 가벼운 모델로 보다 뛰어난 촬영 성능에 집중한 모델이다.

우선 이미지 센서를 살펴보자. EOS 700D는 1800만 화소 CMOS 이미지 센서를 사용했다. 그보다 먼저 등장한 EOS 600D에도 같은 화소 센서가 사용돼 거의 4년간 센서 사양은 제자리걸음이었다. 후속으로 출시한 EOS 750D와 EOS 760D는 2420만 화소 APS-C 사이즈 센서를 탑재했다. EOS M3와 해상도가 같은 CMOS 센서를 탑재한 것으로 보아 동일 센서를 사용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캐논이 APS-C 사이즈 센서에서 2420만 화소를 탑재한 것은 이 두 모델이 처음이다. 이 화소 수는 상위 기종인 EOS 70D와 7D Mark Ⅱ보다 높은 수치다. 전작 EOS 700D에서 업그레이드한 이미지 프로세서 DIGIC6를 채용한 것도 새롭다. 새로운 이미지 프로세서는 신형 센서와 결합돼 상용 감도 ISO 12800에서도 비교적 적은 노이즈로 사진을 담아낼 수 있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AF 센서다. 전작 EOS 700D는 9 크로스 AF다. 진화한 EOS 750D와 EOS 760D는 19 크로스 AF로 측거점을 대폭 늘렸다. 이는 상위 기종인 EOS 70D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시스템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파인더 중앙에 F2.8과 F5.6 대응 듀얼 크로스 측거점을 배치했다. 덕분에 접사 촬영에서도 탁월한 초점 성능을 뽐낸다.

새롭게 탑재한 하이브리드 CMOS AF Ⅲ는 라이브뷰와 동영상 촬영 시 빛을 발한다. CMOS AF Ⅲ는 캐논이 보급용 DSLR에 탑재한 것 중 가장 빠른 AF 시스템이다. EOS 700D에 탑재한 CMOS AF보다 업그레이드한 이 시스템은 초점이 빠른 위상차 AF와 정밀 콘트라스트 AF를 조합한 시스템으로 저감도에서도 고속 오토 포커스가 가능하다. 또한 EOS 700D보다 AF 속도가 약 4.8배 빨라졌으며 초점 범위가 상하좌우 80%로 대폭 넓어졌다. 실제로 라이브뷰로 촬영했을 때 초점 속도에 있어 아쉬운 것이 없었다. 제조사가 밝힌 바에 의하면 스테핑 모터(STM) 렌즈와 함께 사용하면 보다 조용하고 빠르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Canon EOS 760D/ISO 400/조리개 우선 AE/F4, 1/50초/WB:자동/식당 안 벽지와 조명의 색이 잘 표현됐다.

보급기의 의미를 재조명하다

그렇다면 EOS 750D와 EOS 760D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외관이다. EOS 750D는 모드 다이얼이 오른쪽에 위치한 반면 EOS 760D는 왼쪽으로 다이얼을 옮겼다. 비어버린 상단부 공간에는 액정 패널을 넣었다. 이 상단 액정 패널은 EOS 760D가 단순한 보급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상단 액정 패널의 유무가 중요하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진을 촬영할 때 후면 LCD 액정을 통해야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과, 액정을 보지 않고도 즉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예를 들어 로우 앵글 촬영 시 굳이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상단 액정을 보며 조리개 값과 셔터 스피드, 감도를 설정할 수 있다. 후면에 위치한 모드 다이얼도 형태가 바뀌었다. EOS 750D는 십자 모양으로 배치한 버튼을 이용해 모드를 설정하는 방식이었다. EOS 760D는 퀵 모드 다이얼을 채택해 쉽고 빠르게 모드 설정이 가능하다.

후면 LCD 모니터는 EOS 750D와 동일한 형태로, 앵글을 변경할 수 있는 회전식 액정이다. 회전식 액정은 다양한 환경에서 사진을 촬영하기 적합한 구조다. 낮은 눈높이에서 색다른 결과물을 만들거나, 사람 머리 위의 풍경까지 폭넓게 담아낼 수 있다. 액정은 터치식으로 초점을 맞추기 쉽다. 터치 셔터는 민감도를 설정할 수 있으며 단순히 피사체를 터치하는 것으로 초점 위치 선택이 가능하다. 이 때 LCD 회전 후 액정을 지탱하고 있는 손으로 터치 셔터를 사용하면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촬영한 사진을 볼 때 두 손가락으로 이미지 상을 확대하거나 줄일 수 있다.

EOS 760D는 동영상 촬영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EOS 750D와 다르게 풀 HD(1920×1080) 동영상 촬영 중 3~10배에 달하는 디지털 줌이 가능하다. 다만 동영상 디지털 줌을 이용할 때에는 작은 손떨림까지 그대로 기록되기 때문에 삼각대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EOS 최초로 HD(1280×720) HDR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하늘과 땅의 노출 차이가 심할 때, 야경의 강한 인공 불빛 등 과다 노출이 되기 쉬운 장면에서 HDR 동영상은 위력을 발휘한다. HDR 동영상은 HD 화질로 표준 노출과 노출 부족 프레임을 한 장씩 촬영해 합성한 결과물이다. 때문에 HD 화질로 촬영 시 프레임 속도는 60fps이지만, HDR 촬영에서 프레임 속도는 30fps가 된다. 동영상을 촬영하기 원한다면 16GB 이상 넉넉한 용량을 지닌 메모리 카드 사용을 추천한다.

이제 카메라에서 Wi-Fi와 NFC 기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SNS에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즉각적인 전송 기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EOS 760D는 스마트폰에 ‘Camera Connect’ 앱을 설치하면 Wi-Fi와 NFC를 통해 촬영한 사진을 바로 전송할 수 있다. 또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원격 조작을 할 수 있어 야경 촬영이나 셀프 포트레이트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촬영한 사진과 결과물은 스마트폰은 물론 커넥트 스테이션(Connect Station) CS 100과 프린터, TV 등 다양한 기기와 연결이 가능하다.

캐논은 EOS 760D를 통해 보급기의 의미를 새롭게 재조명했다. EOS 70D 후속작이 아직 나오지 않은 지금, 그 공백을 EOS 760D가 대신하고 있다. 실제로 EOS 760D에 탑재된 기능은 중급기 이상 모델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DSLR을 처음 접한다면, 혹은 카메라 한 대로 사진과 영상을 두루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EOS 760D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Canon EOS 760D/ISO 400/조리개 우선 AE/F5.6, 1/125초/WB:자동/2420만 화소 CMOS 센서가 담아내는 해상도는 놀라운 수준이다. 강아지의 털 하나 하나가 세밀하게 묘사됐다.




Canon EOS 760D/ISO 400/조리개 우선 AE/F5, 1/60초/WB:자동/노출 차이가 극명하게 나는 장소를 골라 촬영했다. 어두운 벽 쪽에 초점을 맞췄지만 명부 디테일이 무너지지 않았다.



Canon EOS 760D/ISO 800/조리개 우선 AE/F5.6, 1/100초/WB:자동/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감도를 높였는데도 불구하고 노이즈 없이 깨끗한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



Canon EOS 760D/ISO 400/조리개 우선 AE/F5, 1/160초/WB:자동/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촬영했다.

재료의 질감과 색깔까지 선명하게 표현됐다.



Canon EOS 760D/ISO 400/조리개 우선 AE/F8, 1/1250초/WB:자동/후면 회전식 액정을 이용하면 다양한 앵글을 손쉽게 담아낼 수 있다.



Canon EOS 760D/ISO 1600/조리개 우선 AE/F4.5, 1/200초/WB:자동/EOS 760D는 저조도 환경에서도 AF 기능이 신속하고 정확하다.



Canon EOS 760D/ISO 200/조리개 우선 AE/F5, 1/60초/WB:자동/먼 거리에 있는 인물을 포착했다.




Canon EOS 760D/ISO 200/조리개 우선 AE/F5.6, 1/250초/WB:자동/EOS 760D는 스냅 사진을 촬영하기에도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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